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천연가스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서
가스공사·SK, 목적지제한 없는 미국산 LNG 확대
공급초과 상황 발생 시 잉여물량 中·日에 재판매

▲ 한국가스공사 평택생산기지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구체적인 가격정보는 공개할 수 없지만 이번 계약은 가스공사의 기존 대비 약 70% 수준으로 국내 직수입을 포함한 국내외 미국산 도입계약 중 최저가에 해당된다”.

“특히 그동안 중동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으나 도입지역을 다변화, 공급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지난해 9월 한국가스공사가 BP(BP Singapore Pte. Limited)와 2025년부터 15년간 연간 158만톤의 미국산 LNG 도입 계약에 대한 공사 담당자 발언이다.

가스공사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등의 이유로 목적지 제한 조항이나 의무인수조항이 적용된 계약을 체결해왔으나 2011년 이후 끊임없이 도입계약 유연화를 추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천연가스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2005년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와 협력해 도입계약 평가지표를 마련한 이후로 2011년 가스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고려해 평가지표, 평가방법 등을 수정·보완한 바 있다.

또 2011년 평가지표 보완 시 물량 유연성과 재판매 조항 등을 포함하는 인수유연성 평가지표를 추가했다. 

아울러 2019년 초 국내외 천연가스 수급 환경의 변화, 관련 규제 환경의 변화, 기존 계약의 취약성 등을 고려해 도입계약 평가지표, 세부 평가항목, 평가방법 등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다시 한번 거쳤다. 

전체 평가지표에서 인수유연성 지표의 비중을 확대, LNG 도입계약 평가에서 재판매 조항 포함 여부 등의 계약 유연성을 강조했다. 

미국산 LNG 도입계약에는 목적지 제한이 없으며, 재판매 금지조항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급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공급초과 상황이 발생하면 잉여물량을 가까운 중국, 일본 등에 재판매가 가능하다. 향후 지속적인 미국산 LNG 도입의 비중 증가를 통해 LNG 도입선 다변화 및 LNG 수급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산 LNG 도입계약에서는 보통 미국 거래허브인 헨리허브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계약상 가격 지표로 활용하며, 유가연동계약과는 달리 계약에 가격재협상 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국내 LNG 도입계약은 대부분 유가연동 계약으로 이뤄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유가는 변동성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체 LNG 도입계약을 포트폴리오 관리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가격지표에 연동되는 계약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미래 기대가격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로 다른 기대가격과 위험을 띠는 유가와 헨리허브 연동 계약의 비중이 적절하게 구성되는 도입계약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LNG 구매계약 방식별 변화

◆ 다양해지는 LNG 도입계약 방식 

에경연은 보고서에서 LNG 구매자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물량을 다양한 가격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며, LNG 도입계약 방식이 상품 매매계약(SPA), 액화플랜트 이용계약(LTA)과 지분물량계약(Equity Entitlement) 등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천연가스 시장은 다양한 형태의 LNG 공급계약 선택이 가능한 시장으로 가스공사와 미 셰니에르(Cheniere) 간에 체결된 연간 280만톤 도입계약은 북미 셰일가스 기반 SPA 도입계약 체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SK가 프리포트(Freeport)와 체결한 계약은 대표적인 액화플랜트 이용계약(LTA)이다. 

최근에는 천연가스의 생산부터 파이프라인 건설과 운송, 천연가스 액화에 이르기까지 상류부문과 중류부문을 패키지화한 턴키(Turn-key) 방식 프로젝트가 개발됐는데 대표적으로 텔루리안(Tellurian)의 에쿼티 모델(Equity Model)이 대표적이다. 

2016년 설립된 텔루리안은 상류부문과 중류부문이 결합된 자사의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생산된 LNG를 계약기간 동안 고정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발표해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텔루리안은 외부 투자자로부터 약 80억 달러, 자기자본으로 약 50억 달러를 조달해 지주회사인 드리프트우드 홀딩스(Driftwood Holdings)를 설립(외부 지분 60%, 자기 지분 40%)한 후, 상류 천연가스 개발기업과 파이프라인 기업 등을 유치하고 LNG 터미널을 확보해 연간 약 2800만톤의 LNG를 생산하는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할 경우 MMBtu당 약 3달러에 이자비용을 더한 수준으로 LNG를 공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 세계 LNG 구매계약 방식 변화

◆ 아시아 허브 구축, 중장기 계획 마련해야

이처럼 장기 LNG 도입계약에서 다양한 형태로 계약의 유연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은 대부분이 전통적인 형태의 장기 LNG 도입계약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격결정 방식 측면에서는 대부분 유가연동 방식에 얽매여 있다. 

에경연은 우리나라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세계 LNG 시장에 발맞춰 LNG 도입계약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가연동 방식 등 한정된 가격지표와 연동된 도입계약에 의존하면 지속적으로 세계 LNG 수급상황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가격으로 LNG를 수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LNG 도입계약의 경제성 측면에서 헨리허브나 유럽 가스허브 등에 연동하는 방식, JKM과 같은 LNG 현물가격 지표에 연동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NG 직도입자가 지속 증가하며 국내 천연가스 수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과 같은 LNG 시장참여자와의 협력을 통해 목적지 제한 조항, 의무 인수 조항 등 폐쇄적인 계약 관행을 철폐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LNG 도입 물량의 인수유연성을 제고해 국내외 수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에경연은 제안했다. 

LNG 도입계약의 유연화 노력 외에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LNG 수요국 간에 지역 내 수급상황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아시아 가스 허브 구축이 논의되고 있다. 

주요 아시아 LNG 수요국들은 LNG 가격의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 및 아시아 가스 교역 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아시아 허브 구축을 위한 역내 국가 간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에경연은 보고서에서 ‘지금 당장의 아시아 천연가스시장 상 황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아시아 역내에 북미나 유럽과 같은 대규모의 유동적 허브 구축은 현실적으로 요원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내 허브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아시아 지역의 가스 공급 관련 문제를 근본적 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 지역 허브 구축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형세로서 아시아 허브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중장기적 계획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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