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 산업 붕괴 우려 속 세제 개선 요구 높아

마이너스 정제마진 여전, 석유 생산할 수록 적자 커져

유가 보합세로 원유 재고 평가 이익 개선도 기대 어려워

정제 공정 투입 석유중간제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환급 절실

수입 LPG와 동등하게 국내산 LPG도 수입부과금 환급 포함 요구

정유사들이 상반기 동안 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3분기에도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한 정유사 전경(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올해 상반기 정유 4사의 적자 폭이 5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3분기 실적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에너지를 비롯한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4조 3775억원의 적자에 이어 2분기에는 7241억원의 잠정 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들어 적자폭이 줄었지만 1, 2분기를 합한 상반기 적자폭은 5조 10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2분기 실적 개선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이익 덕분에 회복된 것일 뿐 정제마진이나 석유수요 등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3분기 들어서도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유산업 경쟁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숙원이라도 귀 기울여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3분기에도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행진

정유사 정제마진은 3분기에 들어선 7월에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단순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1.9불을 기록한 이후 6월 둘째 주까지 13주 연속 마이너스대를 유지해왔다.

6월 셋째주 정제마진이 배럴당 0.1불을 기록하면서 14주 만에 플러스 반등에 성공했지만 7월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고 8월 첫째 주 현재 마이너스 0.3불을 기록중이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 보다 낮다는 의미이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생산할 때 마다 손실을 입는 셈인데 가장 큰 이유는 천재지변 성격이 짙은 코로나19로 석유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8월 들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석유수요가 단기간 내 기대치만큼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해외 주요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 지속과 항공유 수요 부진을 반영해 2020년 석유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81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권 역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과 한국에서 대형 홍수 재난이 발생한 것도 정제 마진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집중호우와 홍수로 차량 이동량이 줄면서 내수 시장이 감소했고 잉여 석유제품을 수출용으로 시장에 내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면서 제품가격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 국제유가 보합세에 재고평가이익 기대 어려워

5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불대에서 보합세를 이어가는 것도 3분기 실적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내 석유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직후인 4월 배럴당 20.39불까지 하락했다.

1분기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나 석유제품의 재고 평가손이 커진 이유다.

다행히 5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30.47불로 회복되고, 6월에는 40.80불까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며 2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7월과 8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43불대에 머물러 있다.

3분기에는 재고 평가이익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으로 지속되는 마이너스 정제마진 영향까지 반영하면 3분기 연속 상당폭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 위한 세제 개선 요구

사상 초유의 대규모 손실 속에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면서 정유산업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타개책 중 하나로 정유업계는 그동안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온 일부 세제 개편이라도 정부가 반영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공정용 석유 중간 제품인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환급과 국내 생산 LPG에 대한 수입 부과금 환급이다.

개별소비세법에서는 과세대상 물품을 휘발유·등유·경유·중유 등으로 단순 구분하고 있어 정유사들이 석유중간제품을 구매하거나 수입해 정제 원료용으로 투입하는 경우에도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제 원료용으로 사용되더라도 과세가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정 제품 소비행위에 부과해야 하는 개별소비세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유사들은 개별소비세법상 조건부 면세 조항에 석유중간제품을 포함시켜 불합리하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상 중유에는 리터당 17원에 교육세 15%가 붙어 리터당 19.55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석유제품 원료용 중유가 조건부 면세에 포함되더라도 정유사들이 환급받을 수 있는 액수는 연간 300~400억원 정도에 그치는데 현 상황에서는 이마져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요구가 제기된 상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은 석유제품 생산공정용 석유제품에 개별소비세를 조건부 면세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대표발의했다.

◇ 국내산 LPG 수입부과금 차별 개선도 요구

수입산 LPG와 국내산 LPG의 수입부과금 역차별 개선도 요구중이다.

수입부과금은 정부가 에너지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원유 수입업체 즉 정유사에 매기는 일종의 준조세로 리터당 16원이 부과되고 있다.

하지만 LPG수입사들이 들여오는 수입산 LPG에는 수입부과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

정유사들은 생산 LPG에는 원유수입 시 부과되는 수입부과금이 환급되지 않아 LPG수입사와 정유사와의 불공정경쟁 여건이 심화되고 형평성 위배가 지속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정유사 부담액은 연간 8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이 문제는 서민 연료인 LPG와 LNG의 가격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LPG 수입사들이 반대하고 있어 에너지 업계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석유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주문하는 경쟁력 강화 방안은 수십년간 이어온 불합리한 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 19 사태로 국가 기간 산업인 정유사가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산업 붕괴 위기에 처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제도 개선 요구가 반영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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