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가격 폭락, 예고된 수순… 불공정 양방향 거래제 개선돼야
REC 가격 폭락, 예고된 수순… 불공정 양방향 거래제 개선돼야
  • 정상필 기자
  • 승인 2020.01.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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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 21 : 판매자 30,000 … 6개 발전사 의무량 83%
3만 태양광 사업자 자금압박에 10분만 매수 없어도 ‘투매’
혼소발전 확대에 바이오 REC발급량 증가 … 태양광 37%, 바이오 35%

[지앤이타임즈] 태양광 중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가격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5만원대가 무너졌다.

지난 2017년 1월 1REC당 15만 9695원에 거래되던 REC가 2019년 11월에는 4만7816원까지 하락했다.

3년 사이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5일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REC의 평균가격은 3만 9,56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2월 들어서도 현물시장 REC 거래가격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5만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중소규모 태양광사업자 수익 악화에 정부 불신감 높아져

태양광발전의 수익은 계통한계가격(SMP)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가격을 더해 가중치(1.5%)를 곱한 금액을 수익으로 잡게된다.

계통한계가격(SMP)이란 전력 판매자가 발전한 전기에너지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에 파는 가격을 말한다.

SMP 가격은 전력거래시장을 통해 전력 구매자와 판매자가 원하는 적정가격이 만나는 접점에 거래된 가격으로 결정된다.

최근 SMP가격이 MW당 7~10만원선에 거래되기 때문에 태양광업계에서는 현물시장 REC 적정가격을 8~10만원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하루 발전시간 3.5시간인 태양광발전소의 REC+SMP 적정판매가격은 16만5000원에서 18만5000원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REC 가격이 5만원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중소규모 태양광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믿고 투자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으며 정부의 3020정책에 대한 불신감 마저 높아지고 있다.

◆ RPS 도입 이후 태양광 수익 하락

태양광 도입 초기인 지난 2012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한 이후 REC 거래가 시작됐다.

의무할당제란 50만kW 이상 발전 사업자나 판매 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이나 총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 또는 판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발전 설비 용량이 50만kW 이상인 발전 사업자는 매년 일정 기준 이상의 발전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이들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하거나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REC를 구매해 의무할당량을 채우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공급의무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21개 발전회사가 해당되며 의무비율은 7%다.

반면 REC를 시장에 판매해야 하는 중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3만여 사업자에 이르고 있다.

구매자는 21개사인데 비해 판매자는 3만여명에 이르면서 공정한 경쟁은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REC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발전 비용 보전은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원금 회수 기간을 20년으로 책정하고 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은 REC 가격 폭락에 원금 회수기간이 40년으로 늘어나 고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융자를 통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장 이자 납부에도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발전사 우드팰릿 혼소발전에 REC 시장 교란

이처럼 REC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태양광 업계에서는 혼소발전에 REC 가중치의 과도한 부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구병)은 에너지공단 국정감사에서  바이오 혼소에 대한 발전사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REC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혼소발전이란 석탄화력발전소에 우드팰릿이나 폐목재 등을 섞어 때우는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을 이르는 말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비해 친환경 기여도가 떨어지지만 정부는 혼소발전에 가중치를 높게 부여하고 있다.

김성환 의원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되긴 하지만 탄소중립까지는 수십년이 걸리는 데다가 발전회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REC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에 바이오 혼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김성환 의원은 “2018년 기준으로 바이오 혼소로 인한 REC 발급량은 900만 REC가 넘어 전체 REC발급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바이오 혼소를 최소화하고 이미 투자된 바이오 혼소 설비의 REC는 일몰제 등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8년 기준 REC 공급량(자료:김성환 의원 보도자료)
2018년 기준 REC 공급량(자료:김성환 의원 보도자료)

◆ 양방향 거래제도의 폐해, REC가격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

REC 가격하락의 원인이 전력거래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방향 거래제도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설창현 이사는 최근 전력거래소 REC 현물거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상위 6개 발전사들이 양방향거래시스템을 이용해 낮은 가격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방향거래시스템이란 증권거래와 같이 매수자와 매도자가 실시간으로 가격을 내고 최적가격에서 거래가 체결되는 시스템으로 지난 2017년 3월 도입됐다.

이전에는 거래일 하루 전에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을 결정해 올리면 다음날 최적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 단방향거래시스템으로 월 4회 현물거래가 진행돼 왔다.

발전사들은 단방향거래시스템에서 한때 발전량이 모자라 현물시장에서 REC를 집중 매수하면서 1REC당 가격이 2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단방향거래를 양방향거래시스템으로 변경했다.

2019년 기준 의무공급자는 21개 발전사가 있지만 이 가운데 한전의 발전자회사인 6개 발전사의 공급의무물량이 전체 물량의 83% 이상을 차지한다.

설창현 이사에 따르면 이들 6개 발전사들은 1일 구매량이 1만 REC 전후로 크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않고 주시하다가 특정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한번에 매수주문을 넣어 한 순간 1만 REC 이상을 체결시킨다.

이런 거래가 가능한 것은 3만여명의 매도자는 매도만 할 수 있고 21명의 매수자는 매수만 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이라는 것이 설창현 이사의 설명이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발전사들은 설비 투자비 대부분을 융자를 통해 설치해 이자 납부를 위해 REC를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사의 매수가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에 가격을 낮춰 투매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REC 가격하락, 정부 대책은 조삼모사

REC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REC 현물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매도‧매입 상하한 한도를 전일 종가의 ±30%에서 ±10%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물량을 상반기보다 150MW가 확대된 500MW 규모로 늘렸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덥지근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발전사가 하락폭을 5% 이내로만 조정하며 거래를 해도 2개월 안에 반토막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3% 이내로 조정해도 3개월이면 반토막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상하한폭 축소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고정가격 경쟁입찰물량 확대에도 경쟁률이 7.3:1로 치열해 실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전체 사업자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80%의 사업자는 현물시장에 참여하며 자금압박으로 인해 저가 투매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를 비롯해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전국태양광발전사업자연합회·다음카페 ‘태양광발전사업동호회’ 등 태양광 관련 4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태양광발전 4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REC 가격 폭락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태양광발전 4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REC 가격 폭락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태양광사업자들은 ▲연도별 공급의무량 비율을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 ▲태양광 REC와 비태양광 REC 이원화 ▲RE100 대안 마련, REC 가격안정 ▲전년도 기준가격 ±10% 제한(최저가격제) ▲REC 3년 유효기간 폐지 ▲공급의무자 의무량 20% 유예제도 폐지 등 6가지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개선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달 중 청와대 앞 집회를 추진하고 발전소 가동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태양광협회 설창현 이사는 “REC 가격의 하락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가 투자를 취소하고 투자비 회수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공정한 거래방식을 개선하고 직전년도 평균 REC 가격을 기준으로 ±10%의 변동폭을 적용하는 거래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