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자-사용자 간 양방향 차세대 지역난방
다양한 열원 활용해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기대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서울시가 마곡지구를 친환경 스마트에너지시티로 조성 중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와 4차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성‧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차세대 지역난방(4세대)’ 실증을 시작한다. 

마곡지구 내 신축 예정인 ‘(가칭)농업공화국’에 2021년 11월 설치를 완료하고 실증에 들어간다. 마곡지구 전체엔 2023년 본격 운영 예정이다.

스마트에너지시티는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이용을 늘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이다. 

시는 마곡지구를 서울의 대표적인 스마트에너지시티로 조성하고자 각종 4차산업 기술을 활용, 시험하고 있다. 이번 4세대 지역난방은 정부 ‘스마트제로에너지시티 개발 R&D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 세대별 지역난방 구분

◆ 열수송관 주변 신재생에너지도 함께 활용

마곡지구는 개발 당시 친환경에너지 도시로 계획돼 상업‧업무 지역 건물의 수요 부하 5% 이상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해야 해 신재생에너지 설치 비율이 높은 곳이다. 마곡지구 내 기반시설과 생활환경의 이상‧사고 등을 감지해 체계적‧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통합관제센터’도 운영 중이다.

‘4세대 지역난방’은 40~70℃의 저온수를 공급하고, 태양광 등 열수송관 주변의 신재생에너지도 함께 활용해 다양한 열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지역난방(3세대)에 비해 한 단계 진화된 방식이다. 

3세대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 같이 지역거점의 대형 열생산 설비에서 100℃ 내외 고온‧고압수를 만들어 장거리 열수송관을 통해 각 가정과 건물에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역난방은 공급 온수 온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현재 국내에선 100℃ 내외 고온수를 이용한 3세대 지역난방을 사용 중이다.

건축단열 기술과 자재 성능 향상으로 신축 건물의 열손실‧열부하가 줄면서 최근 신축 건물은 저온수로 지역난방이 가능하다.

최근 덴마크, 독일, 영국 등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단열성능을 높인 패시브 주택 단지에서 4세대 지역난방을 시범 적용‧운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4세대 지역난방에 ‘스마트 열 그리드’를 구축한다. 전력망(전기 등 공급용 배급망)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산업 기술을 적용해 난방열 공급‧사용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열 생산자와 사용자가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난방열 사용 현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자는 난방생산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소비자는 남는 열을 팔 수 있어 생산자와 사용자 간 열을 사고파는 ‘스마트 열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런 ‘4세대 지역난방’ 구축으로 ▲안전성 강화 ▲다양한 열원 활용  및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에너지산업 활성화 ▲발전효율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보다 낮은 40~70℃의 저온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만일의 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100℃ 내외 고온수에 비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안전성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또 사용할 수 있는 열원도 다양해진다. 

기존 고온수를 사용하는 방식에선 재사용이 불가능했던 지역난방 회수관 온수(50~55℃)를 다시 사용하고, 태양열‧연료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료 사용량이 줄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4차산업 기술 적용 시 보다 정밀하게 열 사용량을 예측, 효율적으로 이용해 잉여 열을 감소시키면 온실가스‧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있다.

◆ ‘스마트 열 그리드’로 에너지산업 활성화

‘스마트 열 그리드’ 구축으로 에너지 프로슈머 간 ‘열 거래’가 가능해져 에너지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가 설치된 건물에서 활용하고 남은 열을 지역난방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사업자는 다시 열이 필요한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있다.

별도 설비를 갖출 필요 없이 기존 열 공급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경제적 장점으로 꼽힌다. 또 고온수와 달리 열수송 과정에서 열 손실이 적어 발전효율이 향상된다. 기존 3세대 지역난방 방식에선 고온수를 장거리로 보내는 과정에서 약 10~30% 열손실이 발생했다. 

이밖에도 사용자 특성에 맞춰 고온수부터 저온수까지 제공하는 다단식 열 공급 체계 구성해 열 이용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

실증은 강서구 마곡지구 내 ‘(가칭)농업공화국 건물('22년 신축 예정)’ 일부 공간(500㎡)에서 이뤄진다. 4세대 지역난방을 실제로 가동하면서 열원을 원격으로 실시간 최적 제어하는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과 4세대 지역난방이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지,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가칭)농업공화국’은 서울 도시농업의 과거·현재·미래와 도농상생을 체험하는 서울 농업의 상징적 공간으로, 서울식물원 북쪽 유휴 부지에 오는 2022년 준공될 예정이다.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은 (가칭)농업공화국으로 들어오는 기존 지역난방 회수열을 측정해 열이 부족하면 건물 내 분산 소규모 열원(태양열, 연료전지 등)을 끌어다 쓰는 원격 제어 장치다.

시는 (가칭)농업공화국에 올 5월 중으로 설비 시공에 들어가고, '21년 11월 시공이 완료되면 2~3년 간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마곡지구 전체엔 2023년부터 본격 4세대 지역난방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 김호성 녹색에너지과장은 “도시에서 난방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분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발생비중도 높다. 이를 줄이기 위해 난방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은 서울시의 중요한 과업”이라며 “4세대 지역난방 도입 확대는 도시 난방에너지 이용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마곡지구의 상용화 기반 마련을 통해 보급 활성화를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Ludwigsburg) 지역의 조넨베르크(Sonnenberg) 구역의 750세대에 70℃ 열을 공급하고 40℃로 회수해 지역난방을 공급 중이다. 지열 히트펌프로 40~50℃까지 승온하고 이어서 가스 열병합발전을 가동하여 70℃열을 생산한다.

지역난방 회수열(40℃)을 마이크로 히트펌프를 이용, 다시 43℃로 승온시킨 후 외부 열손실을 최소화한 패시브 하우스에 이용한다.

영국 슬라우(Slough)시는 바이오매스 보일러, 히트펌프, 태양열으로 열수요 충족, 태양광발전으로 전기수요를 충족하는 제로에너지타운(단독/연립주택 10개동) 조성했다. 태양열과 히트펌프 생산열을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성층 축열조를 이용해 55℃ 난방열 및 43℃ 온수를 공급하고 35℃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 독일 조넨베르크(Sonnenberg) 4세대 지역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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