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 주유소 표준계약서 도입 검토 위한 서면 조사 착수 

연말까지 주유소‧보일러 등 6개 업종 표준계약서 도입 여부 결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와 주유소간 대리점표준거래계약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정유 4사에 거래 관계에 있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일반판매소의 거래처 명단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와 주유소간 거래 관계에 대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주유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와 관련 최근 공정위는 4개 정유사에 거래관계에 있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판매소 사업자 목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남양유업이 자영 대리점에 대한 갑질 등의 횡포로 사회문제화 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대리점과 공급업자 사이의 표준계약서 도입이 석유유통을 비롯한 소매업종으로 확대될 필요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위의 대리점법에 근거한 ‘대리점’은 석유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석유대리점’과는 차이가 있다.

석유사업법에 따른 ‘석유대리점’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의 중간 유통업자 개념이다.

하지만 공정위 대리점법에 따른 ‘대리점’은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소비자나 소매업장에게 재판매하거나 위탁판매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급업자는 생산한 상품을 대리점에게 공급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마련된 공정위의 ‘대리점분야 불공정 거래 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에 따르면 시장의 독점화와 신규 공급업자의 진입이 곤란한 경우와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의 사업 능력의 격차가 큰 경우 등을 고려해 대리점의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거래관계도 대리점법에 따른 ‘대리점거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대리점 표준거래 계약서,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위한 내용 담겨

지난해 공정위는 제약·자동차판매·자동차부품 3개 업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표준대리점계약서를 제정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실태조사 결과 업종별 시장상황과 주요 불공정거래행태, 제도개선 희망사항 등에 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표준계약서는 안정적 거래 보장과 거래조건 합리화,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3개 업종 공통으로 최소 계약기간, 계약해지의 사유와 절차, 반품사유,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등을 명시했다.

개별 업종별로는 제약업종은 리베이트 신고에 대한 보복조치 금지, 정보요구의 제한 등을 규정했으며 자동차판매업종은 대리점의 시설·인력 관리기준 사전 공개, 인테리어 시공기준 등을, 자동차부품업종은 타 사업자 상품 취급허용, 거래종료시 재고 환입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

또 서면계약서 미교부,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주문내역 확인 요청 거부 및 회피, 보복조치 등을 금지했다.

◇ 연말까지 주유소‧보일러 등 6개 업종 표준계약서 검토

지난 2016년 남양유업 사태로 대리점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현행 표준계약서가 제정된 업종은 식음료와 의류, 통신, 제약, 자동차판매, 자동차부품 등 6개 업종이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통해 주유소를 비롯해 가구와 가전, 도서출판, 보일러, 의료기기 등 6개 업종에 대해서도 표준계약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7월 중으로 6개 업종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검토한 후 필요시 12월까지 표준계약서 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2010년 주유소의 대 정유사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준을 이미 마련한바 있어 중복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정유사-주유소간 모범거래기준 이미 운용 중

지난 2009년 공정위는 정유사의 전량구매계약에 대해 조사한 후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에 대해 시정조치를 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주유소들이 다른 정유사의 값싼 현물제품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이를 구입‧판매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가중된다며 주유소가 정유사와 협상시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모범 거래기준인 ‘석유정제업자와 주유소의 공정한 거래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 발표했다.

혼합판매 문제 등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자영주유소들이 거대 정유사와 휘발유‧경유 등의 공급계약을 맺을 때 자칫 불리하게 정해질 수 있는 계약상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하고 공정한 계약방법과 기준을 공정위가 제시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정유사들은 주유소에 전량구매계약의 변경의사를 조사한 후 주유소가 혼합판매계약 선택시 별도 기준에 따라 변경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처럼 정유사와 주유소의 거래관계에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기준이 마련된 상태에서 또다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정유사들은 껄끄러워하면서도 일단은 관망 중이다.

1만 여 개 주유소에 대한 서면조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지켜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유소업계에서는 정유사와의 불공정계약을 개선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예전에 비해 상표변경이나 혼합판매에 대한 불공정 거래는 완화됐지만 중도해약 등 일부 사례들에 대해 여전히 정유사와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유사의 공급가격 결정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일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의 투명하지 않은 공급가격으로 인해 주유소가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보니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이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7월까지 주유소에 대한 서면조사를 마치고 표준계약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주유소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요약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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