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사, 운영권 재연장 불이익 감수하면서 자율적 기름값 책정

전국 알뜰 평균 보다 40원/ℓ 낮아야 기름값 인하 평가서 ‘만점’

민자 투입 주유소는 EX-알뜰 포기하고 정유사 상표로 전환

생산성본부 연구 용역 결과도 ‘기름값 결정 개입 요소 줄이라’ 주문

배점 낮췄을 뿐 평가 여전, 능률협회에 일반 주유소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의뢰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영동고속도로 상에서 두 곳의 고속도로 주유소를 위탁 운영중인 한 업체가 도로공사의 기름값 결정 방식에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여주(인천방향)EX알뜰주유소는 2일 기준 휘발유를 리터당 1389원에 판매했고 같은 노선의 횡성(하) EX알뜰주유소 여주 EX알뜰주유소와 같은 가격을 내걸었다.

같은 날 오피넷에 공개된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276.43원으로 이 보다 높았고 고속도로 EX알뜰주유소 평균 가격인 1198.35원과 비교하면 190원 이상 비쌌다.

이들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 판매 가격이 주목을 받는데는 도로공사로 부터의 불이익을 사실상 감수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주유소를 포함한 고속도로휴게소를 민간에 위탁 운영중이며 정기적으로 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고 계약 재연장 여부에 반영하고 있다.

이중 주유소의 경우 전체 서비스 평가 항목 중 기름값 인하 비중이 32%로 절대적으로 높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기름값을 높게 책정하면 운영권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로공사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아 계약 해지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주와 횡성 고속도로 주유소를 위탁 운영하는 W사는 고속도로 EX 알뜰 주유소 평균 보다 상당 폭 높은 가격을 내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 운영권 연장 여부를 쥐고 있는 도로공사가 가격 위주 경쟁을 제도적으로 강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데 따른 반발로 해석되고 있다.

◇ 도로공사의 부당한 경영 개입, 공정위에 신고되기도

도로공사가 기름값 결정에 개입하면서 고속도로 EX알뜰주유소들의 판매량은 크게 늘었지만 마진은 갈수록 위축돼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불만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민간 자본이 투입된 고속도로 복합민자휴게소들은 진작에 고속도로 주유소 상표에서 도로공사의 기름값 결정 개입을 받는 EX 알뜰을 떼고 정유사 상표를 도입중이다.

공기업인 도로공사 소유 주유소를 위탁 운영할 경우 정부 상표인 알뜰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데 반해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고속도로 주유소의 경우 상표 사용이 자유로워 알뜰 대신 독자적으로 상표 도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외곽고속도로 상에서는 시흥하늘(SK), 의왕청계(현대오일뱅크), 서하남(에쓰-오일)이 정유사 상표를 도입했고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대천, 고창, 행담도휴게소 등의 주유소가 정유사와 석유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 소유 주유소를 위탁 운영하는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EX-알뜰 상표를 도입하고 운영권 연장 과정에서 석유 판매 가격을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 사업자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는 도로공사가 운영권 연장 평가를 빌미로 고속도로 주유소들의 판매 가격에 개입하는 불공정행위를 주도한다며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중 경영간섭’ 조항을 들어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 등 석유 관련 사업자 단체 집행부는 지난 2017년 3월, 김천 소재 도로공사 앞에서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지탄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모습.

고속도로주유소 기름가격 개입의 문제점은 도로공사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에 대한 부당한 개입 논란이 커지면서 도로공사는 지난 2016년 한국생산성본부에 ‘휴게시설 운영서비스 평가 제도 개선 연구’를 의뢰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 조차 도로공사의 기름 판매 가격 개입에 대한 고속도로 주유소 사업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매출 큰 폭 상승, 수익은 큰 폭 하락

생산성본부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고속도로주유소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수익은 크게 줄었고 운영자들의 불만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공사 고속도로주유소의 2010년 휘발유 판매량은 3억2000만 리터에 그쳤는데 알뜰 상표가 도입되고 도로공사가 기름값 판매 가격에 개입하면서 2017년에는 7억5500만 리터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유 판매량은 3억6100만 리터에서 13억1900만 리터로 3.65배 상승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각각 15.5%와 25.4% 늘어나는데 그쳐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인하에 따른 석유 판매 집중 현상이 확인됐다.

문제는 매출액은 늘었지만 마진은 계속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당시 생산성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7년 고속도로주유소의 석유 판매 마진이 60~70% 선까지 떨어졌다.

특히 도로공사에 납부하는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0.4%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산성본부는 도로공사의 기름값 인하 유도 정책에 대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의 입장도 청취했는데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고속도로 주유소 소장들은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종업원 급여 지급도 부담이 되고 있다’, ‘매출 이익에서 카드수수료 및 임대료를 제외하면 적자’, ‘이익을 줄여 가격을 인하하는 (도로공사의) 지표가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생산성본부는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주유소의 석유 판매가격 인하 노력에 대한 평가 배점을 낮춰 기름값 결정에 개입할 요소를 줄이라고 주문했고 도로공사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항목 중 기름값 인하 노력에 대한 평가 배점을 총 60점에서 40점으로 낮춘 것.

또한 기름값 인하 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조건으로 알뜰주유소 평균 판매가격 보다 리터당 50원 이상 낮게 팔아야 하던 것을 40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알뜰주유소 평균 보다 상당 폭 낮은 수준의 기름 가격을 강요받고 있다는 고속도로 주유소들의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여주 고속도로 주유소 처럼 운영권 해지를 불사하면서까지 기름값을 높이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도로공사 개입에 따른 고속도로 주유소의 최저가 판매 전략으로 고속도로 밖 주유소들의 매출이 급락하는 등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일반 주유소 업계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해 도로공사는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와 함께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이 고속도로 밖 일반 주유소의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돼 연구 결과가 고속도로 주유소 경영에 대한 도로공사의 평가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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