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성동원 선임연구원, 美 중소 셰일 자산 매각 활발 전망

유럽계 메이저 비핵심 석유·가스 자산 매각, 상류 M&A 증가

지역간 이동·국가간 무역 제한,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부각될 것

전량 수입 의존 한국, 에너지 안보 위해 해외 우량 자산 확보 나서야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전대미문의 쇼크를 안겨주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 영향으로 석유 산업에서 소수 거대 기업의 독점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흥미로운 분석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당 기간 동안 석유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그 한편에서는 지역간 이동 등이 제한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석유공사가 발간하는 석유정보망에 기고한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19 상황에서 석유산업의 주요 환경 변화 중 하나로 ‘상류부문 투자 급감’을 꼽았다.

당초 석유·가스 상류 부문 투자는 2017년 이후 유가 상승과 함께 점진적 상승이 예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감중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전통 석유·가스 상류부문 신규 투자 승인액은 1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료 출처 : 석유정보망)

하지만 올해 들어 최근까지 250억 달러로 급감했다.

지난 해 전체 투자 승인액 대비 13% 수준에 그치고 있고 1970년대 이래로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당분간 투자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성동원 선임연구원의 분석이다.

(자료 출처 : 석유정보망)

문제는 석유·가스 상류부문 투자가 급감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원유 수요가 기존 수준으로 회복될 때 구조적인 공급부족과 유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상류부문 투자는 2015~2016년 저유가 영향으로 2년 연속 감소한 적이 있는데다가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한 번 급감해 향후 석유공급 차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석유 수요가 회복되면서 생산이 본격 확대될 때 설비운영과 관련한 예기치 못한 고장, 가동 중지 문제 발생 등으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향후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계·유럽계 메이저 다른 행보

현재의 저유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동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석유 시장을 양분중인 미국계 메이저와 유럽계 기업간 대응 전략 방향은 다소 상이한 양상을 띄고 있다.

엑손모빌(ExxonMobil), 쉐브론(Chevron) 등 미국계 메이저는 기존 석유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유지하려 하는 반면 BP, Shell, Total, Eni 등 유럽계 메이저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침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BP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와 탄소 포집, 저장사업(CCS)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중이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힐 정도이다.

쉘(Shell)도 2050년까지 ‘Net-zero Energy’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의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유럽계 메이저 기업의 대응은 각국 정부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강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와 함께 유럽 지역 석유자원 고갈로 향후 석유·가스 산업을 대체할 신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간 이동과 국가간 무역이 제한되면서 에너지자립 확보 중요성이 더욱 커졌는데 신재생에너지가 그 해결방안으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 저유가 지속시 상류 M&A 증가할 것

한편으로는 M&A를 통한 석유산업 구조 재편 가능성을 점쳤다.

올해 1분기 석유·가스 부문 M&A 거래는 유가급락 영향으로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기업 인수합병 및 지분거래 건수는 2019년 1분기 119건에서 올해 1분기 95건으로 24건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규모도 260억 달러에서 41억 달러로 급감했다.

자산거래도 2019년 1분기 124건에서 올해 1분기 77건으로 감소했고 거래규모는 29억4천만달러에서 21억1천만 달러로 감소하는 등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중이다.

주목할 대목은 최근 몇 년간 M&A 시장을 주도해 왔던 미국 셰일자산 관련 M&A 거래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석유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당분간 M&A 거래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미국 중소규모의 셰일기업들의 자산매각과 유럽계 석유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기존 비핵심 석유·가스 자산 매각 등이 증가해 석유·가스 상류부문의 M&A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 2014~2016년 저유가시기에 메이저 기업들이 북미 비전통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M&A를 진행한 것처럼 이번 저유가에도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메이저 기업들이 미국 셰일자산 인수 기회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수의 메이저 기업이 M&A를 통해 미국 셰일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경우 향후 글로벌 석유산업은 독점이 강화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또 석유자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에너지안보가 지금보다 더 취약해질 것이고 최근 수 년간 한국의 해외 석유·가스 자원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 현재의 저유가시기를 해외 석유기업이나 우량자산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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