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동북아 에너지협력 콘퍼런스
에너지안보·협상력 강화 vs  정치적 문제로 현실성 ↓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남북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PNG) 사업은 길게는 30년 넘게 논의되어 왔으나 그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가스수입선 다변화부터 경제적 효과까지 장점은 명백하나 정치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 막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꿈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그 꿈을 현실화 하기 위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대성그룹과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 WEC) 한국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남북러 가스 파이프라인과 동북아 에너지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러시아에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PNG 프로젝트 실현가능성을 점검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 확대, 러시아와 중국간의 PNG 거래 본격화 등 시장변동에 따른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입장 변화도 점검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로만 삼소노프(Roman Samsonov) 러시아 사마라대학교(Samara University) 수석 부총장 ▲료 후쿠시마(Ryo Fukushima)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국민대학교 교수의 발표를 정리했다.

◆ 러시아, 유럽의존도 줄이기 위해 아시아 수출확대

러시아 사마라대학교 로만 삼소노프 부총장은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으며 가스시추 및 탐사 과정에 참여한 인물이다.

로만 삼소노프 부총장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에 더 많은 가스를 수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태지역 수출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할린 가스전 등을 통해 중국과의 가스관 연결은 물론 동북아 슈퍼그리드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만 삼소노프 부총장은 “현재 한국은 가스수입의 100%를 해상운송(LNG)에 의존하고 있으며 카타르,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오만, 미국 등이 주요 수입대상국”이라며 “러시아 파이프 라인이 건설된다면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더 많은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북한과의 문제가 도전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경유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파이프 라인 경로를 북한으로 할지 중국으로 선택할지에 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해 왔다”며 “남북러 가스관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한중러 가스관 사업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앞으로 유럽에 대한 수출 물량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에 30년 이상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충분히 갖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러시아 공급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지 좀더 조사를 진행하고, 독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아시아 가스수요 증가, 교역형태 변화 불러올 것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은 중국 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방글라데시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천연가스 수요는 확대되고 있는데 교역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미국의 수출 다변화로 인해 향후 10년 안에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안보와 환경문제, 안전성을 고려한 에너지정책이 추진될 것이며 천연가스 역할 역시 이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LNG 주요 수입국가 였으나 앞으로 더 많은 아시아국가들이 천연가스 사용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지역에서 LNG 수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을 증진시키고 있으며, 특히 발전용 천연가스나 자동차용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료 후쿠시마 도쿄가스 해외사업기획부 부부장은 지난 2017년 동북아가스관 포럼에서 제안했던 내용을 소개하며 러시아와 수요국들간의 하나의 통합된 공급망이 구축될 경우 가스공급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치적 리스크 여전, 더 많은 시간 필요

이날 발표에 앞서 자신은 비관적 내용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는 꿈이 현실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입을 열었다.

란코프 교수는 “남북러 PNG는 합리적 사업성을 갖고 있음에도 30년간 논의만 이어졌고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며 “안타깝게도 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많은 장애물, 특히 정치적 문제가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수십억달러가 투입되는 고비용의 사업인데 건설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히는 셈이 된다”며 “문약 중간에 정치적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1990년대 초반 핵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한뒤 한반도에는 위험이 계속돼 왔으며 잠시 화해분위기가 있었지만 화해국면은 4~5년 이상 이어진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분명한 핵보유국이며 핵무기를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사실이 앞으로 남북러 PNG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결과는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남북러 PNG 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선 한국정부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국제컨소시엄이 꾸려진다면 PNG 프로젝트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출보증에 나설 경우 어느정도 안정성이 생기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다”며 “남북러 PNG 사업은 경제적 편익이 있지만 정치적 리스크는 그 보다 더 크기에 실현되기 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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