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공학대학 학장) ②]
R&D 위축 → 우수 인재 전공 기피 → 연구 생태계 붕괴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 전체 자동차 사업 위험할 수 있어
내연기관 퇴출 주장 국가 ‘車 회사 없거나 원전 등 의존, CO₂ 우려 적어’
내연기관과 포트폴리오 구축, 점진적 변화로 최적 균형점 유지해야

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공학대학 학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주장하는 나라들의 특징은 자동차 회사가 없거나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져 극복하기 어렵거나 또는 원전 등에 의한 발전 비중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 걱정이 없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공학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한양대 이기형 기계공학과 교수(공학대학 학장)의 평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자동차 강국 중 하나이니 탈 내연기관을 주창하는 나라들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내연기관차를 대기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찍고 정부 R&D를 축소하거나 배제하고 있고 대학 현장에서는 우수 인재들의 전공 이탈이나 교육자의 배제 현상이 심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이기형 교수는 내연기관 배출 규제가 더욱 엄격해 지는 지금이 오히려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국가 R&D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때 세계 최고 기술과 경쟁력을 갖췄던 일본 조선 산업이 정부의 외면으로 연구 인력이 줄어 들며 쇄락의 길을 걸었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기형 교수가 바라보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내연기관을 바라보는 시각, 교육자로서 자동차 정책과 산업에 바라는 조언 등을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지난호에 이어 2회에 걸쳐 연재 소개한다)

▲ 내연기관자동차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전기·수소차 등 이른바 그린카가 극복해야 할 지점이나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일지.

-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미래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전기자동차 원가가 내연기관의 1.5~2배 수준에 달하는 점은 분명한 한계이다.

1kwh당 배터리 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내연기관의 제조비용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 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적어도 2025년까지는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어 전기자동차 부문의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5년은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가 전기자동차 부문에서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 전환 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공급할 캐시 카우(cash cow)로서의 내연기관의 경쟁력 강화는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지나치게 급격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추진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전체 자동차 사업이 위험할 수 있어 내연기관과의 포트폴리오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수익성의 최적 균형점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내연기관자동차의 급격한 위축 또는 퇴출에 대한 일각의 주장에 대해 또 다른 측에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우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라 국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개발 전략이 필요한 산업이다.

최근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주장하는 나라들의 특성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국 등은 자국의 자동차 회사가 없는 나라이다.

프랑스와 노르웨이는 전기 발생원을 원자력이나 수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기 발생 시 이산화탄소 배출 걱정이 없다.

중국과 인도 같은 국가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서 다른 자동차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그나마 적은 전기자동차에 몰입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은 자동차 대수가 많지 않고 국토 면적도 작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특성에 잘 맞는 국가라는 특징이 있다.

반면 내연기관을 자체 설계부터 생산과 수출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독일, 일본, 미국 같은 국가들은 내연기관 퇴출에 대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내연기관 효율 향상을 위한 노력도 계속 경주하고 있다. 

내연기관자동차 선진국들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연기관을 퇴출해 가면서 친환경자동차 개발로 완전히 전환하는 정책은 찾아 볼 수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오랜 세월 내연기관에 대한 연구 개발과 교육 현장에 몸을 담고 계시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지켜보신 소회는 어떠신지.

- 일본에서 자동차 엔진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WASAKI 중공업과 NISSAN자동차 중앙연구소에서의 연구원 생활을 마친 후 귀국해 대학에 몸을 담은 시기가 1993년이었는데 그 당시 국내에서 승용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는 현대, 기아, 대우, 쌍용, 삼성 등 5곳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에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고  현대는 미쯔비시, 기아는 마쯔다, 대우는 GM, 쌍용은 벤츠 그리고 삼성은 닛산에서 엔진을 수입해 차량에 탑재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엔진 독자개발에 대한 열망이 높았고 정부 지원 아래 엔진을 비롯해 자동차 기반 기술을 연구하는 G7과제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 과제에 직접 참여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과제에는 엔진 전공 교수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연관된 거의 모든 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했고 특히 대기업 병력 특례 제도가 운영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원 연구인력 들도 참여해 엔진 국산화를 거들었다.

초창기 이 과제에 참여했던 우수한 인력들이 현재의 독자 엔진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고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엔진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든 주역들이라고 자부할 만 하다.

불과 25년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세계에서 인정 받는 우수한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산업체와 대학이 공동연구를 통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공이 매우 크다.

▲ 국가나 산업 R&D가 위축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내연기관 전공자들의 외면이나 이탈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 산업 현장에서의 느낌은 어떠신지.

-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조를 해 왔던 내연기관이 최근에는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 찍히고 정부로부터도 퇴출대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정부 R&D과제에서도 배제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전공을 기피하는 분야가 되고 있다.

학생들이 외면 하다 보니 대학의 교육자들도 다른 분야 연구로 옮겨가고 있다.

대학에서도 내연기관 전공 교육자들이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내연기관 전공 신임 교수를 채용하지 않을 분위기이다.

이런 현상이 몇 년 만 더 지속된다면 국내 내연기관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동차 회사로 피해가 전가될 것이고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 염려스럽다.

분명한 것은 향후 10년 동안은 자동차 동력원의 70~80%를 내연기관 자동차가 차지할 것이며 내연기관은 점차 강화되는 연비와 배기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고효율 저배기 엔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이 오히려 갈수록 엄격해 지는 내연기관 국제 규제를 만족시키면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연구 개발 R&D에 더 집중할 시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내연기관 관련 연구비가 매년 현저하게 줄고 있고 심지어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외 되고 있다.

한 때 세계 최고기술과 수출실적을 보유했던 일본 조선 산업이 정부 지원이 감소되고 연구 인력이 줄어들면서 결국은 국가 중요 산업에서 몰락하는 길을 걸었던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우리나라는 자동차 강국으로 자리매김했고 국가 주력 수출 기여도도 높다. 내연기관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나 산업계 시선에 대해 조언의 말이 있으시다면.

-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최근 수출규제 정책으로 국내 많은 주력 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제품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데 내연기관 산업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 기술 의존도가 거의 없고 오히려 국내 엔진이 일본에 수출돼 일본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을 정도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일본 엔진을 수입하던 국내 기술이 이제는 일본으로 수출을 할 만큼 성숙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은 내연기관 엔진 효율을 높이려는 정부와 기업 차원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내연기관의 퇴출 압박이 심해지고 정부 차원의 R&D가 중단되는 등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일본을 포함한 경쟁 국가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내연기관을 국가 중점 연구과제에서 이미 제외하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더 이상 국가 R&D를 투자하지 않고 몇 년 만 더 방치된다면 ‘친환경 자동차’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기대되는 국가 경제 이익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이 더 크게 작용될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친환경자동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35년 간 내연기관을 지켜 온 연구자로서의 바람은 전체 연구비 예산 중 일부만이라도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에 할당해 지금까지 키워온 내연기관의 불씨를 살려 놔야 한다는 것이다.

불씨가 꺼지면 되살리고 키우는데 더 많은 희생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부, 산업계가 심각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 이기형 교수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고베 대학(Kobe University)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닛산(Nissan) 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고 2010년 이후  한양대 산학협력 부단장,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양대 공학대학 학장, 한국자동차공학회 파워트레인 부문 회장, 고효율 수송기기 에너지 저감기술 인력양성 사업단장, 중소기업 산학협력센터장, KAF(코리아오토포럼) 환경기술 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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