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된 중국 미세먼지 기여, 엉뚱한 처방에 혈세 낭비
희석된 중국 미세먼지 기여, 엉뚱한 처방에 혈세 낭비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0.02.1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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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동될 때 마다 우리 정부는 석탄화력 중단, 노후 경유차 진입 금지 등의 저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석탄화력과 경유차를 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외부 요인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처방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3개국은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제공동연구인 LTP(Joint research project for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ans in Northeast Asia)를 수행해왔고 지난 해 말 그 결과를 공개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 3개 도시인 서울과 대전, 부산의 2017년 평균 미세먼지 중국 기여도는 32%로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자체 기여율은 51%로 분석됐다.

미세먼지 절반 이상이 국내 요인에서 유래되고 있고 국외 비중이 의외로 낮다는 것인데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반전이 있다.

종편 방송인 JTBC에서 최근 방영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는 특정 시점의 중국 기여도는 80%가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경부 발표 자료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청명한 날까지 포함한 1년 평균으로 우리 국민들이 고농도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날의 중국발 영향이 희석된 통계이다.

대기 정체도 고농도 미세먼지 재앙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이 따뜻해지고 적도와의 온도차가 줄면서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약해지며 한반도 대기 정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밀려온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기 정체로 1주일씩 머무는 현상이 지난 겨울에도 발생했다.

결국 초고농도 미세먼지가 발령된 날의 중국발 영향이 80%에 달하고 대기 정체로 한반도안에 갇혀 환경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경유차 운행이나 석탄화력 발전 가동을 줄여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개선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매년 미세먼지 대응 예산을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하면서도 대부분을 국내 요인 저감에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해 11월 ‘제3차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열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5대 분야 총 42개 과제, 177개 세부 과제에 20조2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처음 마련한 2016년 6월, 향후 5년 동안 저감 사업에 5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다.

정부는 올해 미세먼지 대응 예산으로 총 19개 부처에서 사용할 4조9778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해 편성한 미세먼지 대응 본 예산에 비해 85%나 늘었는데 대부분 국내 발생 요인에 투입된다.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올해 미세먼지 대응 예산 중 국외 분야 원인을 규명하거나 저감을 위한 투자액은 환경부의 ‘한-중 공동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 협력사업’ 등 9개 사업에서 360억4600만원이 전부다.

올해 미세먼지 대응 전체 예산 중 0.7%에 불과한 상황이다.

석탄화력 가동이나 경유차 운행을 줄이면 어느 정도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고농도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때 정부가 제시하는 처방에서 석탄화력과 노후 경유차 대책 말고는 찾을 수가 없다.

국민들의 시선을 중국발 요인에서 석탄화력과 경유차 등 내부 요인으로 유인하려 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매년 4조원 이상의 세금을 미세먼지 저감에 투입하고 있는데 정작 효과가 제한적인 사업들 뿐이라면 혈세 낭비 지적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록진 교수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 20년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령되는 빈도가 늘다 보니 체감적으로는 더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들이 체감하고 또 겪고 있는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과 현상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공개하고 처방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며 엉뚱한 미세먼지 저감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행정 적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