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실대 경제학과 온기운 교수

[숭실대 경제학과 온기운 교수]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2014년 뉴욕 시에서 개최된 기후주간 행사에서 국제환경단체인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이 최초로 제안했다.

에너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인 기업들이 RE100의 가입 대상이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정부의 규제나 제도에 의한 강제적 이행이 아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초기 미국 유럽 일본 기업에서 중국 인도 등의 기업으로 확산돼 올 10월초 현재 20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참여한 곳이 하나도 없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다. RE100 선도국은 대부분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가 달성되어 참여기업들의 RE100 이행비용이 저렴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RE100 선도국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입단가는 kWh당 176원으로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 97원보다 크게 높았다. 

태양광으로 한정하면 구입단가가 185원으로 더 높다. 기업이 전기를 모두 태양광으로 조달한다면 전기요금이 약 2배로 증가하는 셈이 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로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따른 비용부담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한계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상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임야는 환경 문제로 사실상 설비를 설치하기가 적절치 않다. 

정부도 임야에 설치되는 태양광에 대한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가중치를 낮추는 등 임야의 태양광을 억제하고 있다. 농지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확대의 수단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식량 주권 등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국토면적 대비 태양광 패널 면적이 일본 수준에 육박하고 중국의 4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늘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발전량의 1.6배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 LG화학,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 모두가 RE100에 동참한다면 우리 영토의 태반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필자는 여기서 CF100(Carbon Free Energy 100%)을 제안하고 싶다. 지구온난화를 막는게 RE100의 목적이라면 온실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보다 포괄적인 CF100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오히려 맞다.  

RE100 참여를 선언한 기업들도 햇빛이 잘 쬐거나 풍량이 좋은 주간에는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야간이나 날씨 여건이 좋지 않은 시간대에는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탄소 기반 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기저장장치(ESS)의 기능에 한계가 있는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구글의 데이터 센터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데이터 센터 부하를 하루 평균 65%밖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구글은 RE100에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원자력을 그리드믹스(Grid Mix)에 포함시키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핀란드와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데이터 센터이다. 여기서는 야간 등 재생에너지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 원전을 이용함으로써 탄소 없는 에너지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을 활용하도록 하는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구글과 같은 선구적 기업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RE100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외국으로부터 수입규제를 받거나 탄소세를 부과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자력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는데 있어서도 탁월하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기 보다 국제 상황에 맞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빌게이츠도 “원전은 유일하게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확장 가능하며 24시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라고 강조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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