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석유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지난 1월 6일 배럴당 70달러에 근접했던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1월 31일 배럴당 58달러로 떨어졌다.

공급 측면에서 나타난 유가 인상 요인들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공급에서는 올 1월 1일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러시아 등 이른바 OPEC+가 추가 감산에 들어갔다.

또한 1월 20일 이후 리비아에서는 군벌세력인 리비아국민군(LNA)이 동부지역 송유관과 석유수출항을 봉쇄함에 따라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실제 원유생산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요 둔화 우려만으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세계 경제와 세계 석유 수급에서 중국이 갖는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석유소비도 미국 다음으로 많다.

석유수입에서는 중국이 2009년과 2014년에 각각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됐다. 중국의 원유생산은 OPEC 3위의 생산국인 아랍에미리트(UAE)보다 많지만 자국 내 생산의 정체로 전체 석유소비의 70% 가량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중국의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평균 기여율은 39%였다.

최근 5년 동안의 평균 기여율은 이보다 높은 41%를 기록했고, 세계 석유수요가 침체된 지난해 기여율은 68%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과 세계 전체 석유수요가 얼마나 축소될지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전염의 확산 속도와 범위, 치사율, 방역대책 등에 따라 달라지는 전염병의 심각도와 지속 기간을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2003년 중국 광둥에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는 덜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WHO 보고서에 SARS는 2003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다가 7월에 소멸된 전염병으로, 6개월 동안 17개국에서 8,098명을 감염시켰고 이중 9.6%인 774명을 사망케 한 것으로 기록됐다.

에너지정보업체인 IHS는 2003년 SARS 지속 기간에 중국의 항공유(제트유) 수요가 하루 8만 배럴 감소했고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중국의 전체 석유수요 감소분은 하루 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에너지정보업체 EI는 SARS 기간에 세계 수요가 하루 25만 배럴 감소했고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 수요가 하루 60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망 기관별 차이는 있지만 올해 세계 석유수요가 대략 하루 120만 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영향이다.

중국 수요가 2003년 하루 560만 배럴에서 지난해에는 하루 1,360만 배럴로 늘어났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SARS와 동일한 심각도와 지속 기간일 경우에도 수요에 미치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하튼 생산된 석유제품의 절반 정도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석유기업들의 수출 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악화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 중국은 그 감소분만큼을 수출로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석유정제시설 증설로 인해 올해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은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하루 8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정제능력을 확장했고 올해 추가로 하루 46만 배럴의 정제시설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정제능력이 국내 수요를 초과해 휘발유와 제트유의 아시아 최대 수출국이고 경유는 인도와 우리나라에 이어 3위의 수출국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여행 제한과 경제활동 위축은 주로 제트유와 경유 수요를 감소시켜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결국 국제 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액인 정제 마진이 축소되고 우리나라 석유기업들의 수출 수익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석유정제량이 내수 규모에 미치지 못하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제품 수출처였지만 이제는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판매 경쟁을 벌이는 상대가 됐다.

국내 석유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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