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정부 출자, 금세 식은 양은냄비?
자원개발 정부 출자, 금세 식은 양은냄비?
  • 김신 기자
  • 승인 2020.01.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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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조 투입∙국민연금 투입 로드맵, 뒷전에

2011년 7100억 출자액, 올해는 135억에 그쳐

주변국 석유확보 경쟁 속 우리 정부는 신규 사업 제한

자원 개발 필요성 감안 없이 정부 출자액 산술적 산정
석유공사가 참여중인 UAE 할리바 유전 모습(사진 출처 : 석유공사 홈페이지)
석유공사가 참여중인 UAE 할리바 유전 모습(사진 출처 : 석유공사 홈페이지)

[지앤이타임즈]석유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공기업 중에서도 사업 유형이 SOC 분야로 분류된다.

SOC는 전기, 통신, 도로, 철도 처럼 국가가 공공의 편의를 위해 공적 자산을 투입하는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을 의미하는데 석유공사가 수행하는 해외자원개발이나 비축 등의 사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SOC 사업은 투자 규모가 큰데 반해 투입 자본 회수 기간이 길고 공익적인 목적이 커서 수익 위주 민간 기업이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국가가 공기업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는 사실상 멈춰 있다.

한 때 한 해 7000억원이 넘던 정부 출자액이 올해는 130억원대로 줄며 1.9%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석유공사에 출자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 자원 개발 목적으로 설립된 석유공사는 2013년 이후 신규 사업 참여가 중단됐고 그나마 이전에 확보한 해외 자산도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매각중이다.

◇ 공기업 석유공사 자원개발 투자 한 해 100억대 그쳐

정부가 지난 2007년 수립한 ‘제3차 해외자원개발 기본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13년 20%, 2016년 28% 까지 확대돼야 한다.

당시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3.2%에 불과했으니 계획대로라면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는 셈으로 정부는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매년 1조원 이상 10년간 10조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는 연기금 투입 결정.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국민연금 20조원을 투자하겠다’며 투자 기본 계약까지 체결했다.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석유공사 대형화를 포함한 자원개발 확대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2011년 한 해 석유공사가 유전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3조7745억원에 달했고 정부는 7100억원을 출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방만한 해외 자원 개발 투자가 도마위에 올랐고 석유공사의 해외 투자와 정부 출자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석유공사가 지난 해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1673억원으로 2011년 대비 4.4%에 그쳤다.

올해 투자액은 1450억원으로 또 다시 줄었다.

<투자 규모는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투자 규모임>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 Block 2B 광구 지분 15% 인수 이후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신규 투자가 멈춘 것을 감안하면 현재 투자액도 기존에 인수한 해외 자산 운영 자금을 투입하는 수준에 그치는 형국이다.

해외 자원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 출자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2011년 7100억원을 출자했는데 2014년에는 1700억원으로 줄었고 이후 매년 감소하며 올해는 135억원까지 떨어졌다.

◇ 자원개발 공적 기능 확대 필요성 커져

지난 2017년 2월, 석유공사 창립 38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김정래 사장은 ‘석유공사의 근본적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출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차원에서 강행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투자로 막대한 차입이 이뤄졌는데 수백억원에 불과한 정부 출자금으로는 부채 금융 비용 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당시의 위기감을 토로한 것.

김정래 사장은 ‘현재와 같은 투자 수준으로는 석유회사로서의 정체성 유지가 어렵고 힘들게 쌓아오고 있는 공사의 자원개발역량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며 석유공사가 다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나설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에너지 사업에서 석유공사 출자나 해외자원개발 신규 투자는 관심밖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무리한 자원개발 사업을 부담으로 여겨 이후 정권에서도 유전개발사업 예산 지원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출자액 산정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기획재정부의 산술적인 판단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

실제로 올해 출자액은 최근 4년 동안의 정부 평균 출자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분쟁 등 주요 원유 도입선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주 원유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석유공사의 신규 자원 개발 참여를 제한하고 출자는 계산기를 두드려 결정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상당 기간 석유 자원이 주종 에너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자원 확보를 위한 공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IEA에 따르면 2040년에도 석유가 제1 에너지원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간 석유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균형잡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 지속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신현돈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지난 해 초 한 기고문에서 ‘북미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원개발은 국영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특히 한국 같은 자원 미보유국은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기 전까지 공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공기업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일정 수준의 자원확보를 추진하고 민간 부분의 활성화를 통해서는 추가적인 자원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