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인정한 보관 주유가 산업부에서는 알선 행위로 위법

석유관리원 단속에 전국 수십 여 주유소 처분 위기, 행정심판 청구

‘지침 따른 보관 주유 불법이라면 지급된 유가보조금도 불법’ 논란 확산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버스회사에서 사용하는 석유제품을 보관, 공급하던 주유소 수십 여곳이 불법 영업 행위로 적발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가운데 행정심판 청구를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회사 기름을 보관 주유하는 동일한 행위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 법 해석이 달라 그 사이에 끼인 주유소들이 처벌받게 됐기 때문이다.

본지는 대전 소재 시외버스회사인 A고속과 ‘보관 주유’ 방식으로 거래해온 수십 여 주유소들이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영업 범위 위반으로 단속돼 무더기로 처벌 위기에 몰린 상황을 지난 1월 단독 보도한 바 있다.(본보 1월30일자 산업부·국토부 '보관 주유' 이중 잣대에 주유소 날벼락, www.gn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43)

‘보관 주유’란 소유자가 따로 있는 석유제품을 보관해 공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벌크제품인 석유 특성상 제품을 저장하고 공급받기 위해서는 저장탱크와 주유 설비가 필요한데 일부 운수 회사에서는 해당 시설을 갖춘 주유소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구매한 석유를 보관시키고 운행 차량들이 공급받게 하고 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운용하는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지침’에는 보관주유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석유사업법령에서는 영업방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석유사업법 중 보관주유를 제한하는 규정과 국토교통부의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지침 중 보관주유를 허용하고 있는 규정.

◇ 실소비자 직접판매 위배 vs 거래내역 확인수단 인정

석유사업법령에 근거해 불법 석유 유통행위를 단속하는 석유관리원은 올해 초 한 버스회사가 충남과 충북, 전북 등 전국 수십 여 주유소와 보관 주유한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위법 행위로 해석해 지자체에 통보한 상태이다.

석유사업법에서는 ‘주유소는 석유공급자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아 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버스회사가 구매한 기름을 주유소 저장탱크에 보관해 놓고 계약된 버스에 공급한 후 수수료를 받는 ‘보관 주유’를 일종의 알선 행위로 보고 주유소의 영업방법 위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가 운용하는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급지침’에서는 ‘보관 주유’를 통한 카드 거래 내역도 보조금 지급 확인 방식으로 허용하고 있다.

시중 일반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 회사가 특정 주유소에 자신들의 구매한 석유제품을 보관하고 공급받는 경우도 유가보조금을 청구하고 지급받는 합법적인 확인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이 국토교통부의 유가보조금 지급 지침을 근거로 요청한 보관 주유를 석유관리원에서는 산업부 석유사업법령상 영업 행위 위반으로 해석해 관련 주유소들을 적발하면서 무더기 과징금 처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 보관주유 위법이면 지급된 유가보조금도 위법-행정심판 청구할 것

졸지에 석유사업법령 위반 사업자로 전락하며 과징금을 부과받은 주유소 사업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기름을 보관, 공급'하는 동일한 행위를 놓고 석유사업법에서는 ‘불법’, 여객자동차 유가조보금 지급지침에서는 ‘가능’하다는 엇갈린 규정이 운용되면서 애꿎게 주유소만 불법 사업자가 되고 있다는 항변이다.

두 부처간 엇갈린 해석을 놓고 행정처분 여부를 고민하던 해당 지자체들은 석유사업법령을 운용중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는데 원론적인 답변만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회신에 따르면 ‘운수회사 등 실소비자가 직접 구매한 석유제품을 주유소 저장시설에 보관해 주유하는 행위는 석유사업법 시행령 제2조 제3호의 주유소 영업방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보낸 것.

결국 국토부가 유가보조금 지급 수단으로 허용하는 보관 주유는 산업부 소관인 석유사업법령을 근거로 불법으로 판단돼 해당 주유소들에게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영업 범위 위반으로 처분받은 주유소중 상당수는 관할 지자체에 과징금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심판 청구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심판을 청구중인 한 주유소 운영자는 “국토부에서 허용하고 있는 보관주유를 산업부에서는 위반이라고 처분을 한다면 위법한 방식으로 버스회사에 지급된 유가보조금 역시 불법”이라며  “두  부처 간 엇갈린 규정으로 유가보조금 지침에 따라 영업한 주유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고 말했다.

보관 주유 수익에 비해 과징금 처분 액수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버스 회사 석유제품을 보관 주유하는 댓가로 받는 주유소가 받는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1리터당 15원 수준이다.

주유소 한 곳당 한 달 평균 공급량이 3000~5000리터에 불과해 월 수수료 수입은 4만5000원~7만50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보관주유’ 위반으로 부과받은 과징금은 750만원으로 짧게는 8년 길게는 14년 동안 모아야 되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과징금 처분 주유소 운영자는 “불법 유통을 하거나 부당이득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광역 대중 교통의 연료 수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 규정에 근거해 협력했을 뿐인데 오히려 범법자로 적발되고 적지 않은 과징금 처분까지 받아야 한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행정심판을 통해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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