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지와 도착지 다르면 석유사업법상 착지변경 위반

주유소협회에 의심 제보 잇따라, 석유관리원에 조사 요청

공적 자산 부당 이득 확인시 유통 질서 훼손 책임 불가피

전북 전주시의 한 알뜰주유소 전경.(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정부 상표 브랜드인 알뜰주유소에서 석유사업법령에서 금지하는 착지 변경을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유소협회는 회원들의 제보가 이어지자 감독기관인 석유관리원에 착지 변경에 대한 계도활동 강화와 함께 알뜰주유소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착지 변경’이란 여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법인이나 운영인이 계열 주유소에서 판매할 석유제품을 한 주유소로 묶어 구매한 후 공급은 각 계열주유소에 나누어 공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러 주유소 물량을 묶어 한꺼번에 주문하면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상거래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행위인데 석유사업법령에서는 주유소 영업 범위 및 영업 방법 위반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인천과 경기 남부권 주유소들이 착지 변경으로 적발돼 관할 지자체로부터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알뜰주유소들의 착지 변경 행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알뜰주유소 석유 공급사업자인 석유공사에 여러 주유소의 물량을 한 주유소로 몰아 주문한 후 공급단계에서는 다시 쪼개 공급받는 착지변경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 동일 법인이어도 타사 출하 규정 지켜야

협회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2~5개의 계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일부 알뜰주유소에서 주 사업장 주유소 명의로 2~5개 주유소에서 판매할 석유제품을 일괄 주문하고 배송단계에서는 각 계열 주유소로 나누어 배송하고 있다.

이때 석유제품을 대표로 주문한 주유소와 나눠 배송받은 계열 주유소 사이에는 거래 관계가 성립된다.

석유사업법령에 근거해 주유소들은 석유관리원에서 석유 입출하와 판매 현황 등이 담긴 거래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동일 법인 소속인 계열 주유소 끼리라도 타 사 출하를 통해 석유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주유소간 타 사 출하는 홈로리 등을 통한 이동판매 방법으로 거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이동 판매할 수 있는 유종은 경유와 등유로 제한되어 있어 휘발유를 타사 출하한 경우 ‘이동판매방법 위반’에 해당돼 처벌받게 된다는 점이다.

◇ 착지변경 통해 알뜰→일반주유소 공급 의심도 

알뜰주유소 착지변경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서’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공급한 석유제품의 전부를 해당 알뜰주유소의 주소지에서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석유공사는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주유소는 알뜰상표를 제거해야 한다.

더욱이 일부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공급받은 석유제품을 알뜰주유소가 아닌 일반 상표 주유소에도 공급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공급되는 석유제품은 정부 주도 아래 석유공사가 4개 정유사와 경쟁입찰을 거쳐 가장 낮은 공급단가를 제시한 곳과 약정단가 계약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약정단가’는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제품가격이 기준이 되는데 정해진 계산식에 따라 공급가격이 산정되면서 일시적인 수급 불안 등이 발생돼도 안정적인 가격 체계가 형성된다.

실제로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로 석유소비가 급감하고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줄였고 국내 수급 불안 요인이 발생하면서 내수 가격이 출렁이고 있는데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약정단가로 공급받으면서 일반주유소 보다 리터당 80원 정도 낮은 가격에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알뜰주유소들이 석유공사에서 구매한 석유제품을 일반 주유소에 판매하거나 유통시키면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석유공사의 비축과 저장시설 등 공적 자산 등이 활용되고 각종 지원을 받아 구매되는 알뜰주유소용 석유제품이 일반 주유소 시장에 흘러 들어가 유통 질서를 훼손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 공적영역 지원받은 알뜰주유소 불법 확인시 책임 소재 가려야

알뜰주유소 착지 변경 위반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유소협회는 감독 기관인 석유관리원이 법 위반과 관련한 사전 예방과 사후 감독 활동에 나서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알뜰주유소에 착지변경 행위는 법위반 사항임을 고지하고 위반시 처분 내용을 정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착지 위반이나 일반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제보와 관련해서도 석유관리원이 즉각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법 위반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하지만 석유공사 측은 알뜰주유소의 착지 변경은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석유 주문지와 도착지는 항상 같을 수 밖에 없어 착지변경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알뜰주유소 계약시 석유공사에서 공급받은 석유제품은 최종 소비자에게만 판매하게 명시되어 있어 계약을 위반해 계열주유소나 타 주유소로 판매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하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 지 취재 결과 지난 2019년 전북 모 지역의 알뜰주유소가 착지 변경 위반으로 석유공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고 최근 들어 알뜰용 석유가 일반주유소에 유통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관련 의심 사례 등이 접수될 경우 감독기관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알뜰 브랜드의 공적 자산이 유통 질서를 훼손한데 대한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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