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해외자원개발, 한국만 제자리 걸음
발 묶인 해외자원개발, 한국만 제자리 걸음
  • 송승온 기자
  • 승인 2020.0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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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원개발 수요 확대, 저유가 시기에 기회 상실
정부 지원 갈수록 축소, 위축된 시장 회복신호 없어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세계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자원개발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를 못벗어 나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기가 나오고 있다.

OPEC의 세계 석유전망 보고서(2019)에 따르면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따라 오는 2040년까지 석유나 가스 등의 전통 자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저유가 시기는 저가에 자산을 확보ㆍ개발해 고유가 시 수익을 거두는 투자 선순화 구조를 만들 절호의 기회이나 정부 지원과 예산은 갈수록 축소되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융자의 경우 2016년 융자 예산 폐지 이후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로 제도가 개편되며 지원조건이 축소됐고, 조세지원제도 역시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몰돼 2019년 12월부로 모두 일몰됐다.

◆ 악화된 이미지… 감소하는 해외자원개발

이 같이 정부 지원이 축소된 배경에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것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자원빈국에서 자원확보를 위한 개척, 도전정신 등의 이미지가 있었으나 일부 공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부실사업(하베스트사, 볼레오 동광)으로 ‘혈세낭비’ ‘배임’ 등의 부정적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것이 현실.

아울러 2015년 초 A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에 대한 오해로 민간사업과 정책지원제도 대한 인식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2015년 당시 의혹은 성공불융자 대출 횡령에 대한 의혹이었으나 성공불융자는 선지출, 후정산시스템으로 융자를 받으면 해당기업의 자금이 되기 때문에 횡령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경우 추진했던 사업부실로 신규사업이 중단됐으며, 민간기업도 채산성 악화와 인식악화로 신규사업 참여를 축소하거나 기존 사업을 매각해 해외자원개발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해외자원개발 사업 축소에 따라 관련 부서 구조조정 및 인력 감축도 연달아 일어나게 된다. 일부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의 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이미지 악화로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원개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자원개발 공기업의 신규 사업 추진 중단으로 민간기업까지 사업 발굴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마중물 역할을 하던 금융지원, 조세제도 등 기존 지원정책도 축소돼 해외자원개발사업 투자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바이르 원유처리설비 현장.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 수행 출자 법인인 KOGAS Iraq B.V로부터 933억원(환율 1167원 기준)의 배당금을 받은 바 있다.
▲주바이르 원유처리설비 현장.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 수행 출자 법인인 KOGAS Iraq B.V로부터 933억원(환율 1167원 기준)의 배당금을 받은 바 있다.

◆ 결국 ‘자원개발 공기업’이 제몫 해줘야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결국 자원개발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자원개발 공기업은 민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국가(UAE) 또는 위험지역(이라크, 리비아) 등에 진출해 자원확보 첨병역할을 했으며 사업을 발굴할 경우 민간기업과 동반 진출해 자원개발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인력양성, 기술개발 등 자원개발 업계의 생태계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비록 2015년 이후 발생한 자원개발 공기업 부실로 구조조정 국면이 장기화되며 신규사업 투자는 중단됐으나 국내 보유자원이 없고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낮은 우리나라 자원산업에서는 공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주도해야 할 국내 대기업들조차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에 비교하면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원 선진국들도 초기에는 공기업 역할을 통해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토탈(Total)과 이탈리아 ENI 등은 국내 석유자원이 빈약해 국영기업으로 출발 해외진출에 성공, 이후 민영화를 실시했다. 

일본의 INPEX는 정부의 지원과 기술력을 통해 1960년대부터 공기업으로 성장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대 민영화됐으나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적 역할도 수행 중이다.

중국은 2017년 3대 국영기업(CNPC, Sinopec, CNOOC)은 노후 유전 생산중단 등의 노력을 통해 효율성이 제고됐다고 판단, 이후 해외자원 확보를 재개했다. 2017년 E&P분야 자본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11~44%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유가하락에 따른 실적악화, 해외부실자산 등으로 2016년 해외자산매입을 중단했으나 이듬해 중동자산을 시작으로 해외자산 매입을 본격 재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은 자원확보, 민간기업 투자 유인, 자원개발 생태계 활성화 등 자원개발 분야에서 필수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정시기에 일어났던 과오만 부각해 기능을 묶어 놓기 보다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