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고 김영삼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정 철학중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표현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비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각뿐이었겠는가?

세상사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의 생각과 의지에서 출발하고 움직이며 결정된다는 점에서 누가 그 일을 하느냐가 그 일을 만들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가 천연가스 도입과 도매 등 안정적인 수급을 책임지는 에너지 공기업 가스공사 사장 자리가 7개월째 공석이다.

관료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가스공사 사장에 임명됐던 정승일씨가 지난 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반년 넘게 후임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승일 사장의 자리 이동 이후 가스공사는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했고 조석 전 한수원 사장, 김효선 북방경제협력위 에너지분과위원장, 강대우 동아대 교수 등이 최종 물망에 올랐지만 인선되지 못했고 재공모가 진행중이다.

이들 인사들이 배제된데는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거나 현 정권과의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등의 여러 풍문이 돌았다.

현재 사장 재공모 과정이 진행중인데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가스공사의 위상이나 역할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 과정에서 브릿지 연료로서의 천연가스 활용도가 커지고 있고 수소 경제를 주도하는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5일 정상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연결 사업을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PNG 사업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가스공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러시아측과 공동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가스공사 사장 자리는 7개월째 공석이고 여전히 인선 작업이 진행중이다.

비단 현 정권만의 일은 아니지만 새로 권력을 잡은 측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장들이 물갈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정권 들어 가스공사 사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다.

정권 교체 이후 대대적인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새로 출범한 정권과의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좋게 포장하자면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가 공기업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그 자리를 비워둘 수 없는 노릇인데 비단 가스공사가 아니더라도 새 기관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공백으로 방치되는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다.

인사가 만사라면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초래되는 경영 공백의 책임 역시 정권이 떠안아야 한다.

이럴거라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해 경영 연속성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는가?

설사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공석으로 비워두더라도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는 안된다는 못된 심사로 공공 행정을 그르치고 있다는 유치한 상상이 떨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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