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정유사 보다 싸다…불공정 경쟁 ‘반발’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정유사 보다 싸다…불공정 경쟁 ‘반발’ 
  • 정상필 기자
  • 승인 2020.06.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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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개 알뜰주유소 중 96.5%가 정유사 공급가격 아래로 판매 중
석유공사와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 차이 리터당 80원대 달해
알뜰 계약 단가에 코로나 19 따른 수급 불안 요인 등 반영 안돼
같은 기름·다른 가격에 부당염매 불만 커져, 주유소협회 집단행동도 시사

 

[지앤이타임즈]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정유사들이 일반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현상이 발생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가 부당 염매로 불공정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면 정부에 시정을 요청하고 있다.

본지가 오피넷에 공개된 주유소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9일 기준 1200개 알뜰주유소 중 정유사 입금 가격인 1330원 아래로 판매하는 주유소는 96.5%인 1158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사 입금 가격’이란 석유 판매 가격을 월말에 최종 확정하기에 앞서 주유소에서 석유 주문을 받기 위해 일단위로 통보하는 가격을 말하는데 최근들어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 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1만 160여 일반 주유소중 정유사 입금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곳은 7540곳으로 74.2%로 집계됐다.

일반주유소들은 관행적으로 월말 사후 정산 과정을 거쳐 당초 구매 단가 중 일부를 보전받고 있지만 일단은 정유사에서 구매하는 단가 보다 낮게 판매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반 주유소 업계는 경쟁 상대인 알뜰주유소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되고 있어 구입 가격 인상 요인 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일부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 알뜰 공급가 120원 오르는 동안 일반주유소는 200원 올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3불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5월 이후 산유국들의 감산 재개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완화로 석유수요 회복이 기대되면서 반등해 지난 7일 기준 배럴당 40불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때 통보하는 입금가격은 지난달 초 휘발유가 리터당 1,130원대였지만 이달 초에는 1,330원대로 200원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리터당 1,100원에서 1,220원으로 120원 오르는데 그쳤다.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 보다 리터당 80원 정도 낮게 공급받고 있는 셈이다.

◇ 국내 가격 변동 요인 반영 없는 알뜰주유소 입찰 단가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이 일반주유소 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가격 결정 방식 차이와 국내 석유수급 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운영권자인 석유공사 역시 공동구매를 통해 정유사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계약 방식에서 유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실시한 입찰에서 석유공사는 공급사로 선정된 정유사와 향후 2년 동안 약정단가에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약정 단가’는 싱가포르 석유 가격 지표인 MOPS(Mean of Platts Singapore)를 기본 가격으로 지역 프리미엄과 환율, 관세를 포함한 제세부과금 등을 감안해 책정된다.

국제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약정단가를 정하다보니 국내 시장 변동성에 따른 추가 비용은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코로나 19 사태로 국내 정유사 가동율이 떨어지고 정유공장 정기보수가 겹치면서 발생한 수급 불안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은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것.

알뜰주유소 운영 과정에서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실천중인 석유공사가 유통비용 없이 정유사 약정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도 일반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력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불공정 경쟁행위…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이 정유사 공급 가격 보다 낮은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반주유소들이 정유사 공급 가격 보다도 낮게 판매하는 알뜰주유소에서 석유를 구매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계약 조건 등에 따라 석유공사가 정유사에서 공동 구매한 물량은 알뜰주유소에서만 판매돼야 한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에서 일반주유소로 석유를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인데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은 알뜰주유소가 기름 판매를 거부하자 석유사업법 조항을 적용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사업법에서는 ‘정당한 사유없이 판매를 제한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일반주유소가 원할 경우 알뜰주유소는 기름을 판매해야 한다고 압박중인 것.

이런 가운데 주유소협회에서 알뜰주유소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한 정부 조치를 촉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유소협회 경남도회는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 공급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부당염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정 경쟁을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주유소협회 경남도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산업부에서 빠른 시일 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알뜰주유소의 불공정 경쟁 행위를 묵인하는 정부 규탄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정부 상표인 알뜰주유소의 부당염매를 정부가 판정내리고 시정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