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환원 앞두고 기름값 인상 늦추라는 석유공사에 비난 쏠려

세금 인상폭 중 절반만 올리면 리터당 최대 40원 인센티브 지원

9월 2주 동안 점진적 인상 유도, 세금 못올리면 일반주유소는 ‘고사’

공권력 앞세운 교란·불공정 경쟁 우려 현실화에 ‘시장파괴’ 비난 커져

석유공사가 자영 알뜰주유소에 발송한 유류세 인하 종료 관련 공문.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유류세 원상 복귀로 기름값이 오르게 됐는데 소비자 가격에 덜 반영하면 인센티브로 보전해주겠다는 석유공사의 당근책을 놓고 유통 질서 파괴 비난이 일고 있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상표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신한 운영권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석유 시장 가격 왜곡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본 지는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에게 발송한 ‘정부 유류세 인하 종료 관련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입수했는데 유류세가 원래 수준으로 환원되는 9월 이후 상당 기간 동안 기름 판매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기름값 인하에 협조하는 알뜰주유소는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최대 40원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이 경우 알뜰과 경쟁해야 하는 일반 주유소들은 유류세 인상 요인을 판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고스란히 손해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 유류세 올라도 올리지 말라는 석유공사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연료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7% 인하중인 정부는 오는 9월을 기해 원래 수준으로 환원한다.

이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포함해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의 유류세는 휘발유는 리터당 58원, 경유는 41원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오르는 만큼 주유소 등 석유 소매 사업자들은 인상 요인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에게 유류세가 환원돼도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상표권자이며 공기업이 운영권자이다. 

유류세 인상 요인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은 인센티브로 보전해주겠다는 유인책도 제시하고 있다.

이른 바 ‘유류세 환원 관련 정책 부응 주유소’를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

◇ 인상폭 중 절반 이내 반영하면 인센티브

석유공사가 내건 인센티브 방안에 따르면 유류세가 원래 상태로 환원되는 9월 1~2주 동안 세금 인상분 중 50% 즉 절반 이하만 반영하는 주유소가 지원 대상이 된다.

9월을 기해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가 리터당 각각 58원과 41원이 오르는데  이중 29원과 21원 이하로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석유공사가 유류세 환원에 앞서 인센티브 지원책을 들고 나선 배경은 석유 소비자 가격 급등을 방지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9월 이후 2주 동안 인센티브가 제공되는데 파격적인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휘발유 기준으로 9월 첫 주 인센티브는 리터당 25원, 둘째 주에는 40원의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같은 기간 경유도 각각 리터당 15원과 25원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유류세 인상을 자제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석유공사 문서.

정부의 유류세 인상폭에 근접한 가격을 인센티브로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일반 주유소 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

◇ 세금 안올리면 그만큼 손해보는 일반주유소 반발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은 유류세가 오르는 만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정유사 역시 석유 제조나 유통 비용과 무관한 정부의 세금 인상 요인을 무시하고 석유공사 처럼 거래 주유소에 지원할 수 없다.

지원액 만큼 손실을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주유소협회측은 공권력을 활용한 유통 시장 파괴 조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은 “정부를 대리해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에너지 공기업 석유공사가 정부의 유류세 환원에 따른 정상적인 석유 가격 인상 요인을 무시하고 알뜰주유소만 인센티브로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석유 유통 구조를 파괴하는 조치이며 일반 주유소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반시장적인 발상”이라고 항의했다.

유기준 회장은 또 “정부가 공권력을 활용해 시장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불공정한 조치로 이로 인해 전국 1만2000여 주유소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알뜰주유소에 대한 인센티브는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정부와 석유공사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알뜰주유소의 유통 시장 왜곡이나 공정 경쟁 훼손 가능성은 정부 출연 연구자들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 제기된 바 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허경선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발표한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의 수익률을 ‘0’이거나 ‘0’에 가깝게 발생시키고 있고 이같은 수익은 민간 정유사의 수익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적정 이윤을 가격에 산정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석유공사나 알뜰주유소가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되고 그 결과 시장의 교란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같은 연구원의 홍우형 부연구위원 역시 2016년 발표한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알뜰주유소 도입 취지는 석유가격을 인하하는 것으로 석유공사가 높은 이윤을 취하는 것이 부적합할 수도 있지만 시장보다 지나치게 낮은 이윤을 취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시장질서와 공정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문제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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