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 스마트 에너지수요관리 산업 육성해야
소비자 중심 스마트 에너지수요관리 산업 육성해야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 승인 2020.04.03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부교수 임용훈] 

‘종의 기원’의 저자인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론에서 치열한 종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종은 힘이 세거나, 혹은 영리한 종이 아니라 외부 환경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종이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사한 개념으로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주어진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주장하였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뜻과는 다르다. 

인류의 출현 이전부터 현재까지 자연을 지배해온 적자생존의 법칙에 위배 되는 특이한 ‘대마불사’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도 물론 있다. 국내 에너지업계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전력, 열, 가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적자(The fittest)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사업자, 대규모 사업권을 이미 확보한 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사업 생태계가 고착된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기술 간 융합, 학제 간 융합의 개념을 넘어 초학제 간 융합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 요즈음 국내 에너지업계는 먼 이웃 행성의 이야기인 듯, 관심이 전혀 없는 모양새다. 

국내 전력산업과 도시가스 산업, 그리고 가장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 산업의 공통점은 상기한 바와 같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독점적 시장 지배 구조를 영위하고 있다. 

전력시장의 한국전력 및 발전 자회사, 개별난방 시장의 도시가스 사업자, 그리고 그 중간적 사업에 해당하는 열병합발전 기반의 집단에너지 사업자까지, 어떻게 보면 전력 및 열에너지 산업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잡힌 것처럼 보이지만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안) 공청회뿐만 아니라 과거의 소형열병합발전 보급, 전기 직판이 허용되는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 보급 논쟁과 같이 각 사업자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기회가 주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렵사리 보급의 기회를 가졌던 소형열병합발전 시장과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버티다 고사 직전의 상황에 처한지 오래다. 

최근에는 독점적 시장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오고 있는 한전 또한 누적 적자로 인해 전력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집단에너지 사업자, 특히 중·소규모의 신규 사업자들의 만성적인 적자는 이제 큰 뉴스거리도 되지도 못할 만큼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매김하였다. 

도시가스 사업도 난방수요의 급감, 취사 수요의 감소 대비 새로운 가스 수요 창출을 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한때 신규 가스 수요 창출을 위해 건물을 대상으로 한 소형(자가형)열병합발전 사업,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 심지어 집단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도 하였으나 시장에서의 독점적 구조와 대마불사의 법칙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독점적 사업환경에서도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전력, 가스, 난방 산업의 고착화 된 폐해와 정체 기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이제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자생존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새로운 혁신과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자극제가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에너지 공급 서비스 향상을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신규 사업 확대의 장을 마련해 줌과 동시에 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통한 국가적·사회적 에너지 수요관리 효율성 개선에 적합한 산업으로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사업의 육성을 제안해본다.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산업화 추진에 따라 스마트시티 등 대도심 단위의 지능형 마이크로 그리드에 대한 세계시장 규모는 ‘21년 기준 약 670억 달러에 이를 전망임,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2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2030년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 수립을 통해 마이크로 그리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스마트그리드의 연장선상에서 전력 분야에 국한하여 추진되고 있는 국내 마이크로 그리드 육성 정책은 독점적 전력시장을 가지고 있는 한전 이외의 사업자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함에 따라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어 기존 전력 중심의 마이크로 그리드 범위에서 탈피하여 열 및 가스 에너지 공급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에서의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총 사용량의 1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물 분야는 대도심 단위에서는 건물 분야 에너지 수요가 55% 이상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물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스의 비중이(30%) 오히려 전력수요를 앞서고 있어, 향후 기후변화 대응 및 4차산업혁명 산업화의 본격적인 추진, 재생에너지 3020,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 및 에너지 신 산업화 추진에 따른 스마트 시티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공급 체계에 대한 시장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여기에 기후변화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건물 단위의 CO2 배출 관리를 위한 에너지자원화 네트워크 모델을 접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의 육성 측면과 진정한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산업이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기 제안하는 지능형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 산업은 어느 특정한 사업자를 염두해 둔 편향된 사업모델이 아닌 기존 한전, 도시가스, 집단에너지 사업자, 혹은 신규 에너지수요관리 사업자 등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쟁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며, 특히나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프로슈머형 모델의 적용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정부 주도의, Top-down 방식의, 일방적인 에너지 공급 방식의 선정, 일방적인 에너지 가격 책정 등의 전 근대적인 에너지 수요관리 체계에서 탈피, 소비자 선택권이 최 우선시 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마트한 에너지수요관리 산업이 조속히 육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