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매년 증가, 올해 상반기 1176곳 달해 비중 10% 넘어

알뜰 상표 뗐는데도 통계는 포함, 도공·농협 100곳 가까이 증가

저가 판매 압박에 수익성 악화된 자영 알뜰은 3년새 50곳 감소

알뜰 외형 위축 우려한 정부, 도로공사 공동구매 ‘압력’ 의혹 제기돼

기름 물가 안정 홍보 수단으로 여전히 등장, 정부 시장 개입 논란 여전

EX-알뜰주유소 상표 대신 현재는 EX-OIL이라는 독자 상표가 사용중이다. 사진은 알뜰 브랜드 도입 당시 고속도로 주유소 상표 디자인 시안(왼쪽). 현재의 EX-OIL 주유소에는 알뜰 상표가 빠져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낮추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알뜰주유소가 전체 영업 주유소 중 10%를 넘어 섰다.

알뜰주유소 수도 꾸준히 증가중이다.

하지만 일반 자영 알뜰은 정점을 찍은 이후 상당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직간접적인 정부 영향권 아래 있는 도로공사와 농협 계열 알뜰 주유소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석유 소매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피넷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알뜰주유소는 1176곳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주유소 1만1505곳중 10.2%의 비중을 차지한 것.

주유소 10곳 중 한 곳은 알뜰 상표를 달고 있는 셈이다.

석유 소비가 정체중인 상황에서 가격 중심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매년 주유소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지만 알뜰은 오히려 증가중이다.

2015년 12월 기준 1123곳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 까지 53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영업 주유소는 1만2009곳에서 1만1505곳으로 4.2%에 해당되는 504곳이 감소했다.

영업주유소는 줄고 알뜰주유소는 늘어나면서 전체 주유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2월 기준 9.3%에 그쳤던 알뜰주유소 비중은 지난 해 말 10%를 넘어 섰고 올해 6월에는 10.2%로 다시 뛰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중에서 정부 영향권 아래 있는 도로공사와 농협 계열만 증가했고 자영 알뜰은 큰 폭이 줄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 올해 들어 자영 알뜰 소폭 증가로 전환됐지만…

정부가 상표권자인 알뜰주유소는 자영 알뜰, 농협 계열 NH-알뜰, 도로공사 관할인 EX-알뜰 등 세 운영 주체로 분류된다.

NH-알뜰은 전국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이고 EX-알뜰은 도로공사 소유로 민간에게 위탁 운영을 맡긴 고속도로 주유소인데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에 호응해 일괄적으로 알뜰 상표를 도입했다.

NH-알뜰은 농협중앙회가 1조합 1주유소 캠페인 등을 벌이며 공격적으로 주유소 사업을 확장하면서 매년 그 수가 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525곳이던 NH-알뜰은 올해 상반기까지 74곳이 늘어 599곳이 운영중이다.

전국 고속도로망 확대로 주유소가 증가중인 도로공사 계열 EX-알뜰 역시 같은 기간 156곳에서 178곳으로 22곳이 증가했다.

하지만 일반 자영 주유소들이 알뜰 상표를 선택한 경우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기준 442곳이던 자영 알뜰주유소는 매년 줄어 지난 해 12월에는 392곳으로 3년 사이 50곳이 감소했다.

자영 알뜰은 올해 들어 소폭의 증가세로 반전되며 6월말 기준 7곳이 늘어난 399곳이 영업중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유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정유사들의 시장 공급 가격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면서 일부 자가상표 주유소들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부각된 알뜰 상표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 도로공사 공동구매가 석유공사 공급 가격 보다 더 낮아

알뜰주유소가 도로공사와 농협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석유 소매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 등 외생 변수가 좌우하는 내수 기름값을 관리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를 통한 경쟁 촉진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자영 알뜰은 위축되고 공공 분야 알뜰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4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0불대를 넘어서자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개최하고 알뜰주유소를 활성화시켜 시장 경쟁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름값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전히 알뜰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알뜰주유소 외형이 줄어드는 것을 견제하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EX-알뜰에서 구매하는 석유제품 중 일부를 공동 구매 알선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EX-알뜰 주유소들은 판매 석유제품중 35% 이상을 석유공사에서 의무 구매하는 한편 25%는 도로공사의 공동 구매 알선 제품으로 구매하고 있다.

본 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EX-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석유공사 대비 리터당 5원 이상 낮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알뜰주유소 상표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도로공사에게 공동구매 알선 사업 중단을 요청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로공사 물량까지 석유공사 공동 구매에 포함시키면 바잉 파워가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인데 이 보다는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알뜰 브랜드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시장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사 관계자는 “석유 판매 가격 인하를 압박 받으면서 고속도로 주유소 영업이익율이 1%도 되지 않아 사실상 적자 운영되면서 휴게소 매출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알뜰 상표를 사용하지도 않는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석유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까지 정부가 막고 석유공사로 일원화한다면 수익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에는 EX-알뜰주유소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EX-OIL이라는 독자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측은 정부가 알뜰 브랜드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장이 되어 버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심재명 팀장은 “면세유 배정권한을 가진 농협과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권을 가진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바잉파워를 무기로 석유 저가 판매 정책에 나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 경제’라는 말이 주유소 시장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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