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오일허브 성공 열쇠’ 국제석유거래, 글로벌 기업 ‘없다’]
[단독 : ‘오일허브 성공 열쇠’ 국제석유거래, 글로벌 기업 ‘없다’]
  • 김신 기자
  • 승인 2019.11.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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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구역내 석유 제조·혼합·보정 허용, 8개 국내 업체만 신고

‘글로벌 트레이더 유치’ 명분 19대 국회 입법 추진했지만 실패

20대 국회서 입법, 법적 기반 마련됐지만 국내 터미널 업체가 주도

탱크터미널로 용도 전환된 오일허브, 저장시설 공급 과잉 우려 낳아
국제석유거래업에 진출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 저장시설 전경.(사진 출처 : 오일허브코리아여수 홈페이지,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국제석유거래업에 진출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 저장시설 전경.(사진 출처 : 오일허브코리아여수 홈페이지,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지앤이타임즈]보세구역 안에서 석유를 제조, 혼합, 보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 차익을 노린 거래 등도 가능한 국제석유거래업이 허용된지 2년이 넘었는데 실제 진출 업소는 10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초 정부는 이른 바 ‘글로벌 석유트레이더’ 유치를 명분으로 국제석유거래업 허용을 추진했지만 진출 업체 대부분은 석유 터미널을 운영하거나 석유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로 확인됐다.

본 지 취재 결과 올해 6월 현재 총 8개 업체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고해 운영중이다.

국제석유거래업 진출 업체들은 국가 석유 비축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 석유공사와 석유공사가 지분 투자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를 비롯해 울산과 여수에 위치한 탱크터미널 업체인 J사, Y사, S사 등이 참여중이다.

석유 수입·유통업체로 울산에서 활동중인 A사와 E사도 국제석유거래업을 신고했다.

대기업중에서는 대림그룹 계열사로 석유화학과 물류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이 유일하게 진출했다.

하지만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을 염두에 두고 국제석유거래업을 법적으로 신설, 허용한 당초 취지와 달리 글로벌 석유트레이더들의 참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품질 보정 통한 내수 시장 유통에 활용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당시 국정과제로 추진된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자 정부는 보세지역 내에서 다양한 석유 제조, 혼합 행위를 허용해 글로벌 석유 물류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제석유거래업 도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산업부는 여수와 울산에 추진되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외국 기업이 참여하거나 투자하려면 국제석유거래업이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며 19대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오일허브 경제성 논란에 부딪쳐 좌절됐다.

이후 20대 국회 들어 울산이 지역구인 이채익 의원이 재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7년 이후 법적 기반이 마련된 상태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외국 기업 참여는 없고 국내 탱크터미널업체나 석유수입사들만 국제석유거래업에 신고했고 거래 실적도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한 석유제품을 단순 보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거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석유거래업 신고 이후 단 한 건도 실적이 없거나 한 두건에 그친 업체들도 여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석유수입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상 국제석유거래업은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석유수입사나 물류 업체들이 진출하기가 용이하다”며 “수입한 석유 중 국내 품질 기준에 부족한 항목을 보정해 내수 시장에서 유통시키는데 적합해 국내 업체들이 국제석유거래업을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글로벌 석유트레이더를 유치해 동북아 오일허브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19대와 20대 국회에 걸쳐 입법 활동이 이뤄졌고 결국 도입 기반이 마련된 국제석유거래업이 내수 기업용 정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울산 거점의 동북아 오일허브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석유와 천연가스 탱크터미널로 용도를 변경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 일환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된 석유공사 자회사 코리아오일터미널(현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석유공사가 추가 출자했고 SK가스, 싱가폴 엠오엘시티(MOLCT) 등이 합작 투자하는 협약(Joint Venture Agreement)이 지난 13일 체결됐다.

하지만 이번 협약에 참여한 기업중 해외 기업은 싱가포르 석유화학탱크터미널 운영 업체인 MOLCT가 유일하게 5%의 지분 참여를 약속한 상태로 글로벌 오일허브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싱가포르 처럼 동북아 석유 물류 중심을 구축하겠다던 당초의 오일허브 비전이 내수 LNG 저장시설로 추락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저장 시설 과잉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2024년까지 울산 북항에 석유 138만배럴, LNG 135만 배럴 등 총 273만배럴 규모의 탱크터미널을 건설,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도 전국적으로 중대형 민간 석유 터미널이 적지 않고 천연가스 저장시설 역시 가스공사가 대규모 증설 계획을 추진중인데다 민간 차원에서도 SK E&S, GS에너지, 한양 등이 증설 내지 신규 건설을 모색중이어 정부가 저장시설 공급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