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팜유 등 열대 식물성 유지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이원걸차관은 17일 기자브리핑에서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 기업이 추진 중인 팜유 등 열대성 바이오디젤 원액 수입을 1~2년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원걸차관은 "일부 대기업이 인도네시아 팜유로부터 추출한 바이오디젤 원액 등 열대성 바이오 원료의 수입을 추진 중이지만 자동차 연료로 적합한지 등에 대한 실증연구가 필요하다"며 "실증연구가 끝나기 전까지는 도입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대기업은 SK케미칼이다.

바이오디젤 생산을 추진해온 대기업들은 SK케미칼과 애경유화인데 이중 애경유화는 원료로 대두유를 사용했고 생산업체 등록의 전 단계인 품질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SK케미칼을 겨냥한 발언인 셈인데 하필 왜 이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

팜유가 다른 바이오디젤 연료들이 비해 저온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경유에 혼합되는 바이오디젤의 비율이 0.5%에 불과해 팜유는 물론 대두유나 유채유, 폐식용유 등 모든 바이오디젤 원료가 갖는 태생적인 저온성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팜유는 다른 원료에 비해 저온성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산화안전성은 오히려 높다

지난 2002년 이후 무려 4년동안 대두유와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디젤 혼합유(BD20)의 시범보급사업을 벌여 왔고 매해 동절기마다 저온성능 저하로 자동차의 멈춤현상이 신고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왔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정부다.

그런 정부가 이제는 당시에 비해 경유와의 혼합비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의 제품을 놓고 자동차연료로 적합한지 실증연구를 벌이겠다고 하고 있다.

관세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팜유는 대두유나 유채유에 비해 뚜렷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안정적인 수급도 용이하다.

정부가 바이오디젤을 확대보급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원료의 선택 폭을 넓히고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농림부는 2007년 이후 3년동안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유채 시범생산사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그 면적은 1500ha에 불과하다.

농림부의 시범사업을 통해 생산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은 300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확대보급하려는 정부 정책은 저 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정작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은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팜유니까 안되고 다른 원료는 괜찮다는 식의 접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 정책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중해야 하니까 팜유에 대한 정밀한 실증실험을 거치겠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왜 이 시점인가가 의문이다.

사실 최근의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이벤트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오는 24일 참여정부 들어 세 번째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를 개최할 계획인데 당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바이오디젤 상생협력방안이 의제로 포함되어 있었다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 산자부 정세균 장관이 발표한 ‘신 고유가 극복 5대 실천전략’중 하나인 ‘더불어 사는 열린 에너지 실천 전략’ 역시 바이오디젤과 관련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방안을 포함시켰다 부랴 부랴 백지화시켰다.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바이오디젤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행정권한을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상생협력의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말썽이 일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다.

자동차 연료의 일부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에 대해 정부가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는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또 그간 시장개척에 수고해온 중소기업에게 시장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의도를 가지고 엉뚱한 원료로 시비를 걸고 여론을 왜곡하려는데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대기업들과 소비자들을 간곡하게 설득시키고 이해시켜 바이오디젤 시장만큼은 중소기업들에게 양보하자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차라리 모습은 좋아 보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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