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관리원 제안한 휘발유 ‘치환’, 위험물법상 불법행위

주유소 감에 의존한 희석, 품질 적합 여부 확인 어려워

휘발유 판매량 적은 영세 주유소 타깃 단속 주장도 제기돼

주유소 단계 검사 제외, 정유사 출하 단계로 일원화 요구 일어

석유관리원의 휘발유증기압 하절기용 품질기준 변경 안내문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이달부터 정유사와 수입사 단계 휘발유 증기압 품질 기준이 하절기용으로 변경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정유사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하절기용 증기압 기준에 맞춘 휘발유를 주유소에 공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들은 여전히 동절기용 증기압 기준에 맞춘 휘발유를 판매중이다.

주유소 단계에서는 7월부터 하절기용 증기압 기준이 적용받는다.

동절기용 휘발유 재고를 처리하고 하절기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정유사 보다 한 달 늦게 하절기용 휘발유 품질 기준을 적용받는 것.

문제는 일선 주유소가 직접 동절기용 휘발유 재고 물량에 품질이 바뀐 하절기용을 혼합하는 브랜딩 과정을 거쳐 법정 품질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하절기용 휘발유 증기압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되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업계에서는 휘발유 품질 기준 중 증기압에 대한 검사 대상은 주유소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200여 곳에 가까운 주유소들이 단순히 휘발유 증기압 기준을 맞추지 못해 품질 부적합으로 단속되고 있는데 주유소 단계에서 법정 품질기준을 맞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 정유사, 증기압 기준 변경 앞서 하절기용 공급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휘발유 증기압 기준은 동절기는 44~96kPa, 하절기는 최고점이 60kPa로 제한된다.

하지만 증기압은 석유 소매업자들이 직접 품질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사소한 관리 소홀 등에 따른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법에서는 정유사 단계의 하절기용 휘발유 증기압 기준을 6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반면 주유소 유통 단계에서는 하절기용 휘발유 품질 기준이 7월부터 적용된다.

주유소가 자체 브랜딩을 통해 하절기용 품질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주유소들은 동절기용 휘발유를 판매하면서 재고 물량을 줄이고 정유사로부터 하절기용 휘발유를 구매해 브랜딩 과정을 거쳐 변경된 품질 기준을 맞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 판매량이 적거나 영세한 주유소들은 동절기용 휘발유 재고 소진이 쉽지 않아 법정 품질 기준이 변경되는 7월 이후에도 하절기용 휘발유로 대체하지 못해 품질 불합격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정유사들은 법정 기한인 6월 보다 한 달 앞서 하절기용 휘발유를 생산해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지만 휘발유 증기압 기준 위반으로 여전히 적지 않은 주유소들이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 주유소 휘발유 증기압 단속은 복불복

석유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하절기용 휘발유 품질기준을 초과해 품질부적합으로 적발되는 주유소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회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이 석유관리원을 통해 제출받은 연도별 주유소 증기압 위반 적발 실적자료에 따르면 2014년 증기압 적발 주유소는 2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119곳으로 급격히 증가하더니 2016년에는 151곳, 2017년에는 192곳, 2018년에도 194곳이 적발된 것이다.

이처럼 해마다 적지 않은 주유소가 휘발유 증기압 품질기준 위반으로 적발됨에도 불구하고 주유소가 휘발유 증기압 품질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관리원의 휘발유 증기압 적발실적

특히 석유관리원은 다른 법령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질 보정 방법을 주유소에 안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김삼화 의원은 석유관리원에 ‘주유소가 휘발유 증기압 품질기준 만족을 위해 하절기 휘발유와 동절기 휘발유의 희석 외에 다른 보정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는데 ‘휘발유 치환·희석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답변한 것.

하지만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의 ‘치환’ 작업 자체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치환’은 기존 제품을 빼내고 새 제품으로 바꾸어 놓는 것을 말한다.

주유소 단계에서 치환을 하기 위해서는 지하저장탱크에 보관중인 석유제품을 탱크로리 등에 옮겨 담아 비운 상태에서 새로운 품질 기준에 맞춘 제품을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소방법령에 따르면 휘발유 치환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방청 확인 결과 주유소에서 저장탱크에 보관중인 석유제품을 탱크로리로 옮겨 담는 작업은 주유기가 아닌 급유 시설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급유 시설은 설치할 수 없고 경유와 등유만 설치가 가능하다.

땅속 저장시설에 보관중인 휘발유를 주유기로 빼낼 수도 없고 급유시설은 설치할 수 없어 휘발유 치환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결국 주유소가 휘발유의 하절기 스펙을 맞추기 위해서는 희석 방법밖에 없는데 사업자가 단순한 감(感)에 의존해 증기압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법정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없어 석유관리원 단속에 적발될지 여부는 '복불복(福不福)'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험물 취급기준

 

◇ 휘발유 증기압, 주유소단계 제외해야!

그런데 석유품질 감독기관인 석유관리원 조차 계절에 따라 변경되는 휘발유 증기압 기준을 단순 혼합 방식으로 맞추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삼화 의원이 석유관리원에 ‘휘발유 증기압 90kPa(동절기용)인 주유소 재고 100 리터에 휘발유 증기압 50kPa(하절기용) 100 리터 희석 시 증기압의 산술적으로 파악 가능한지‘여부를 질의했는데 석유관리원은 ’관련 실증평가 자료 없음‘이라는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의 한 품질담당자는 “동절기와 하절기 제품을 1:1로 희석한다고 혼합 비율 만큼 증기압이 산술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아니어서 변절기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브랜딩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다고 주유소가 하절기용 기준을 충족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주유소 단계에서 휘발유 증기압 기준 위반으로 적발될지 여부는 결국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석유관리원이 유통 단계 휘발유 증기압 기준이 바뀌는 시점에 표적 단속에 나선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주유소로부터 거래상황기록을 보고받는 석유관리원이 해당 자료를 활용해 휘발유 품질기준이 변경되는 7월을 전후해 휘발유 매입량이 적은 주유소들을 집중 검사하면서 휘발유 판매량이 적은 영세한 주유소들이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주유소 업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유소협회 한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이 주유소 단계 품질 유지 방법으로 치환과 희석을 제시하고 있지만 두 가지 방법 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휘발유 품질 기준에서 증기압에 대한 주유소 유통단계 검사를 제외하고 정유사 출하 단계에 대한 관리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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