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이프가드 발동‧터키, 자국산 사용 의무화 등 자국산업 보호
지자체‧주민참여 대규모 프로젝트도 중국산 모듈 선정
정부, KS기준에 최저효율·A/S설비요건 등 강화 추진
태양광산업協, 공공·민간 입찰시 국내산 가점+REC 가중치 부여해야

중국산 태양광의 국내시장 점유가 확대되면서 국내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이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지난달 태양광산업협회가 경영 위기에 빠진 웅진에너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우리나라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큰 축을 담당해온 웅진에너지가 중국의 저가 태양광 공세에 생산제품인 ‘잉곳’과 ’웨이퍼‘가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돼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잉곳과 웨이퍼는 태양광반도체(태양전지, 셀)전지의 핵심 소재로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의 결정으로 만든 잉곳과, 이 잉곳을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로 태양광반도체인 셀을 만든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 5곳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중국기업 제품에 밀려 4곳이 사업을 철수했고 현재는 웅진에너지 1곳만 남은 상태다.

태양광산업협회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 밸류체인 중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전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며 정부차원의 전기요금 지원을 요청했다.

웅진에너지가 폐업으로 몰리게 된 주원인은 기술경쟁력에서 뒤처진 것이 아닌 비용경쟁력에서 중국기업에 뒤처진 것이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에너지가 생산하고 있는 잉곳이나 웨이퍼는 생산원가 중 전기료가 각각 40%와 30%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잉곳과 웨이퍼 등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의 45% 이상을 차지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산 제품에 밀리고 있다.

경쟁기업인 중국의 해당 업종 전기료는 우리나라의 30-40% 수준으로 값싼 전기료의 혜택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산업부가 셀과 모듈의 생산단가를 분석한 결과 한국기업은 와트당 0.16달러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0.14달러로 0.02달러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하고 있다.

모듈 역시 한국기업은 와트당 0.29달러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와트당 0.27달러 낮은 가격에 생산하고 있다.

반면 셀효율은 한국기업이 22~23%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20~22%이며, 모듈 효율 역시 한국기업이 20~21%인데 비해 중국기업은 17~19%로 우리 기업들의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밸류체인 전반에서 가격경쟁력이 핵심 경쟁요소로 부각되면서 원가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기업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태양광기업들이 낮은 생산단가와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자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의 태양광산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나 쿼터 등 직·간접적으로 자국산 제품 사용 시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셀과 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으며 터키는 태양광 설치 시 자국산 일정비중 사용을 의무화 했다. 또 대만은 정부가 태양광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 중국산 태양광의 문제점

충남에서 3년째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태양광 설비가 고장 나 설치업자에게 연락했다가 깜짝 놀랐다. 설치 업자가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국내산 태양광 제조기업을 통해 발전설비를 정밀조사 해 보니 설치된지 3년만에 모듈의 상당수가 불량으로 판정받았다.

이처럼 중국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후 A/S를 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국산 태양광 시장확대의 문제점은 A/S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력과 여기서 확보된 비용경쟁력을 토대로 한국의 태양광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오랜 기간 자금투자와 연구개발로 버텨온 한국의 태양광 기업들은 국내 시장마저 중국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된다면 더는 버텨낼 여력이 없다.

산업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점유율은 2014년 16.5%에서 2018년에는 27.5%로 증가했다.

국민들의 전기요금으로 조성된 태양광 시장이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일각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드라이브가 중국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주장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태양광 발전 보급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 자체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위기상태인 국내 태양광 제조 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돼 국내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고 중국의 공급주도가 확대되면서 중국의 공급사슬에 국내 태양광 시장에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 대규모 프로젝트에도 중국산 태양광이?

최근 일부 민간 사업자들과 지자체가 SPC 형식으로 출자를 통해 개발하는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에 중국산 제품들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전남 영암의 ‘영암 태양광 발전사업’은 용량이 98MW 급 대규모 프로젝트로 대명에너지가 100% 출자한 SPC가 사업을 발주했는데, 국내 대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중국산 모듈로 입찰에 참여해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모범적인 지역 주민참여 사업으로 추진되는 100MW 급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도 중국산 모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 해남에서는 ㈜한양이 출자자이자 건설사로 참여하는 지역개발사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98MW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가 추진중에 있다.

해당 사업은 올해 1월 모듈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2월 모듈을 입고할 예정이었으나 현장설명회가 갑자기 취소되고 모듈 스펙이 변경됐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국산과 중국산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산업협회는 이처럼 대형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모듈이 설치되거나 검토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대형 프로젝트에서 저가·저품질의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사용된 후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어려움으로 겪은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태양광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산 모듈에 국내 시장마저 휘둘린다면 한국의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 KS 인증기준에 A/S 조직+인력·설비요건 강화 추진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태양광·풍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태양광 모듈 최저효율제 신설과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태양광 모듈의 효율이 1% 높아질수록 토지 면적이 4~6%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태양광 모듈 한국산업표준(KS)에 최저효율기준을 신설하고 고효율 제품을 우대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고효율제품 중심으로 전환해 품질경쟁력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태양광 설치 후 소비자 보호와 효율 유지 등을 위해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안도 마련했다.

현행 KS 인증심사 기준에는 3인 이상의 A/S조직 유지에 관한 사항만을 의무화 하고 있는 데 앞으로는 국내 A/S 서비스조직과 인력, 설비요건 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오는 2022년까지 양산 셀 제품의 기술적 한계효율인 23%를 달성하고 10% 이상 단가를 낮추는 방안 등 고성능·고효율 세계최고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태양광산업협회는 정부의 경쟁력 강화 방안 외에도 중국산 태양광 기업들의 시장잠식에 대응해 정부가 공공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사업 및 공공조달 입찰 시 기술규격서나 공모서에 국내산 모듈 사용시 입찰 평가에 가점을 주거나 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민간 SPC 사업에 대해서는 국내산 모듈 사용 시 REC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국내산 모듈을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국내산 모듈 활용을 위한 정책 인센티브 적용 시 국내 모듈 제조업 뿐 아니라 기타 소재 사업 투자 확대와 R&D 투자 증대로 기술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며 “비용상승과 수요감소의 부작용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 효과의 실익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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