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의 시범보급사업이 지난 2002년에 시작됐으니 벌써 5년이 흘렀다.

오는 7월 이후 부터는 정유사들이 바이오디젤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경유에 혼합 판매하게 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부응해 정유사들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보급을 지원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이 잘 굴러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구매해야 하는 바이오디젤의 공급권한을 둘러 싸고 갈등이 확산되는 등 시장의 모습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갈등의 핵심은 선발업체들의 기득권과 후발업체들의 자유로운 시장 참입 욕구가 충돌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사실 바이오디젤이 본 보급 사업까지 확대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는 몇몇 선도 업체들이 열악한 시장환경을 인내해가며 끊임없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정책을 주창해온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노력들이 높게 평가받아 정유업계는 오는 7월부터 향후 2년간 바이오디젤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경유에 혼합,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선도 업체들이 제품의 공급권한과 관련한 기득권을 주장할만 하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공감되는 권리를 시장이 이해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SK케미칼과 애경유화 같은 대기업들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플랜트를 갖추고 생산사업자 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이오디젤 사업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으로 지정되지도 않았고 신규 참입을 제한하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데 이들 회사들이 선도업체들의 기득권까지 수용하면서 시장을 포기할리는 없다.

기업이 공개된 이들 회사들은 이미 공시를 통해서도 바이오디젤 사업 진출을 주주들에게 약속한 상태다.

- 바이오연료, 말뿐인 고유가 해결책 -

신재생에너지중 가장 손 쉽게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은 고유가와 원유수급불안 등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정부의 활동상을 홍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현 정부 들어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에너지자문회의에서도 바이오디젤은 고유가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중 하나로 빠짐없이 소개됐을 정도다.

환경친화적인 기능에 원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바이오연료라는 측면이 갖는 장점이 분명한 만큼 정책홍보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해에 소비되는 경유가 1억4000여만배럴에 달하는데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4년동안의 시범보급 사업기간동안 시중에 공급된 바이오디젤은 17만5386만배럴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디젤을 띄워도 너무 띄웠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바이오디젤의 시장을 키울수도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연료 열풍이 불면서 원료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안정적인 수급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오디젤 원료의 주산지인 남미 일부 국가가 바이오디젤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쳐 수주 사이에 대두유 가격은 톤당 500불에서 50불 이상이 인상됐다는 소식이다.

다국적 곡물회사인 카길 등은 대두유 등 곡물자원을 무기화하며 원유가격의 변동과 연동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원료중 하나인 유채유의 시범생산사업과 관련해서는 농림부가 오는 2007년 이후 3년간 1500ha 경작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초보단계다.

바이오디젤 원료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려 5년여가 넘도록 바이오디젤의 시범보급사업을 벌였지만 자동차제작사나 부품회사들이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 BD20 형태만 고집해오다 결국 오는 하반기부터는 사용범위를 극히 제한적인 범위로 줄이게 됐다.

정부는 부랴부랴 정유사의 등을 떠밀어 경유에 일정량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공급사 선정을 둘러 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원료를 어떻게 마련하고 가격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하고 자동차 품질에 대한 보증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바이오디젤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서두르면서 유일하게 늘어난 것은 바이오디젤 생산 플랜트뿐이다.

현재 산업자원부에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8곳에 달한다.

SK케미칼과 애경유화를 합하면 1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외에도 에코솔루션이나 KCI, 넥스오일 등의 중소 업체들이 바이오디젤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늘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바이오디젤 원액을 수입하는 회사만도 전국적으로 300여곳에 달한다는게 산자부의 분석이다.

수입업자들의 난립으로 바이오디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사석유화돼서 시중에 유통될지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손바닥만한 바이오디젤 시장의 파이를 나눠 갖겠다고 덤벼드는 회사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이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했다는 이유로 특정 업체에게 시장을 담보해주고 또 대기업이니까 시장에 진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장에서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역할 역시 에너지수급안보나 품질의 안정성, 가격경쟁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경쟁하는 모습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는 사이 몇몇 회사들은 바이오디젤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단순한 공시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하고 있으니 오히려 다른 쪽에서 정부정책홍보의 수혜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알맹이 없는 정책홍보와 정부 행정의 조급증이 바이오디젤산업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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