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협회컨설팅, ‘고속도로 알뜰*주변 주유소 실태 조사’ 진행

휘발유·경유 20원/ℓ 올려도 고속도·주변 주유소 상생 여건 가능

서비스평가 만점 기준 ‘알뜰평균’ -40원에서 -25원 조정 필요

알뜰주유소 석유 가격 인하 정책 재검토 필요 의견도 제시돼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과도한 가격인하에 주유소업계가 반발해 주유소 이동판매차량으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앞에서 항의하고 있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수익성 개선, 주변 일반 주유소와의 상생을 위해 휘발유나 경유 판매 가격을 리터당 15원 정도 올려 팔아도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가격정책 기조에는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의뢰로 실시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및 고속도로 주변 주유소 실태조사’를 마무리하고 최근 그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확보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평가제도 중 가격인하 노력의 만점 기준을 전국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대비 -40원에서 -25원으로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능률협회컨설팅은 제안했다.

고속도로 주유소를 민간에 위탁 운영 중인 도로공사는 대부분의 주유소에 알뜰 상표를 도입했고 석유 판매가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위탁 계약 연장 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 과정중 하나로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리터당 40원을 할인해 판매할 경우 위탁 운영 주유소의 가격 인하 노력 항목에서 만점을 부여하는데 능률협회컨설팅은 그 기준을 낮출 필요성을 제안한 것.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의 수익성을 개선하면서도 정부의 알뜰주유소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하 노력 평가 항목의 만점 기준을 현재 보다  리터당 15원 정도 올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도로공사와 주유소업계가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실태를 조사하게 된 것은 도로공사의 평가 기준 중 기름값 인하 노력 지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 도로공사, 서비스평가 통해 주유소 판매가격 통제

민자고속도로를 제외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도로공사 소유로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다.

도로공사는 매년 위탁사업장에 대한 운영 서비스 평가를 실시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평가 항목 중 주유소 석유 판매가격 비중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로 인해 고속도로 주유소들은 최저가 판매를 강요당하면서 도로공사가 주유소 판매가격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인 것.

도로공사 계열 주유소들이 전국 최저가 판매에 나서면서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일반 주유소 생존권에도 큰 위협이 된다는 불만도 높아져왔다.

실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이 일반주유소와 적게는 리터당 25원에서 많게는 150원 이상 차이가 발생하면서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의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주유소협회는 지난 2017년 도로공사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중 경영간섭’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리했지만 도로공사는 연구용역을 통해 2018년 3월 가격인하 지표의 배점과 계량총점을 소폭 낮춘바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개선안이 주유소 업계와 상생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사업자와 주변 일반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 본지 주최 ‘에너지 유통(석유) 갈등 조정 간담회’서 상생협의체 제안돼

이와 관련해 본지는 지난 2018년 10월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과 공동으로 고속도로 주유소로 인한 도로공사와 주유소업계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유통(석유) 갈등 조정 간담회’를 공동 개최한 바 있다.

본지가 지난 2018년 10월 당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과 공동 개최한 '에너지유통(석유) 갈등조정 간담회'에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간의 상생방안을 찾기 위한 협의체 구성이 제안됐다.

관련 업계와 공정거래, 사회 갈등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던 이날 간담회에서는 도로공사와 주유소업계가 상생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상생협의체의 필요성이 제안됐다.

실제로 간담회 한달 뒤인 11월에 도로공사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가 참여해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가 개최 됐고 수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공동으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및 고속도로 주변 주유소 실태조사’가 실시되면서 최근 그 결과가 도출됐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따르면 주유소들이 최소 수익 확보를 위해서는 판매가격 인상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출범한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전체 주유소수는 11.1% 감소했지만 알뜰주유소 수는 48.7% 증가했고 유류 판매량에서도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량이 알뜰 외 주유소 평균 판매량에 비해 연간 230만리터를 더 판매했다.

이에 대해 능률협회컨설팅은 낮은 가격정책에 기인한 알뜰주유소의 외연적 확대로 일반 주유소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판매 가격 재검토 필요성을 밝혔다.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최저가 판매가격 정책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수익성도 악화시킨다며 농협 알뜰주유소 수준으로 조정해 국내 주유소의 경영 정상화를 통한 상생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고속도로 알뜰 높은 판매량은 낮은 가격 정책에 기인한 것

이번 실태조사에서 능률협회컨설팅은 주유소 운영상태에 대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47곳을 선정하고 이를 기점으로 진입‧진출 IC 주변 일반 주유소를 각각 1개씩 총 94곳을 꼽아 총 141곳을 최종 표본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표본 업소들을 대상으로  2015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휘발유와 경유 월평균 판매량과 판매가격을 수집했는데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이 주변 주유소 보다 휘발유는 리터당 2.2원에서 70원 낮았고 경유는 12원에서 71.9원까지 낮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량에서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주변 주유소보다 휘발유는 3.3배~7.2배, 경유는 2배~4.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연도별 평균 가격은 2011년 알뜰주유소가 시작된 이후 2013년부터 주변주유소보다 낮아졌다.

2016년에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간 판매가격 차이가 휘발유는 리터당 56원 경유는 50원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이 때 월평균 판매량 차이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능률협회컨설팅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주유소의 판매량 차이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낮은 가격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알뜰주유소가 본격적인 영업을 한 지난 2012년 이후부터 주변주유소의 추정 연매출이 감소했고 2018년 기준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합해 123억원의 연매출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 고속도로 주변 일반 주유소의 경영수익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10원 인상되면 주변주유소 8.78원 올라

능률협회컨설팅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과 판매량 변화가 주변주유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파악하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수집된 표본주유소의 월별 판매가격과 판매량 자료를 적용해 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시뮬레이션에 활용했다.

먼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현재보다 리터당 10원 인상될 경우 주변 일반 주유소 판매가격은 8.78원만 올라가며 양 측간 판매가격은 리터당 1.22원 축소되고 판매량 차이는 1,413.4 리터 줄어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 주변 주유소 판매량이 204.6리터 증가하고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1,208.8리터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유 역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이 리터당 10원씩 인상될 때마다 주변주유소 판매가격은 8.98원씩 올라가서 판매가격 차이는 1.02원 적어지고 주변주유소 판매량은 월평균 589.1리터 증가하지만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판매량은 월평균 1,674.4리터 감소했다.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고속도로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20원씩 인상할 경우 주변주유소의 매출은 각각 2%에서 2.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 가격을 올리면서 판매량이 줄어드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매출도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하면서 각각 0.7%에서 0.9% 늘면서 상생 기반이 마련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 서비스평가 만점기준 알뜰평균 대비 -40원 → -25원 조정 필요 

이러한 분석을 기초로 능률협회컨설팅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상 가능 폭과 서비스평가기준 변경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제안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제도 배점기준 개선안.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이 전체 알뜰주유소 평균 보다 낮아야 한다는 도로공사의 정책 목표를 지키면서도 주변 주유소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수준을 모색한 결과 2019년 기준으로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각각 13원과 18원까지 인상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주유소 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을 우선하고 알뜰주유소 전체  평균 가격을 유지할 경우 2019년 기준으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은 NH알뜰과 동일한 수준인 리터당 19원과 26원까지 인상 가능할 것으로 제시됐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주유소 사업자들이 상생하기 위해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서비스 평가제도 중 가격인하노력의 만점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전체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 보다 저렴하게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고수할 경우를 전제로 가격인하 노력의 만점기준을 현재의 마이너스(-)40원에서 -25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내놓았다.

배점 기준도 ‘유가인하 매출관리’ 항목 중 유류판매가격 인하노력의 배점을 40점에서 30점으로 하향 조정할 경우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 모두 수익성 확보를 위한 매출 관리가 용이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 평가 주체인 도로공사가 이번 컨설팅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와 여전한 주유소 업계의 반발이다.

본지 취재 결과 도로공사는 이번 컨설팅 결과를 놓고 반영 여부나 수준에 대한 내부 검토과정을 거치고 있어 제도 개선안 수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주유소 서비스 평가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가 참여한 협의체가 제 3의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실태 조사에서 제시된 방안을 섯불리 거부할 경우 상생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참여주체들이 어떤 선에서 합의안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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