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경미한 위반에 ‘사업정지’까지…처분기준 ‘경고’로 완화 요구

영업방법 위반 명확한 규정 없어 사업자 혼란 가중

석유사업법상 석유판매업 통합 필요 의견도 대두돼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우리나라 석유산업을 관장하는 석유사업법은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적정한 품질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가짜석유와 정량미달 판매 등 석유유통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한 사업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조항도 포함돼 있다.

석유사업자들이 해서는 안되는 사항을 규정한 ‘행위의 금지’가 해당 조항인데, 위반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등록취소나 사업정지, 과징금 등 강도 높은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

그런데 석유사업자의 단순한 행정착오나 경미한 실수인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위반도 ‘행위의 금지’에 포함돼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있다.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이란 석유사업자별 공급받을 수 있는 사업자와 거래방법 등을 정해둔 규정이다.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사업정지 1개월 또는 석유판매업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있다.

위반 행위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나 유통질서 문란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영업방법 위반행위가 가짜석유나 정량미달 판매를 처벌하는 ‘행위의 금지’에 포함돼 있다 보니 경미한 위반행위에도 과도한 처벌이 부과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석유사업법 상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 없어 석유사업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주요 위반 사항에는 ▲석유사업자 업역을 벗어난 공급행위인 ‘역거래’▲저장시설 임대행위인 ‘보관주유’▲적재용량을 초과하는 이동판매 ▲휘발유 이동판매 위반인 ‘착지변경’▲이동판매방법으로 차량 등에 직접 주유 ▲자신의 영업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거래처에 직송거래 ▲‘용기(말통) 배달판매 등을 들수 있다.

이러한 위반행위에 대해 석유사업법령에서는 각 석유판매사업자별 ‘정의’에 나열된 규정으로 영업 범위와 방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자인 석유판매업자’라는 규정은 저장시설을 임대하거나 임차하는 보관주유를 금지하는 근거로 해석되고 있다.

보관주유는 일종의 알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접 판매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위반행위가 ‘정의’조항에 묶여있다 보니 석유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영업범위 위반이고 어떤 것이 영업방법을 어겼는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가짜석유 절반 감소…영업방법 위반은 두배이상 증가

그동안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 위반은 이동판매차량을 사용해 덤프트럭이나 화물차 등의 차량에 주유하는 행위나 등유 배달판매 행위가 주로 적발됐을 뿐 그 외 행위로 적발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2~3년사이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석유사업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석유관리원 적발실적에 따르면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 위반으로 적발된 석유사업자는 2015년 163곳, 2016년 209곳, 2017년 206곳이 적발됐다가 2018년 412곳으로 1년만에 두배 증가하더니 2019년에는 558곳까지 급증했다.

석유사업자들은 2018년 이후 가짜석유가 감소하면서 석유관리원이 경영평가 실적 쌓기용으로 유통검사를 강화해 단순 경미한 영업범위나 영업방법 위반 적발실적이 급증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석유관리원 적발실적에서 가짜석유와 정량미달 판매로 적발된 업소는 2018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관리원은 적발 후 바로 지자체에 위반사실을 통보함에 따라 적발된 석유사업자들에게 무거운 행정처벌이 부과돼 석유사업자들의 경영의욕을 꺾어놓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경미한 실수나 단순 행정착오 등에 대해 석유사업자들이 소명을 하더라도 기계적으로 행정처벌을 내려 이에 불복하는 석유사업자들의 행정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 ‘보관주유’·‘착지변경’ 위반사례 증가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 가운데 보관주유로 적발된 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보관주유 적발사례

대전 소재 한 석유대리점은 임원과 직원들이 영업활동을 위해 회사 직영주유소 5곳을 이용하며 주유한 내역을 세법상 행정서류 처리를 위해 서울에 위치한 A주유소로 이관해 처리했다.

30년 넘게 관행처럼 해온 사무로 차량당 주유량은 20~40리터 정도였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주유한 결제금액과 공급한 물량에 대해 서울 소재 동일법인 직영주유소로 이관시켜 세금계산서를 처리한 것은 ‘보관주유’행위에 해당한다며 5개 주유소 모두를 영업방법 위반으로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다.

휘발유 이동판매 행위로 적발된 사례도 크게 늘었다.

착지변경 및 직접판매 위반사례

인천시와 경기 남부권에서 복수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법인이나 사업자들은 계열 주유소의 구매물량을 한 주유소로 몰아서 구매한 후 배송 단계에서 도착지는 개별 주유소로 공급하는 이른바 ‘착지변경’을 해오다 석유관리원에 적발됐다.

관행처럼 수십년간 이어져온 행위로 물량이 많아지면 구매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많은 주유소들이 이같은 구매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A, B, C 주유소를 운영하는 운영인이 구매물량을 모아 A주유소로 주문 후 배송단계에서는 도착지를 A, B, C 주유소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A주유소가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시 B, C 주유소에 타사출하 했음을 보고했는데, 등‧경유를 비롯해 휘발유도 타사출하로 보고하다보니 휘발유 이동판매 행위로 적발된 것이다.

주유소에 대한 정의에 이동판매방법으로 등‧경유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주유소는 정유사 탱크로리를 통해 직접 B, C주유소에 공급받았다고 항변했지만 석유관리원은 타사출하로 휘발유 이동판매 행위에 해당한다며 영업방법 위반으로 지자체에 통보했다.

◇ 처벌기준 ‘사업정지 1개월’→ ‘경고’ 완화 건의

이밖에도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영업방법까지 제한하는 것에 대해 석유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석유사업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석유판매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석유사업법의 입법 취지인 ‘석유의 수급 및 가격의 안정, 그리고 석유제품의 적정한 품질확보’를 전제로 상거래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는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의 주장이지만 석유대리점이나 주유소, 석유일반판매소 등으로 구분된 석유판매업이 통합될 경우 업역구분이 사라지면서 영업범위에 대한 규정은 불필요하게 된다.

지난 11일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단순 경미한 행위가 대부분인 ‘영업범위 및 영업방법’으로 1회 위반시 영업정지 1개월이라는 처벌은 과도하다며 악의적인 판매행위가 아닌 고의성이 없는 위반의 경우 행정처분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산업부는 석유유통단체들의 처벌기준 완화 건의에 대해 적극 검토할 계획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처분을 받을 경우 형사고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한층 완화된 처벌을 받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상거래와는 달리 과도한 영업제한이라는 지적은 유효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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