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장기대응으로 기업전략 수정 
기후변화 대응 위해 화석연료 수요감소 우려 가중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주요 에너지기업이 단기 위기대처에서 장기대응으로 기업전략을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의 저유가 시기에는 에너지기업들이 석유・가스 투자에 자신을 보였으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위기는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전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탈탄소화 진행에 따라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 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로열 더치 셀(Royal Dutch Shell)과 BP는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자사 보유 자산의 가치를 각각 220억 달러와 175억 달러 정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쉘(Shell)의 총자산은 4043억 달러, BP는 2952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도 일부 에너지기업들이 전망을 수정하고 자산 규모 축소를 계획한 바 있는데 이미 미국 쉐브론(Chevron)과 스페인 렙솔(Repsol)이 자산규모를 각각 100억 달러와 48억 달러 하향 조정한 바 있다.

1년 전의 당초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하향된 이들 기업의 자산 가치는 중대한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이 같은 자산 가치 조정은 단순히 회계 상의 문제가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년 동안 좌초 자산(stranded asset) 발생 가능성을 부정하던 경영진들도 자사의 석유・가스 매장량과 정제자산이 경제성을 잃을 수 있으며, 막대한 매장량이 아예 개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올해 2월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 노력한다면 9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석유・가스 자산의 개발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 청정한 연료로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 석유・가스 기업은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BP와 토탈(Total)은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 설치・운영 기업을 인수하거나 다른 기업과 함께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쉘도 통합 전력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상기 기업 모두 수소에 대한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데 아직은 관련 투자 규모가 크지 않지만 향후 2030년까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유럽 기업은 앞서가는 편으로, 미국 쉐브론과 엑슨모빌(ExxonMobil), 국영석유기업들은 여전히 화석연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비가 낮은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러시아 로즈네프트(Rosneft)가 화석연료 개발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BP와 쉘의 자산 평가인하만으로 기업 전략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는 BP와 쉘의 최근 평가인하는 기업 회계처리 문제라고 판단했으며, 다른 전문가들은 경영진 교체 등에 따라 기업 전략이나 구조를 개편하는 것뿐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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