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비중 높은 주거문화, 보일러교체 필요성 못느껴
친환경 제품·미세먼지 저감 홍보 효과 서서히 반영
환경부, 저녹스보일러 교체사업 예산 1400% 증액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내년부터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되는 지자체 내에서 가정용 보일러 인증기준이 강화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저녹스보일러’(콘덴싱보일러)의 유통·판매가 의무화된다.
정부는 이를 대비해 일반 보일러를 질소산화물(NOx) 저감효과가 우수한 저녹스보일러(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하는 사업에 본예산 24억원 대비 추경 336억원(1400%)이 증액된 36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서울시 보조금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곧 심사에 들어가는 추경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업계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도 있는 국회심사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환경부는 2019년 본예산에서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지원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총 3만대 보급을 계획했으나 이번 추경안을 통해 서울지역의 보급물량을 27만대 추가해 올해 총 30만대의 저녹스보일러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저녹스보일러(72만원)와 일반보일러(52만원) 차액(20만원)의 80%(16만원)를 국고에서 8만원, 지방비에서 8만원 지원했으나 이번 추경안에서는 차액 전액(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단가를 조정했으며, 지방비 부담을 완화 시키기 위해 국고보조율을 60%로 상향했다.
따라서 이번 추경안이 확정될 경우 일반보일러 구매비용만으로 저녹스보일러로의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되는 지자체 내에서 가정용 보일러 인증기준이 강화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저녹스보일러의 유통·판매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때문에 가정용 보일러에 대한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추가적인 보급물량과 지원예산을 확대하려는 이번 추경안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녹스 보일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보급이 저조한 실정이며,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방안이 필요하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 저녹스(콘덴싱)보일러 보급, 발목잡는 요인은?
일반적으로 주택소유자이면서 실거주자가 아닌 전·월세 세입자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019년 본예산에서 계획된 서울시 저녹스보일러 보급 물량 총 1만4600대 중 500대만이 보급(2019년 4월 기준)돼 집행실적이 부족한 실정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27만대의 추가적인 물량 지원이 확정되면 연내 집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우려했다.
특히 2019년 본 예산에서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총 6075대의 가정용 저녹스보일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신규로 편성됐으나 수도권 외 지역 보급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저녹스보일러는 가동 시 응축수 배출이 필요해 별도의 배수관을 설치해야 하는데 노후화된 빌라나 단독주택의 경우 배수구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설치환경 제약으로 보급 사업 실효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보급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을 우선적인 지원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녹스보일러 설치를 신청하더라도 기본적인 교체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저소득층 보급은 제자리 걸음이다. 최근 3년간 저소득층 대상 저녹스보일러 보급대수가 단 6대에 불과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환경부가 지자체 수요 확보 및 사업추진 상황에 대한 확인·점검 등 사업의 철저한 집행관리를 통해 가정용 일반 보일러 교체를 조속히 추진하는 등 추경예산이 연내에 집행될 수 있도록 적극 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일러 교체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 층을 지원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콘덴싱 인식 개선 효과, 판매량 서서히 증가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에 불구하고 저녹스보일러가 빠르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로는 전월세 가구 비중이 높은 독특한 주거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저녹스보일러가 보급된 가구를 분석해보면 주택 소유자이면서 실거주자인 가구의 비중이 높았다”며 “반면 전월세가구의 경우 주택소유자가 보조금 신청을 해야하는데 절차의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저녹스보일러 설치의 필요성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보일러라는 제품은 겨울철 고장이 나야 교체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친환경이나 가스요금 절감이라는 장점에도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보급사업이 탄력을 받지는 못하나 저녹스보일러(콘덴싱보일러)에 대한 인식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판매량도 상승 추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보일러사 관계자는 “콘덴싱보일러 광고 전후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들어 콘덴싱보일러라는 이미지에 미세먼지 혹은 친환경제품이라는 키워드가 연결되고 있다”며 “우선은 지자체와 업계가 꾸준히 홍보활동을 진행하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보조금 사업이 만족할만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으나 콘뎅싱보일러 판매량은 꾸준히 확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기준 콘덴싱보일러 판매량 비중이 37%였으나 올해 3월 기준 41%까지 상승했다”며 “향후 보조금 사업이 확대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 이후 콘덴싱보일러에 대한 인식변화가 일어나며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아직 만족할만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친환경제품으로서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