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품질관리원이 충북 오창에 성능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관리원의 성능평가시스템은 중소형 엔진동력계 시스템과 차대동력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환경부 산하의 교통환경연구원이나 건설교통부 산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 등이 운영중인 시스템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사한 기능의 장비라도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면 기대효과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환경부나 자동차 제작사에서는 법정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자동차의 성능이나 배출가스 등의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연료는 그저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부수적인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반대로 석유품질관리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연료가 정상적인 자동차나 보일러 등에 사용될 경우 발생되는 차이점이나 부작용 등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자동차에는 정품 휘발유가 사용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운전자들의 선택에 의해 세녹스와 같은 유사휘발유가 주유될 수도 있다.

갈수록 유사휘발유의 제조기법이나 원료가 다양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유사휘발유라도 똑같은 유사휘발유가 아니어 행정당국이 관찰해야 하는 대상의 범위가 넓어질 수 밖에 없다.

경유나 등유를 사용하는 대상기기들 역시 다양한 형태의 유사석유가 이용되고 있다.

그동안은 정부가 법에서 정한 품질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유사석유나 품질부적합 판정을 받는데 그쳤지만 석유품질관리원이 성능평가시스템을 구축하면서부터는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그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세녹스 논란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은 유사석유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정품 휘발유나 세녹스 모두 자동차에 주유하면 주행하는데 문제가 없고 연비나 출력, 차량 고장 등의 측면에서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뚜렷한 차이점이 없는데도 정부는 법정 품질기준에 미달되고 정상적인 세금을 탈루돼 세녹스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설명만 반복했으니 정부가 세금만 걷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고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유사석유의 단순한 물성을 기준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을 뛰어 넘어 실제 자동차의 엔진동력계를 이용하고 실제의 주행상태와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석유와 정품 석유와 비교해 무엇이 나쁜가를 실증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석유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성능평가시스템을 통해 연료가 자동차의 엔진상태에 미치는 영향과 연비, 출력, 배기가스는 물론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할 수 있고 심지어 알데히드 등 법정 미규제 물질의 배출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유사석유의 부작용이 여과없이 밝혀질 수 있다면 소비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계몽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성능평가시스템의 구축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순기능중에서 연료 사용자들에게 유사석유의 유해성을 명확하게 설명해 조세정의를 바로잡고 환경이나 보건 등의 사회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한 가지 측면만 감안해도 이번 시스템도입은 축하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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