에너지전환포럼, ‘휘발유값 대비 120%, 경유 소비 13.2% 감소’

유류세수 한 해 최대 10조 늘고 도로이동 미세먼지 중 7.4% 감축‘

2017년 범 정부 연구는 ‘많아야 국가 총 배출량 중 최대 1.3% 저감’

경유차 미세먼지 70%가 화물차, 가격 올려도 보조금 탓 연료 수요 안 줄어‘

‘암모니아 등 휘발유차 배출 물질이 미세먼지 확대에 더 영향’ 지적 확산

에경연 김재경 박사 ‘연료비 싸서 경유차 좋아해, 세금 인상 전제부터 잘못’

경유 세금이 인상되더라도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상당량을 차지하는 화물차는 정부의 유가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덤프트럭이 서울 한 지하차도를 통과하는 모습이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세금을 인상할 경우 경유 소비량이 최대 13.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만큼 미세먼지도 저감되는데 2016년 도로이동오염원 배출량 기준으로 7.4%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유 세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상당폭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경유 세수 인상에 따른 국가 전체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의뢰받은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및 유가보조금 제도개선 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연구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경유 가격을 조정하는 시나리오와 더불어 경유세 인상, 유가보조금 제도 개편 같은 사회적 수용성도 같이 검토됐다.

현재 정부가 설정한 휘발유와 경유간 상대 가격은 100:85 이다.

세금을 포함한 휘발유값이 100일 경우 경유 가격 수준은 85를 유지하는 구조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 보고서에서는 ▲ 한국을 제외한 OECD 35개국 평균 (100:93.6) ▲ OECD 평균을 이해하기 쉽게 조정(100:95) ▲ 생산원가를 고려한 상대가격(100:100) ▲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상대가격(100:120)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4가지 시나리오 모두 현재 보다 경유 상대 가격이 높아지게 되고 일부 경우에는 휘발유 가격과 같아 지거나 추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제시된 사례들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시나리오별로 목표 상대 가격에 한 번에 도달하는 단일 조정 시나리오와 3개년에 걸쳐 목표 가격에 도달하는 점진 조정 시나리오 방안도 마련했다.

경유 상대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 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여러 단계에 나눠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

이들 시나리오에 맞춰 경유 가격을 조정할 경우 경유 소비량은 현재 보다 최저 1.8%에서 최대 13.2% 까지 감소하게 된다.

경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만큼 미세먼지 배출량도 저감되는데 여러 단계로 나누지 않고 경유 가격을 일시에 조정하는 단일 조정 시나리오에서는 PM10가 연간 105톤~780톤, 초미세먼지인 PM2.5는 97톤~717톤 감축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기준 도로 이동 오염원 배출량과 비교하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1.0%~7.4%의 저감율을 기록하게 된다.

◇ 미세먼지 기여 높은 중대형 화물차는 유가보조금으로 수요 여전 

경유 가격 인상으로 정부의 유류세수도 증가한다.

시나리오별 기대 세입은 단일 조정 시나리오의 경우 휘발유와 경유에서 걷히는 유류세가 연간 최저 23조 9000억원에서 최대 30조 3000억원으로 분석됐다.

3개년에 거쳐 가격을 올리는 점진 조정 시나리오의 경우 3년 차 기준 연간 24조원에서 최대 3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지 제작 : 이진형 기자)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2018년 기준 유류 관련 세입인 21조 7000억원에 비해 단일 조정 시나리오는 최대 8조 6000억원, 점진 조정 시나리오는 3년 차 기준으로 최대 10조 2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늘어난 세수를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친환경 화물차 전환 지원 예산으로 사용하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경유세 인상 카드를 논의할 때 마다 가장 반발을 사고 있는 화물차 유가 보조금 개편방안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유가보조금은 정부가 경유 세금 등을 인상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 과정에서 연료비 증가 요인이 발생한 화물차 운전자 등의 반발이 커지자 세금 인상분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이 제시한 보고서에서는 ‘경유 세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보완 대책 없이 유가보조금을 축소할 경우 화물차 등 이해당사자의 조직적 저항이 불가피하다’며 경유세 인상과 유가보조금 제도 개편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경유세 인상을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현 시점에서 경유세 인상 타깃은 화물차 보다는 신규 경유 승용차·RV차량의 구매 욕구를 억제하고 경유차 운행을 줄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비사업용 소형 경유화물차는 교체 지원을 강화해 신속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형 사업용 경유화물차의 경우 유가보조금 제도의 현실적 기능을 인정하고 기술적 대안이 가능한 시점을 고려해서 점진적인 운임 현실화와 친환경화물차의 상용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경유값 40%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미미, 과거 정부 연구에서도 확인

하지만 에너지전환포럼의 이번 보고서와 유사한 결론이 내려졌던 과거 정부 주도 연구 결과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범 정부 주도로 추진된 수송 에너지 상대가격 개편 연구 결과에서는 경유값을 대폭 인상해도 국내 미세먼지 저감 폭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유관 정부 부처는 지난 2017년, 국책 연구원인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기관에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연구’를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연구 총괄 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미세먼지 이외에도 이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같은 다양한 배출 물질의 오염 비용을 산출하고 교통혼잡비용까지 감안해 총 9가지 수송에너지 상대가격 개편 시나리오를 마련했는데 이번 에너지전환포럼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경유 가격 인상이 핵심으로 논의됐다.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현행 휘발유와 경유, LPG 상대가격 비중인 100:85:50을 기준으로 경유 가격을 최대 40%까지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2017년 발표된 범 정부 수송용에너지 세제개편 연구 용역 결과중 가격 개편 시나리오.

휘발유 세금을 그대로 유지한 체 경유 세금만 올릴 경우 세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감안해 휘발유 가격은 낮추고 경유 가격을 올리는 방안도 제안됐다.

하지만 모든 시나리오에서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번 에너지전환포럼 연구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도로이동오염원에 한정한 PM2.5와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는 연간 최대 11~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총배출량을 감안하면 경유가격 조정으로 발생하는 PM2.5 감축율은 최대 1.3%, 질소산화물도 최대 3.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측에서 연구를 주도했던 기획재정부의 최영록 당시 세제실장은 연구 최종 결과 발표에 앞선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수송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에 대한 공청회안을 확인한 결과 경유 상대가격 인상 실효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유세금 인상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 타깃 설정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연구결과로 토대로 열린 공청회의 패널 토론에서 한 참석자는 ‘경유 화물차 330 여 만대중 60만대 정도가 경유차 미세먼지의 73%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중 영업용 화물차는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어 경유가격 인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경유 세금을 올려도 정부로부터 세수 보조를 받는 화물차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패널은 ‘경유 소비량중 약 40%를 사업용 화물차가 소비하는데 정부에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어 경유 세금이 인상되더라도 소비는 줄지 않아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 방안으로 유류세 조정 보다 전기에너지로 급속하게 수요 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시됐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녹색연합 석광훈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1인당 유류 소비는 일본 보다 10% 낮지만 전력 소비는 30∼40% 더 많은데 그 이유는 유류세금을 크게 높인 결과 전력 분야로 수요가 전환됐고 환경에 더 유해한 석탄화력가동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고 진단하고 실제로 연료 전환이 필요한 부분은 수송에너지가 아닌 전력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질소산화물만 줄인다고 미세먼지 저감되지 않아’ 반론 커져

최근에는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는 것이 미세먼지를 저감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전문가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광화학 반응 등을 거쳐 미세먼지화되는 ‘전구물질(前驅物質, Precursor)’로 알려지면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타깃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석탄발전소에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대기중에 배출되는데 미세먼지 원인 물질 중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저감 만으로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성균관대 화학과 김영독 교수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질소산화물이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로 이것만 제거하면 미세먼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화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암모니아와 반응해 미세먼지화 되는데 휘발유차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독 교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차가 많지만 미세먼지 핵물질인 탄소 입자를 증가시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휘발유차가 더 많이 배출하고 있어 미세먼지 형성에 관여하는 물질들을 동시에 줄여야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있다’며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경유세 인상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 연료가 싸서 경유차를 좋아한다’는 착각에서 경유 세금 인상 논의가 출발하고 있는데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측면도 경유차 수요에 영향을 주지만 SUV나 RV 등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레저차량이 증가하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이유는 소득수준 향상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또 “(유가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 등 상용차를 대체할 마땅한 수송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경유 가격을 올린다고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선택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원인에 대한 분석부터 제대로 이뤄지고 미세먼지 저감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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