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공학대학 학장)

[지앤이타임즈 : 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공학대학 학장)]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COVID-19라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황을 겪고 있다.

혹자는 앞으로 세계가 코로나 전과 후(Before Corona After Corona)로 나뉘어지며, 코로나 전의 사회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각 산업 분야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느라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의 경우는 특히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주력 업종 중 하나로 고심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후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두 가지 대조적인 예측은 가능하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이동수단인 자동차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나 공유 차량 보다는 개별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개인용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 예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호텔 등을 피해 조용히 혼자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기 위한 차박(차안에서 숙박)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후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COVID-19의 여파에 따른 심각한 자동차 판매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올해 상반기의 자동차 글로벌 판매대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조해 2020년의 신차 판매대수는 지난 해보다 15% 정도 줄어든 7,660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돼 자동차 회사들은 재정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까지 적어도 2년 정도는 걸려 2022년 경에 판매대수가 9000만대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하루 빨리 자동차 회사의 재정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친환경 자동차 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증가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는 캐시 카우(Cash cow)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차 효과에 힘입어 상반기 실적이 그나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구성부품 수와 공급업체 수가 전기자동차에 비해 월등히 많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당분간은 국가 고용 유지와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 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위기는 기회’라는 표현이 있듯이 다른 경쟁 국가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더욱 많은 투자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려운 현 상황 아래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투자 전략을 수립해 하루 빨리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내연기관 다시 집중하려는 움직임 감지되고 있어

사실은 COVID-19 사태 전부터 전기자동차의 전 생애 주기분석(LCA) 차원의 CO₂배출 문제와 전기자동차 판매가 예상 보다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배경으로 다시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여기에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가격이 비싸고 불편한 제품 보다는 저렴하면서 편리하고 익숙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진 것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다시 찾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의 원인 중 하나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어들고 가스와 석탄 발전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 생산 시의 CO₂배출이 전기자동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의 경우 전기 발생 시와 배터리 제조 시의 CO₂배출을 모두 포함하면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는 아직 배출량이 적지만, 개발 중인 열효율이 50%를 넘는 차세대 고효율 엔진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CO₂배출량을 고려하면 열효율이 50% 이상이고 신재생 연료를 사용하는 고효율 엔진은 충분히 전기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경쟁상대국인 일본과 유럽 및 미국에서 친환경자동차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여전히 내연기관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내연기관의 열효율 향상을 위한 정부 차원의 R&D 지원과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유럽은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고 중국내 시장 점유율도 높아 어쩔 수 없이 중국 정책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수출 대상국이 다양해 전기자동차에 올인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투입해 해당 지역 규제를 만족시키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근래 들어 선박 배기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당장 선박의 동력원을 전기나 연료전지로 대체하기는 어려워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5년 정도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해 갈 수 있는 ‘골든 타임(Golden Time)’이 될 텐데 특정 동력원에 집중하기 보다는 균형 잡힌 지원을 통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건전한 육성과 미래 자동차 산업으로의 자연스런 변환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 금융지원이 절실한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융자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내연기관은 퇴출대상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동차의 주요 동력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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