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1950년 6월 25일의 한국전쟁 당시 바닷물 처럼 밀고 내려 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초래된 1.4 후퇴의 역사는 뼈저렸다.

냉전 시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했던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기의 양을 늘리며 다투던 군비경쟁(軍備競爭, Arms Race)의 공포는 매우 무거웠다.

사람의 수나 무기의 양으로 군사력이 결정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양상이 다르다.

최근 사우디 원유 처리 시설을 피격하며 세계 석유 수급에 차질을 초래했던 무기는 미사일이나 최첨단 전투기가 아닌 드론이었다.

크기가 작고 비용이 저렴하며 레이더 망에 포착되지 않는 드론은 비단 이번 사우디 원유 처리 시설 피격 현장 뿐만 아니라 내전 중인 시리아 등 중동 분쟁에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영국 히드로 공항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이 통제되며 마비되는 최근 수년 사이의 사태도 드론 출몰에서 비롯됐다.

사이버 테러나 공격은 드론 보다 더욱 심각하다.

거리나 공간의 한계와 통제에서 벗어나 통신망을 통한 원격 조정으로 국가 기간 산업이나 핵심 설비를 조정하고 교란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이버 테러이다.

사이버 보안망을 뚫을 수 있다면 수십, 수백만명이 동원된 인해전술이나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군비경쟁 보다 더 효과적이고 파격적이며 경제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으니 그 어떤 위협보다 위험천만할 수 있다.

국회 이훈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한전을 비롯해 한수원 등 발전 자회사에 시도된 사이버 공격 시도가 1000 건에 달한다.

주목할 대목은 단순히 공격이 의심되는 신호를 포착한 것이 아니라 실제 공격을 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관별로는 원전 가동을 책임지는 한수원에 사이버 공격 시도가 몰리고 있다.

전체 1000 여건의 공격 시도중 한수원을 향한 것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도 각각 267건과 172건의 공격 시도를 받았다.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국가 에너지 기간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시도가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사이버 공격 시도의 절반 정도는 홈페이지 해킹 공격으로 나타났지만 악성코드를 심어 시스템에 침투하려는 공격도 333건에 달했다.

더 심각한 대목은 사이버 공격으로 의심되는 신호가 하루에도 수백건 씩 감지된다는 점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원전 같은 발전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가동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조정된다면 전력 수급 차질 같은 단순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시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지책을 갖추고 있으니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이고 호들갑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국방과 안보 개념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사이버 안전에 더 많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예산을 투입하며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한 대비책을 갖추는 것은 넘쳐도 부족할 수 있다.

국가 전력 기간망 사이버 테러 시도에 대해 더 큰 경각심을 갖자는 이훈 의원의 주문은 레저용으로나 치부되던 드론이 미사일과 전폭기를 대신한 더 위협적인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더욱 공감되고 시의적절한 지적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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