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경쟁력 회복, 비정상 관세의 정상화 필요
정유사 경쟁력 회복, 비정상 관세의 정상화 필요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0.04.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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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국가 재정 수입원이 된다는 점에서 관세(關稅) 역시 다른 조세와 맥을 같이 하지만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명분이 추가된다는 점은 차별화된다.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들여 올 때 세금을 매겨 자국내 제품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관세이니 원칙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 장벽의 성격이 짙다.

관세 부과의 취지는 ‘경사관세(傾斜關稅)’ 제도에서 확연하게 확인된다.

경사관세는 제품 가공 정도가 높아지는데 맞춰 관세부과율도 높아지는 관세 제도를 말한다.

이를 테면 수입 원재료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거나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완제품에는 높은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원재료는 국내에 도입된 이후 다양한 가공 단계를 거쳐 완성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을 형성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해외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 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석유를 생산하는 원료인 원유나 완제품 석유 모두 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석유 산업에서 경사관세를 채택하며 원유에 무관세 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완제품 석유제품과 동일한 관세율을 원재료인 원유에 적용하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데 굳이 관세를 통해 석유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석유수입이 완전 자유화되어 있고 수십 여곳의 석유수출입업체가 등록되어 있는데도 석유 완제품은 내수 시장에 좀 처럼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송연료인 휘발유와 경유는 지난 해 각각 13만 배럴 정도 수입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소비된 휘발유와 경유 물량중 각각 0.15%와 0.08%에 불과할 만큼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국내 생산 제품 절반 넘게 수출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는 701억6800만불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석유제품은 406억3400만불이 수출됐다.

우리나라는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유사들은 내수 소비량 보다 월등하게 많은 원유를 도입해 정제하고 이중 58%에 해당되는 금액을 석유제품으로 수출하며 무역 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수출액의 7.5%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며 국가 주력 상품 중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석유화학에 이어 5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주변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 조차 한국산 석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중국은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생산한 경유의 9.14%에 해당하는 3351만 배럴을 수입했다.

일본 전범 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 부품 수출을 규제하는 등 우리나라와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조차도 한국산 석유 제품 수입에 적극적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생산한 휘발유 중 5.94%에 해당되는 999만 배럴이 일본으로 향했고 경유도 1022만 배럴을 수입했다.

우리나라 석유 수출 경쟁력이 높은데는 단연코 정유사들의 생산·품질 경쟁력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들은 단일 정제 능력으로 모두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저급 중질유를 고부가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며 높은 고도화 비율을 보이는 등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그런 정유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석유 소비는 급감하고 있고 원유 공급과잉에 따른 초저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해야 할 지경이다.

국내 정유 4사의 경영 실적은 올해 1분기만 3조원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단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정유산업 수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고 정부 역시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매월 수출 동향 실적을 공개하는 산업부 최신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내 정제설비 증설에 따른 수출 시장 경쟁심화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중’이라고 분석되어 있다.

최근의 아시아 역내 정제설비 증설 규모가 중국이 124만 B/D, 말레이시아 30만 B/D, 브루나이가 17만 B/D 등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국가 기간 산업인 정유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고민해야 하는데 관세와 석유수입·판매부과금 납부 기한을 유예하겠다는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위기가 모든 산업을 덮치고 있으니 정유산업만 특혜를 주는 것은 정부 정책 형평에 위배될 수 있다.

하지만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원유에 부과되는 관세를 국가 재정 수입원 정도로만 이해해왔다면 이제는 관세 부과 취지에 순응해 무관세로 전환시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고 정유산업 경쟁력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