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간 충돌 책임안지는 정부, 국민 편이 아닌 정부 편인가?
법 간 충돌 책임안지는 정부, 국민 편이 아닌 정부 편인가?
  • 김신 발행인
  • 승인 2019.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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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 석유는 위험물이고 벌크 제품이며 세율이 높다.

일반적인 공산품과 다른 성격 때문에 환경, 조세, 안전, 유통, 거래 방식 등 다양한 분야의 법령을 통해 규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사업법이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석유는 아무나 취급할 수 없고 법에서 허락받은 업종들도 영역에 따라 거래 방식이 다시 제한된다.

주유소는 ‘고정된 주유된 주유설비를 갖추고 다른 주유소나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자’라는 식으로 영업 방식도 규정하고 있다.

굳이 이런 ‘디테일(detail)’을 만든 것은 위험물인 석유제품이 안전하게 관리, 유통되고 소비자 가격의 절반을 넘나 드는 유류세의 과세 누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디테일’을 만든 정부도 정작 그 ‘디테일’을 알지 못해 애꿎게 법률 소비자들인 국민들이 곤경에 처하고 있다.

본 지는 석유사업법령에 금지되어 있는 ‘보관 주유’ 방식으로 영업하다 과징금 등 행정처분 위기에 내몰린 전국 수십 여 주유소의 사연을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석유 보관 주유, 국토부 ‘가능’ vs 산업부 ‘위반’…결국 과징금(7월 18일자), www.gn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229)

‘보관 주유’는 소유자가 따로 있는 석유제품을 보관해주고 공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국을 넘나 드는 버스 운수회사중 일부는 운행 차량들이 소비하는 석유제품을 석유 소매 업소인 주유소에 맡겨 보관 주유하고 있다.

자신들의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매한 석유제품을 버스 운행 구간의 거점에 위치한 주유소들에게 보관을 의뢰하고 소속 차량들이 들러 공급받을 때 마다 정해진 주유 수수료를 지급하며 유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그런데 ‘보관 주유’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용하는 석유사업법령에 명시된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야 하는 주유소 영업 방식과 배치된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십 여 주유소가 버스 회사의 석유를 보관 주유했다는 이유로 석유사업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구매한 석유제품을 운수회사에 직접 판매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런데 대형 고객인 운수회사가 보관 주유를 제안하며 수수료라도 챙겨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다.

수익 악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매년 수백 여 곳이 문을 닫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주유소 업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토부가 운용하는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지침’에서는 운수회사들의 유가보조금 지급 수단으로 ‘보관 주유’가 명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유가보조금’은 고율의 유류세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버스, 택시, 화물차 등 대중 운송 업자에 한정해 높아진 유류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인데 보조금 지급 주체인 국토부는 보관 주유를 환급 보조금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주유소는 석유사업법령에 근거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유가보조금 지급 지침에서 보관 주유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국토부 해석을 믿고 그동안 보관주유 영업을 하다 행정처분을 받게 된 주유소들은 구제받을 길은 없다.

‘석유는 위험물이고 벌크 제품이며 세율이 높다’

그래서 석유는 ‘석유사업법’ ‘위험물안전관리법’ ‘토양환경보전법’ 등 각종 규제 법령은 물론이고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포함해 조세 관련 여러 법령의 관리를 받고 있다.

유가보조금 지급 방법과 관련해서는 국토부 지침과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보관 주유’의 경우 처럼 정부 부처간 법령 사이에서도 충돌이 발생한다.

그런데 법을 운용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 조차 법 사이의 충돌을 알지 못했고 논란이 일자 해당 규정을 없애 충돌을 막겠다고 나섰는데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 주유소 사업자들은 그 법들의 충돌을 미리 알고 있어야만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석유사업자들 조차 익숙하지 않은 ‘보관 주유’에 대해 여러 정부 부처가 다양하게 해석하는 그 ‘법’을 알지 못해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 스스로의 ‘무지함’을 탓해야만 한다.

정부는 법을 만들 뿐, 그 법 들 사이에 상충되고 엇갈린 해석들은 법 소비자들인 국민이 알아서 피해가라는 처사라면 정부는 국민 편이 아닌 정부 편인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