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에너지혁명”
RE100,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에너지혁명”
  • 정상필 기자
  • 승인 2019.09.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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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BMW 등 194개 글로벌 기업 참여

유럽 RE 100 기업들 재생에너지 전기 이용률 62%

미국·유럽 기업 중심에서 중국‧일본 등 아시아기업 참여 늘어

산업부, 녹색요금제 등 RE 100 이행방안 마련 중
RE 100 참여회사 로고 이미지
RE 100 참여회사 로고 이미지

[지앤이타임즈] 정부가 에너지전환 흐름에 맞춰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 인증을 위한 자발적 캠페인 ‘RE 100’ 도입을 위한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RE 100은 전기 소비주체인 기업이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9년 8월 현재 구글, 애플, BMW 등 194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 중이며 자사 생산품의 원자재 단위에까지 RE100 적용을 준비중에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등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않을 경우 메모리를 납품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RE 100은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가 커다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RE100 가입 기업이 하나도 없다.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외에는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전력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어 있고 발전사업자와 전력판매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만 전력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RE 100에 가입한 기업은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194개사가 넘어섰다.

◇ 기후변화 위기가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확대 계기

RE 100은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해 처음 시작됐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또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전력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등 최근의 인위적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 추세는 10년당 0.2도다.

이 같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유지되면 2030∼2052년 사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전망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할 경우 해수면이 상승하고 육지의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은 1.5도 상승 시의 2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같은 ‘지구온난화 1.5도’를 계기로 시작된 RE 100은 각국 정부기구와 과학자들의 지구온난화 경고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자발적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 미국‧ 유럽 기업 주도, 아시아 기업도 동참 확대

RE 100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익은 전 세계 GDP의 5%를 넘는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글로벌 기업들이 RE 100에 참여하고 있다.

RE 100에 합류 한 회사는 전력 소비량의 100%를 특정 연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조달하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력 데이터를 공개하며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RE 100 캠페인의 창립 파트너인 스웨덴의 이케아의 경우 2020년까지 28개국 336개 매장 등 건물에서 소비하는 총 에너지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BMW 역시 202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 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입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도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되어 유럽이 대부분 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인도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기업들의 동참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가입 기업이 1년도 안돼 3개사에서 13개사로 증가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입기업이 많은 나라가 됐다.

◇ 유럽, 재생에너지 인증 및 전력구매계약 시장 성숙

RE100이 발간한 연차보고서(RE 100 Progress and Insights Annual Report)에 따르면 RE 100 참여 기업들이 속한 국가를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상위 3개국은 덴마크(93%), 영국(82%), 스위스(81%)이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유럽에 본사를 둔 RE 100 기업들은 62%의 전기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의 RE 100 참여가 높은 것은 지난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인증을 위한 추적 메커니즘이 시행됐고 재생에너지 투자에 유리한 시장조건과 기업과 발전회사와의 전력판매계약(PPA) 관련 성숙한 시장이 존재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 참여기업 자가발전 58%가 태양광

RE 100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기업 중 111개 기업이 2017년 조달한 재생에너지의 46%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입을 통해 조달했다.

이어서 35%의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녹색요금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조사에서는 녹색요금제를 통한 조달이 41%로 인증서 구매(40%)를 조금 앞섰던 것과는 달라진 결과다.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공급된 전력 비중은 2017년 16%로 2015년 3.3%, 2016년 13.1%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보고서에서는 또 63개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자체 발전 에너지원을 조사한 결과 58%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조달됐다.
그 다음으로는 풍력(34%)과 바이오매스(5%)가 뒤를 이었다. 이 외 에너지원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 산업부, 녹색요금제 등 RE 100 이행방안 마련 중

전세계에서 RE 100에 참여한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23개 국가로 늘어났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참여는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려 해도 전기사업법령에 의한 규제로 자체 생산 외에는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을 조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해외 바이어의 친환경 제조공정 도입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국내 기업의 RE 100 이행방안 마련계획을 발표했다.

산업부의 계획에 따르면 RE 100 참여 의향 기업이나 개인이 기존 전력요금에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더한 요금제로의 변경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녹색요금제를 올 하반기 중에 신설할 예정이다.

또 사업용 발전소에 지분을 투자할 경우 투자한 지분의 해당 발전량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RE 100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업장에 설치한 자가용 설비의 자체발전 전력량만큼 에너지공단의 실적 검증을 통해 RE 100 이행실적으로 인정받고 전기요금에서 발전량의 50%를 할인해주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요금 할인제도의 연장도 검토 중이다.

특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구 병)은 지난 7월 국내 기업의 RE 100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력구매계약(PPA)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업을 비롯한 전기 사용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자와 자율적인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특정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재생에너지 발전회사들은 김 의원이 발의한 전력구매계약 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 RE 100은 에너지 혁명…바람직한 행동

국내 전문가들은 RE 100이 전력시장을 발전사 등 공급자 중심에서 기업 등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 역시 RE 100이 본격 추진될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는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선순환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RE 100이 해를 거듭할수록 진전을 이루면서 그 영향력도 기업과 국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전환이라는 관점에서도 RE 100은 에너지 혁명으로 전 세계 전력시장의 구조를 탄소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RE 100 연차보고서에서는 “RE 100의 에너지 혁명은 전보다 더 실현 가능하고, 막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바람직해 보인다” 고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