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 ]국제 유가 상승과 유류세 환원으로 휘발유를 비롯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에 급락했던 원유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상승해 국내 유가의 인상 요인이 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1월 7일 정부가 한시적으로 인하했던 휘발유, 경유, LPG(부탄)의 세금 인하분 중 절반가량을 5월 7일부터 환원함에 따라 추가적인 유가 인상 요인이 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석유기업들이 석유제품 가격의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가격을 천천히 내리더니 인상 요인이 발생하자 가격을 빨리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도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면밀한 분석 없이 보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른바 석유제품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에서 시간적 비대칭을 말하는 것이다.

가격 조정의 비대칭은 양적 비대칭과 시간적 비대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적 비대칭은 원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액이 원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액보다 큰 경우를 말한다.

시간적 비대칭은 원유가 상승과 하락에 따른 조정액이 같더라도 원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속도가 원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의 조정속도보다 빠른 경우를 말한다.

석유제품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에 관한 논란은 과거 국제 유가의 상승기와 하락기에 늘 제기된 문제라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는 분석 대상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가격 조정이 대칭이라는 연구와 비대칭이라는 연구가 혼재한다.

그중에는 2011년 정부 부처(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으로 전문가들이 포함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문제를 검토한 결과가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국내 유가 조정의 비대칭성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검토 결과는 석유제품 가격 조정의 비대칭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고 기간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나타날 때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가격 조정이 비대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을 밝히고 정책적 처방을 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즉 비대칭적 가격 조정이 석유기업들 사이의 가격경쟁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정부는 해당 기업들의 행위를 규제하거나 석유시장 구조를 보다 경쟁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비대칭적 가격 조정이 경쟁적인 시장의 일반적인 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정책 처방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해외 여러 연구에서 비대칭적인 가격 조정의 원인을 석유기업들의 비경쟁적 행위에서 찾고 있지만, 일부 연구는 그 원인을 시황에 따른 석유기업들의 합리적인 생산과 재고 관리 등 경쟁시장의 효율성에서 찾고 있다.

이렇듯 석유제품 가격 조정의 비대칭성은 여전히 그 존재 여부 및 원인과 처방에 대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비대칭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라도 그 크기나 속도를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대칭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통계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소비자들은 석유기업들이 책정하는 석유제품 가격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가격 조정의 시간적 비대칭성을 의미하는 ‘로켓과 깃털(A Rocket and A Feather)’이라는 용어도 유독 석유제품을 대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석유라는 상품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뿐더러 소비자들의 석유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석유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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