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계는 재고 평가 손실을 입게 된다.

가격이 높은 시점에 사놓은 원유 가치가 맥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가는 언젠가 다시 회복하고 반등할테니 재고 평가 이익을 취하는 반대 상황도 예견할 수 있다.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는 당장은 힘들지만 유가 변동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을 그나마 인내할 수 있는 이유이다.

정작 문제는 석유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다.

세계 경기 둔화로 석유 소비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데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쳐 급격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사우디와 러시아간 치킨게임의 결과물로 세계 원유 공급은 늘어나며 유가는 끝모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에 비상이 걸린 세계 각국이 해외 유입을 차단하면서 하늘길이 차단되고 있고 항공유 소비가 줄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2월 항공유 소비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3%가 줄었다.

해외 유입 차단 조치가 본격적으로 강화된 3월 이후 항공유 소비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대표적인 수송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 소비 역시 올해 들어 연속 감소중인데 그 폭이 두 자릿수 대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화학원료인 납사 소비도 2월 들어 감소했고 B-C유는 큰 폭으로 줄었다.

비단 우리나라만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정유산업의 위기감은 더욱 높다.

잘 알려진 것 처럼 국내 정유사들은 생산 제품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 도입된 원유는 10억7192만 배럴이었는데 이중 48.8%에 해당되는 5억2312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그런데 주변 경쟁국들의 정제설비 증설에 더해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석유 소비 감소까지 이어지면서 수출 전선에도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까지 국내 정유사 생산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가 줄었고 내수는 3.8%, 수출 물량은 3.1%가 감소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유 4사의 지난 1분기 영업 손실이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이후로도 세계 경기 침체와 석유 소비 감소 등에 기인한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원유 수입 대금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정유업계의 유동성 위기 까지 우려되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원유에 3% 부과되는 관세의 2개월 유예 정도가 전부이다.

재난구호기금과 금융 시장 안정화 예산 등 코로나 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100조원 규모의 긴급 재정 투입을 약속한 정부 입장에서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 세금 감면은 당장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한해 15조 이상이 징수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비롯해 석유 관련 부과금 등 다양한 제세공과금의 납부 시점이라도 더 적극적이고 파격적으로 유예해줄 필요가 있다.

내수와 수출 시장 위축으로 정제 가동율을 줄이면서 남아 도는 원유와 석유제품 보관을 위해 정부 비축 시설을 공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유산업은 에너지를 생산 공급하는 국가 기반 산업이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 주력 산업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사태로 가장 큰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업종 중 하나인 정유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고민되고 실행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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