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정당한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사 쳐놓고 ‘기름값 내릴 때는 천천히, 올릴 때는 잽싸게‘라는 식의 고발성 기사를 쓰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동아일보는 최근의 보도에서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주유소와 가장 싼 주유소의 리터당 가격차이가 460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휘발유의 세전 공장도가격이 54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동아일보가 지적한 정도의 기름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이 기사를 읽은 소비자들은 주유소들이 취할 수 있는 유통마진의 유동의 폭이 무척 크고 그래서 아무리 경쟁을 해도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 뻔한다.

하지만 주유소사업자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진의 폭은 기껏 50~80원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물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일명 ‘빽 마진’을 감안한다고 해도 주유소간 경쟁의 과정에서 대부분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동아일보가 전국 최고가 주유소로 지명한 모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99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148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00원 이상 높은 것으로 주유소사업자들조차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주유소가 내건 휘발유 가격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 선택의 몫에 불과할 뿐 기름값에 대한 표준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아닌데도 동아일보는 최저가 판매 주유소와의 판매가격차이를 기준으로 주유소간의 가격 유동성이 무척 크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대리점의 석유공급가격과 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기초로 주유소의 마진이 유가자율화 첫 해인 1997년에 비해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 역시 신중하지 못했다.

석유공사가 집계하고 발표하는 대리점 가격이라는 것은 지역별로 1~2개 대리점의 가격을 표본조사한 것에 불과할 뿐 전국적으로 400여 곳에 달하는 대리점들의 실제 가격과는 큰 괴리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 스스로도 지난 4월 10일부터 석유대리점 가격정보의 조사와 발표를 중단한 상태다.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대리점들은 심지어 유통마진이 마이너스 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의 경우 정유사 휘발유 가격에서 대리점가격을 뺀 수치가 -5원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대로라면 대리점은 팔 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니 사실상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설령 석유공사가 조사한 대리점 가격이 표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조사 시점에 따라 주유소 유통마진의 폭은 들쭉날쭉 해왔다.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1997년 1월의 경우 대리점의 휘발유 공급가격과 주유소 소비자 판매가격간의 편차는 리터당 55원을 기록하다 2003년 1월 52원으로 줄어 들었고 올해 1월에는 93원까지 크게 뛰어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아일보의 최근 기사는 조사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의 표본 수나 정확도가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분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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