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보급 시나리오 보다 3배 높아, 보조금 재정지출 부담도 높아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 ‘2030년에도 내연기관차 90% 이상 차지’

‘전기차만 고집 말고 하이브리드 등 지원하는 것이 환경에 더 유리할 수도’

에너지 생산부터 소비, 운행 등 전생애주기 감안한 친환경차 평가도 주문

정부,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친환경차 보급 세미나 열고 여론 수렴

친환경차 보급 방안과 관련한 패널 토론이 열리고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기준이 세계 평균 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다.

에너지의 생산에서 자동차 운행 과정까지의 전생애주기를 감안한 친환경차 보급 전략이 필요하고 양적 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기후변화 대응 관련 14개 정부 부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수립중으로 의견 수렴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연속 개최중이다.

그 일환으로 2일 친환경차 보급 목표와 관련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9일에는 미래기술 발전, 14일은 저탄소 산업혁신, 21일은 재생에너지 보급, 23일은 사회혁신 등 총 5개 주제가 논의된다.

그 첫 번째 행사로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친환경차 보급 방안’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주제 발제에 나선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내연기관자동차가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퇴출 같은 극단적 시그널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부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조철 선임 연구위원은 세계에너지기구(IEA)와 자동차 자동차 전문 전망기관인 IHS, 언론기관인 블룸버그 등의 다양한 분석을 종합할 때 오는 2030년에도 내연기관자동차가 수송 수단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친환경차로 분류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내연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년에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여전히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배경이 온실가스 저감 같은 단순한 환경 개선 이슈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북유럽 중심으로 친환경자동차 비중이 높고 특히 노르웨이는 40%가 넘는 배경은 이들 국가들이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발전 여건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이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라는 점도 친환경차 보급률이 높은 배경으로 해석했다.

자동차 생산국이면서 일정 수준의 자동차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은 2018년 기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 내외에 그칠 만큼 자국 자동차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과 대외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을 주도중인 중국 역시 온실가스 감축 이슈 보다는 자국내 산업 정책적 목적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엔진 개발 경쟁력이 선진국을 쫒아갈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보급을 확대중이라는 것.

'보조금 지급 과정 역시 중국 로컬 전기차 업체 특히 핵심부품인 배터리도 자국 업체가 주도하도록 해외 기업을 배제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향후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산업 정책적 목적 때문에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줄이면서 지난 해 전기차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올해 역시 친환경차 보급 감소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줄면 세계 전기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조철 선임 연구위원은 전기차에 부착되는 배터리 규모에 따라 온실가스 발생이 많아져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다도 환경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전기차만 고집하지 말고 유럽 등지 처럼 내연기관이 탑재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을 지원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철 선임 연구위원은 또 ‘정부 친환경차 정책 방향이 보급 댓수를 목표로 삼는데 맞춰져서는 안되며 온실가스 규제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되 어떤 차를 만들것인가는 해당 기업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친환경·경제·기술·에너지 안보 종합적 고려돼야

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인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세계 평균 보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며 환경과 경제, 기술의 균형을 고려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지난 해 설정한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전기차는 300만대, 수소차는 85만대가 보급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역시 지난 해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 기준 전기차는 830만대, 수소차는 290만대 누적 보급 목표를 설정했다.

문제는 세계 전기·수소차 판매 점유율과 비교할 때 우리 정부가 설정한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배충식 교수는 ‘정부에서 발표한 전기·수소차의 보급 목표가 매우 공격적이며 IEA의 신정책시나리오(NPS, New Polish Scenario)의 3배를 상회하는 비율’이라고 말했다.

전기·수소차 보급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 적자도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배충식 교수는 “전기차 등의 구매보조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자동차세와 유류세 감소, 정부 지출액 등을 포함해 53조원, 2023년 보조금을 중단하더라도 21조원 정도의 재정 지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IEA와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최근 제시한 전생애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를 감안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결과를 인용해 ‘배기가스 제로(Zero Emission vehicle)’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배충식 교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차 역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며 친환경성과 더불어 경제성, 기술성, 에너지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언 신중해야

패널 토론에서도 자동차 전생애주기를 감안한 환경성 평가 이슈가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친환경차가 정말 친환경이려면 사용되는 에너지도 깨끗해야 하는데 분리해서 평가하고 있다’며 자동차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생산부터 소비, 운행  등 전 과정에 걸친 전생애주기를 연계해 친환경차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차 보급 댓수에 맞춘 양적 성장 정책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김재경 박사는 ‘전기차 연관 산업인 충전서비스에서 급속 충전의 경우 민간기업과 공공 기업이 같은 경쟁하는 과정에서 민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완속 충전은 보조금을 없앴다가 다시 부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협회 윤경선 실장은 '충전 등 친환경차와 관련한 인프라나 사용되는 에너지 부분까지 감안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없이 친환경차 판매의무제 등을 통해 보급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자동차 업계만의 노력으로 달성되기 어렵고 부담만 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경선 실장은 또 '내연기관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강점인데 내연기관자동차 판매 금지 등을 국제사회에 발표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며 내연기관차의 환경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발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보다 균형적인 자동차 산업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 박지영 박사는 전생애주기 관련 이슈와 관련해 ‘에너지 부문의 저탄소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다만 전기·수소차 에너지원의 친환경성이 더 좋아질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박사는 또 ‘장기적으로 저탄소 전략을 실현하려면 현실적인 시나리오와 목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올해부터 시행되는 친환경차 보급목표제가 이런 방향을 겨냥하는 제도’라고 평가하고 2030년과 2050년의 구체적인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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