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경정비·편의점 중 세차만 활성화…수익도 높아

전기차·수소차 충전소…당장 이익 보다는 미래 먹거리 위한 포석

주유소, 물류거점화 사업통해 물류 허브 중심으로 변화한다

주유소간 치열한 경쟁으로 유외사업이 주가 되고 기름판매는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뒤바뀐 주유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택배나 보관함 사업 등 물류거점화 사업을 비롯해 전기차나 수소차 등 미래형 에너지 거점화 사업도 한창 진행중이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기름만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다.

주유소간 치열한 경쟁으로 기름 마진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유외사업이 주가 되고 기름판매는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뒤바뀐 주유소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유소를 거점화해 다양한 사업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택배나 보관함 사업 등 물류거점화 사업을 비롯해 전기차나 수소차 등 미래형 에너지 거점화 사업도 한창 진행중이다.

◇ 대표 유외사업 쇠락 속 최첨단 미래형 편의점 모델 시도도

지난 1997년 가격자율화 이후 주유소 서비스가 강조되면서 유외사업 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사업들이 주유소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세차와 경정비, 편의점 사업이다.

하지만 경정비와 편의점의 경우 대부분 사업을 포기하고 세차장만이 유일하게 유외사업으로서 성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이 서울 강서구 한 주유소에 업계 최초 미래형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개점했다.

출입문에 통합 인증 단말기를 설치해 소비자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출입인증 수단을 다양화하고 절차는 간소화시켰다.

인증 수단으로는 핸드페이, 일반 신용카드, L-Point(엘포인트) 멤버십 총 3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객이 무인결제가 아닌 유인결제를 원할 경우 입구 버튼을 선택하면 주유소 직원이 즉시 고객을 응대하는 시스템이다.

약 30평 규모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하이웨이주유소점은 카페형 컨셉으로 주유소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무인 편의점이라는 컨셉에 맞게 자유롭게 방문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주유소 사무실과 세차장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전면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배후에 주거단지가 들어서 있어 학생이나 가정주부 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셀프주유소와 최첨단 스마트 편의점 기술이 총망라된 무인 편의점의 결합으로 미래형 편의점 모델 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웨이주유소의 무인 편의점(위쪽). 편의점 출입을 위한 단말기와 무인셀프계산대가 설치돼 있다(아래쪽).

◇ 전통 유외사업 세차만 성공…수익성은 ‘맑음’

전통적인 유외사업 중 하나인 세차장은 지난 1994년 처음 자동세차기가 도입되면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도입 초기를 제외하고 20여년이 지나오는 동안 사업 목적이 아닌 서비스 목적으로 도입하는 주유소가 많았다.

적게는 4~5000만원, 많게는 3억원 넘게 투자해 자동세차기를 설치했지만 경쟁으로 인해 무료세차에 나서면서 자동세차기는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과도한 경쟁으로 기름 마진이 현격하게 감소하자 기름 외 수익이 절실하게 요구됐고 세차장에 환경개선부담금이 부과되면서 유료화로 전환하는 주유소들이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내부세차나 손세차 등 세차 품질을 높여 고수익을 창출하는 주유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유소 세차장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20여년간 이어온 주유소의 무료세차로 손세차 전문점들이 사라지면서 고급 세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유소 세차장 사업화를 부추겼다.

◇ 인건비 상승에 셀프세차로 진화

최근 들어 대부분의 주유소가 4~5000원의 세차비를 받고 있다. 대당 원가는 인건비와 세제비, 환경정화비용 등을 포함해 대당 2~3000원 정도.

도심권 주유소들이 하루 평균 50~100대 정도 세차를 할 경우 월 수익은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900만원, 연간으로는 3600만원에서 1억8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내부세차나 휠, 코팅 등 고급 세차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수익은 더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으로 세차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유원보다 높은 시급을 준다고 해도 세차원 구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들어서는 세차장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셀프 세차를 도입하는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셀프세차 방식도 기계식 세차기를 셀프서비스로 이용하는 방식과 기존 동전 셀프세차장을 반자동화 한 셀프 세차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기계식 셀프세차방식의 경우 운전자가 직접 세차장 입구에 설치된 정산기에서 세차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 후 직접 세차기 안으로 들어가면 선택한 메뉴에 따라 세차가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출구에도 세차원을 두지 않아 물기 제거는 내부세차장으로 유도하거나 별도 공간에서 운전자가 직접 닦도록 유도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동전 셀프세차 방식의 경우 기존처럼 수동으로 운전자가 직접 세차하거나 별도 장비를 설치해 반자동으로 세차할 수 있다.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아 세차 베이(bay)에 들어간 후 수동모드 또는 반자동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수동모드를 선택한 경우 고압분사기와 거품, 브러쉬까지 각 단계별로 1000원을 받고 있지만 정해진 시간안에 완료하지 못해 추가로 2~3000원을 더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당 세차비는 5~6000원 정도.

반자동모드를 선택할 경우 베이 안에 설치된 세차 장비가 고압분사와 거품분사를 마치면 운전자는 브러쉬로 닦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좀더 쉽게 세차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당 금액은 6~7000원 정도.

셀프세차의 경우 세차대수는 줄어들지만 인건비가 절감되고 대당 6~7000원의 높은 세차비 때문에 수익은 기계식 등 다른 셀프세차방식보다 높다.

스마트위례주유소의 4베이 셀프세차시스템(가운데). 세차장 이용을 위한 멤버쉽카드 충전코너(위쪽). 셀프세차장 앞에 설치된 내부세차장과 세차용품 자동판매기(아래쪽)

◇ 차세대 연료공급처 선점한다…전기차 충전소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는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기차는 7만2814대가 등록돼 1년 만에 약 두 배가 증가했다.

전기차의 증가에 따라 연료공급시설인 전기차 충전소도 보조금 지원을 통해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교통량이 집중되는 지역에 설치돼야 하고 공간이나 전력 공급 등의 문제로 설치가 쉽지 않다.

운전자들도 전기차 충전시설이 관공서나 공영주차장 등에 주로 설치돼 있어 이동 중 충전하기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유사들이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차세대 연료인 전기차 충전시설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유소라는 곳이 운전자들이 이동하는 주요 도로마다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기존 연료판매시설이다 보니 고압 충전시설이 들어서는데 거부반응도 적다는 특징 때문이다.

국내 최대 주유소 네트워크를 갖춘 SK에너지는 미래 전기차 시대에도 국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오는 2023년까지 190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양평주유소 등 10개 주유소에 DC콤보와, 차데모 방식 충전을 모두 지원하는 10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중에 있다.

GS칼텍스도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도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서울 스마트위례주유소 등 7개 주유소에 100kW급 초고속 멀티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에 있다.

GS칼텍스는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와 셰어링 등 서비스를 융합해 모빌리티 인프라 서비스 공급자로서 전기차 산업 관련 스타트업들과 전기차 생태계 연합(EV eco-system alliance)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주유소에 설치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함께 전기차 사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1위 전기차 충전기 제작기업인 중앙제어와 충전기 운영 전문기업인 차지인과  ‘하이브리드 스테이션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년까지 서울, 부산, 대구, 속초 소재 주유소 10곳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전국 거점 도시 내 대형 마트와 카페,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도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협업해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의 수익 보다는 미래의 자동차 연료시장 선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가 7만3000여대에 불과해 충전차량이 하루 5대~10대정도로 적고 1회 충전시간이 30~40분정도 걸리다 보니 아직 수익에는 한계가 있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1kW 당 173.8원이다. 전기차 한 대 충전량이 보통 40~50kW이니 충전요금은 7,000원~9000원, 하루 매출은 3만5000원에서 8만5000원 정도다.

정유사들은 아직 전기차 도입 초기다 보니 매출이 적지만 미래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때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위례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위쪽). 현대오일뱅크 고양시 복합스테이션 조감도(아래좌측). 연암주유소에 병설된 수소충전소(아래우측)

◇ 네트워크 활용 택배에서 보관사업까지 - 주유소 거점화 사업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주유소 거점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 줌마와 함께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해 탄생시킨 택배서비스 홈픽이다.

정유업계 1‧2위 기업의 첫 번째 협력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홈픽은 지난해 9월 택배시장의 사각지대였던 방문수거로 인기몰이를 하며 전국 400여개 주유소를 거점으로 피커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찾아가 택배를 픽업해 주유소에 보관 한 후 택배사를 통해 발송하는 사업이다.

C2C 택배로 출발한 이래 고객의 아쉬운 부분을 성공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주문건수가 올해 1월 일 평균 1만여건에서 7월에는 일 평균 3만건 까지 확대됐다.

주유소 수익 면에서도 홈픽 창고와 사무실 임대료 외에도 택배건수가 늘어나면서 수수료도 증가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양사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택배 서비스 ‘홈픽’에 이어 두 번째 협력사업인 스마트 보관함 ‘큐부’를 통해 양사가 추진해 온 주유소 물류 허브화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큐부는 고객이 주유소 내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보관이나 중고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비즈니스다.

큐부를 이용하는 고객은 무인 택배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중고물품 거래 시 상대방과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를 할 수 있다.

또한 세탁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에도 세탁물을 맡기고 개인 물품을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주유소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인창고로 대여하는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했다.

일정 크기의 공간을 자유롭게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대여하거나 짐을 박스 단위로 보관해 주는 사업이다. 집에 수납 공간이 부족한 경우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면 일반 생활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주유소 거점화 사업 1호 택배서비스인 홈픽(좌측)과 스마트물품보관서비스 큐브(우측)

◇ 주유소는 고객 유인, 돈은 유외사업이

전기충전소를 병설하거나 주유소를 물류거점화 하는 등 생소하고 성공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기름 마진에 주유소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도입해 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옷가게나 커피숍, 빵집, 헬스장 등 전과는 달리 다양한 사업들도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유소 건설단계부터 주유소 공간을 줄이고 세차장이나 패스트푸드점, 패션아울렛 등 복합시설로 주유소를 신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진이 적어진 주유소는 고객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세차나 패스트푸드 등 유외사업을 통해 수익을 남기겠다는 전략이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유소업계는 전기차 충전소나 주유소 거점화 사업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변화의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객의 요구에 맞추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미래에도 에너지 공급처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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