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드론의 공격을 받고 일정 기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에너지 기반시설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 기반시설인 고리 원전과 한빛 원전 상공에 드론이 출몰하여 관계 당국을 긴장시킨 적이 있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에너지 안보에 관한 개념을 한층 더 확장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에너지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의된다.

이런 통상적 개념은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기 위해서 두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가격적정성과 가용성이다.

즉 아무리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풍부하더라도 에너지 사용자가 수용할 수 없는 가격이라면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리고, 에너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그 자체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이 두 가지 조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설 수밖에 없으며, 적정 수준을 넘어선 가격은 시장에서의 공급량 부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안보의 요소로서 접근성과 수용성을 추가하기도 한다. 접근성은 주로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에너지에 대한 장벽이 없는 상태이고, 수용성은 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에너지 안보의 개념이 종래의 공급 중심에서 이제는 에너지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기반시설의 취약성에 대한 대처 능력인 ‘회복력(resilience)’이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다.

에너지 기반시설의 취약성으로는 테러 위협과 자연 재해, 노후화, 기술적 결함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테러 위협은 물리적 테러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에너지 기반시설 운영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복력이란 에너지 기반시설의 취약성을 경감시키는 방안과 관련된다.

예를 들자면 예비적인 생산능력 보유, 비축, 공급선 다변화, 기술적 다각화, 비상시 대응체제 구축 등이다.

에너지 기반시설에는 다양한 에너지 생산시설과 공급시설을 포함한다.

석유부문에는 정유시설과 비축시설, 송유관시설이 있다.

가스부문에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인수, 저장, 기화 및 송출시설이 있다. 전력부문에는 원자력과 화력, 수력 등 각종 발전소와 배전소가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기반시설을 포함한 국가 중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률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과 조직이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관계된 주요 법률만 열거하더라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통합방위법’, ‘국가정보원법’,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원자력시설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정보통신기반 보호법’ 등이 있다.

당연히 이들 법률의 소관 정부 부처도 각기 다르다.

또한 다양한 법규에는 서로 연계성이 미진하거나 비슷한 규정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업무가 체계성 없이 산발적으로 추진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기반시설 보호계획(NIPP)’을 마련했다.

이 계획 내에 국토안보부(DHS)와 에너지부(DOE)가 관장하는 에너지 기반시설에 관한 구체적인 보호계획(Energy Sector-Specific Plan)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05년 ‘중요 기반시설 보호를 위한 유럽 프로그램(EPCIP)’을 마련했다. EPCIP에서 보호하는 기반시설은 9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에너지 부문이 가장 먼저 언급돼 있다.

우리도 국가 중요 시설인 에너지 기반시설 보호에 중점을 둔 별도의 관리체제를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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