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평 에너지전환 테크포럼서 그린 뉴딜 해법 모색
EU 탄소가격제 대응, 수출 경쟁력 확보 위해서도 중요
‘탄소 저감 기업 인센티브도 그린 뉴딜 포함해야’ 주문
지앤이타임즈 홍권표 위원 ‘분산형 전원으로 일자리 창출’ 제안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EU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매개로 탄소세 등을 부과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 19 팬데믹 극복 방안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그린 뉴딜을 계기로 탈탄소 경제 질서로 전환하고 세계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등 산업 분야의 저감 노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그린뉴딜의 한 영역이 돼야 하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마이크로그리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 유도될 수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8일 코엑스에서 ‘제1회 에너지전환 테크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 주제는 ‘넥스트 코로나, 그린 뉴딜로 기후·경제·일자리 삼각 파고 넘는다’로 코로나로 직면한 에너지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그린 뉴딜을 위기 극복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이 모색됐다.
‘유럽 그린딜 관련 국제사회 이슈와 시사점’을 발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 문진영 팀장에 따르면 EU는 지난 해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지구 최초의 탄소중립대륙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이다.
탄소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일환으로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로 설정했던 것을 50~5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3월에는 기후법(Climate Law)을 제안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행 수단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EU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국가의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메커니즘(Carbon boarder adjustment mechanism)을 고려하고 있다.
탄소 등의 배출과 관련한 향후 국제 사회 교역과 투자, 금융 등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소배출을 시장 메커니즘으로 접근하는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가 확산되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부여해 배출 주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수단인데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이 일반적이다.
탄소세는 에너지원별 탄소함유량에 따라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핀란드, 스위스, 프랑스 등에서 운영중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주체에게 배출할당량을 부과하고 부족한 물량은 구매해 충족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지우는 제도로 우리나라와 EU, 뉴질랜드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진영 팀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탄소 순수입국이지만 한국은 순수출국이며 OECD국가중 탄소 순수출국은 한국 이외에 캐나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향후 EU 등을 중심으로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고 탄소세 부과 등에 나설 경우 무역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 코로나 19 보다 기후 위기가 더 장기적 재앙
블루 이코노미 전략연구원 김진오 원장은 ‘코로나 19 대책으로서의 에너지 기술혁신과 그린 뉴딜’ 발표에서 기후 변화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오 원장은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방치하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58조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40% 이상을 석탄발전에서 얻는 현재의 발전믹스를 전환하기 않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어렵고 EU가 국경탄소세 도입을 검토하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등의 수출 분야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단기적 재앙 수준이지만 기후 위기는 장기적 재앙일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국제무역 이론을 거스르는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진오 원장은 ‘한국형 그린 뉴딜의 빠른 도입만이 전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갖고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개발과 이용보급 확대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 저탄소신산업추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적-경제적 불평등해소, 기후변화 해결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 서왕진 원장은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성장이 위축됐지만 대기오염이 줄어든 역설적인 상황을 소개했다
코로나 19로 올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해에 비해 8% 줄어들어 역대 가장 큰 배출량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고 WTO는 올해 세계 무역량이 13~3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국가들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의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부양 정책을 마련중이지만 ‘녹색정책’은 미흡하다고 서왕진 원장은 분석했다.
G20국가에서 약 7조3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과 회복을 위한 재정 지출을 계획중이지만 주로 복지나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약 300여개 정책중 4%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녹색정책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서왕진 원장은 ‘그린 뉴딜을 통해 코로나 19 글로벌 경제 위기를 탈탄소 경제 질서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저탄소 인프라와 포용적 경제 구축을 통해 에너지 전환, 녹색 일자리 창출, 에너지 환경 복지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린뉴딜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로 민간 시장을 선도하고 인센티브 확대와 함께 적절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너지와 온실가스 주 소비와 배출처인 도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지역과 도시 중심의 그린 뉴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 그린 뉴딜, 일자리 창출 연계가 중요
패널 토론에서는 그린 뉴딜과 일자리 창출이 연계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노동연구원 김승택 선임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실업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며 ‘그린산업이 타 산업을 축소시키는 개념이 된다면 다른 일자리가 줄어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택 연구위원은 ‘그린 뉴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린 산업으로 일자리가 대체되는 효과 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며 기존의 비그린 산업에서 그린산업으로 새로 넘어 오는 인력 등에 대한 교육 훈련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홍권표 지앤이타임즈 논설위원(전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GDP 중 대외 무역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통상 중심 국가인데 코로나 19 사태 이후 제조업 중심의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선진국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그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탈탄소 재생에너지 뿐’이라고 진단했다.
홍권표 논설위원은 RE100 기업들의 상품 규제와 선진국의 탄소세 규제에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도 대응할 수없어 우리나라 탄소 프리(CO2 free)기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앙 급전 방식은 재생에너지를 거부하는 시스템이나 마찬가지’라며 에너지원별 특성에 맞는 마이크로 그리드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홍권표 논설위원은 그리드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급증하고 있는데 중앙급전방식은 사이버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이버공격에 보험같은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확대하는 것이 그린 뉴딜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해지고 재생에너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RPS 의무비율 상향등을 통한 REC가격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규창 한화큐셀 정책파트장은 ‘그린뉴딜에는 산업정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특히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산업의 온실가스 발생량과 저감 비용 등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가 그린 뉴딜에 감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재호 단장은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전제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좀 더 뛰어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25% 이상의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이 개발되고 있는 것 처럼 기술개발이 이뤄지거나 건물이나 수송부문에 재생에너지가 공급되고 효율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 더 용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기연구원 손성호 선임 연구원은 ‘최근 논의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모두 에너지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하고 ‘디지털 뉴딜은 기존의 노후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새로운 에너지 수요를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에너지 산업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성호 선임연구원은 또 ‘재생에너지 산업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고용 플러스 효과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IT 기반의 신산업 창출과 정부의 정책적인 R&D 지원이 동반돼 새로운 혁신 경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