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 박찬국 박사]
시청각 위주 형식적 매뉴얼 탈피, 촉각·운동감 느끼며 현장감 ‘UP'
국토교통부 연구 과제 주관, 정제·도시가스 정압 현장 훈련 시스템 개발
9월 과제 종료, 햅틱 기반 효율 높고 체감형 플랜트 안전 훈련 가능해질 것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 박찬국 박사

[지앤이타임즈 : 고등기술연구원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 박찬국 박사] 위험물 저장 시설 화재나 폭발 사고 대응은 소방관서를 동원한 물뿌리기 진압 훈련이 일반적이다.

정유사나 석유화학사 등 대규모 위험물 생산 시설 출입에 앞서 동영상으로 제작된 안전 수칙이라도 의무적으로 시청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령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고압가스 누출 사고에 대비해 고압의 물이 새어 나가는 상황을 구축하고 대응 훈련을 하는 것은 그나마 매우 현장감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작은 방 한 칸 정도, 커봐야 일반적인 커피숍 규모의 공간에서 축구장 수 십 배에 달하는 위험물 플랜트 시설 현장의 안전 훈련이 가능한 길이 열리고 있다.

증강(Augmented Reality, AR) 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햅틱(Haptic) 기반의 체감형 안전 훈련 시스템 구축이 국책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국토교통부(관리기관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플랜트 연구개발사업 과제로 ‘햅틱 기반 플랜트 안전훈련 시스템 구축 사업’이 진행중인데 주관 기관인 고등기술연구원 박찬국 박사를 만나 연구 성과와 적용 방안 등을 들어봤다.

 

▲ 석유나 가스, 플랜트 산업계에는 시각 정보를 활용한 다양한 안전 교육과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햅틱에 기반한 안전 훈련은 어떤 대목이 차별화되는가?

- 지적하신 것처럼 지금도 에너지나 플랜트 산업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내용이나 형식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제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 효율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각 기업 마다 안전 관련 매뉴얼이나 대응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고 시청각이나 프리젠테이션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일상적인데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은 매우 다양한데다 책이나 동영상으로 습득한 정보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는 게임산업에서 많이 응용되는 가상환경도 안전 훈련에 동원되고 있지만 사고 대응 능력을 온전히 담아 내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국책 연구 과제로 ‘햅틱 기반 플랜트 안전훈련시스템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햅틱(Haptic)’은 디지털 환경 아래서 촉각이나 힘, 운동감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게임에 이용되는 일종의 스틱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다른 점은 조작 과정에서 촉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햅틱기반 안전 훈련 시스템은 다양한 플랜트와 정유·가스 산업 현장의 각종 시설물과 사고에 대응해 직접 장치를 조작하고 이동하며 방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해 실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키운다는 점이 가장 차별화된다.

▲ 햅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 국토교통부 플랜트연구사업 과제에 공동 참여중인 현대오일뱅크의 중질유 탈황공정(RDS)에 적용한 햅틱 기반 가상 훈련 시스템 구성 작업을 사례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다.

RDS는 중질유에 수소를 첨가해 황을 제거하는 정유 공정 고도화의 핵심 장치인데 직선 거리만 300m 정도로 상당한 규모이다.

그런데 탈황에 사용되는 수소는 아주 미세한 틈새로도 금세 새어 나오는 특징이 있고 누출되며 인체나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RDS 설비의 압력과 온도도 매우 높다.

RDS 설비를 안전하게 운용하고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가상해 현실감 있게 대응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데 작은 회의실 하나 정도에 햅틱 기반 가상 훈련 시스템을 갖추면 가능하다.

RDS 시설과 똑같은 가상현실을 구축해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밸브나 장치를 촉각으로 느끼고 조작할 수 있는 햅틱 디바이스를 설치하면 된다.

훈련자는 가상현실에서 보여지는 시설물이나 각종 사고 상황을 기반으로 햅틱을 통해 밸브를 포함한 다양한 장치를 조작하며 실제 상황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트레드밀(Treadmill)'을 응용한 장치를 통해 훈련자가 상황에 맞춰 실제로 이동하며 사고 등에 대응하는 느낌도 전달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실제 공정과 연동한 제어실을 구현한 시뮬레이터(simulator)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밸브나 각종 장치를 조작한 결과로 나타나는 유량이나 압력, 온도의 실제 변화까지 시뮬레이터를 통해 훈련자에게 제공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 실제 상황과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

▲ 실증 설치된 다른 사례가 있는지.

- 가스안전공사 부설 가스안전교육원에서 실시하는 도시가스 정압기 안전훈련 시스템에 적용되어 있다.

도시가스 정압기 안전훈련 시스템

도시가스 업계 종사자들은 의무적으로 도시가스 정압기의 이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받고 있는데 그동안은 실제 도시가스 정압기에 공기압을 이용하여 훈련이 진행됐다.

정압기의 취급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밸브를 열고 닫음을 실습해 볼 수 있도록 훈련한다. 해당 장비로는 이상상황에 대한 훈련을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이 훈련이 되었다. 본 연구단에서는 지난 2017년에 햅틱 기반 도시가스 정압설비 안전 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정압기에서 도시가스가 누출되는 사고를 가상 현실로 구현해 햅틱 디바이스로 밸브를 잠그고 다양한 사고 유형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훈련에 사용되고 있다.

▲ 이 시스템이 상용화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 고온, 고압의 극한 상황에서 각종 위험물을 생산해야 하는 정유나 석유화학 공정, 독성이 있거나 폭발성이 높은 가스를 취급하는 산업체 같은 곳에서는 언제든 다양한 원인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가상 체험이나 이론, 간단한 행동 요령 숙지 같은 간접 체험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플랜트 현장 공사나 유지 보수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 상당수는 현장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외주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다.

가상현실기반 플랜트 안전훈련 플랫폼

그런데 햅틱 기반의 플랜트 안전훈련시스템이 적용되면 실제 플랜트 공정에 맞춘 안전 운영 기술과 사고 대응 상황을 가상현실과 햅틱 기술에 반영해 ICT 융‧복합 기술화시킬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체감형 안전 훈련이 가능하다.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도 다양하다.

정유·석유화학 공정이나 가스 관련 산업체는 물론이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처럼 석유, 천연가스를 저장, 유통시키는 공기업, LPG 수입 기지나 위험물 탱크 터미널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맞춰 안전 훈련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플랜트연구사업 과제가 오는 9월 최종 완료되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돼 안전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고나 산업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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