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경유 전용 막기 위해 신규 식별제 투입…품질 기준 변경

동절기 끝났는데 계절 상품 등유 구입해야, 품질관리·자금 부담

유예기간 종료 직후 집중 단속 불안 커진 석유업계 ‘전전긍긍’

석유일판은 아예 휴업 권고, 주유소협회도 품질 관리 안내

증기압 등 품질부적합 ‘경고’ 받았던 업소 적발 시 가중처벌…영업정지

등유 식별제 제거 가짜경유 제조 과정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등유가 수송연료인 경유로 둔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식별제 투입이 본격 적용되는 5월을 앞두고 석유 유통 업계가 정부의 품질 단속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동절기 난방연료로 사용되는 등유 특성상 온난한 5월에는 판매량이 거의 없어 최소한의 재고량만 보유하는데 품질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식별제가 투입된 등유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봄 철에 구매한 등유를 난방유 성수기인 동절기가 올 때 까지 저장탱크에 묵혀 둘 수 밖에 없다.

◇ 신규 식별제 지난해 11월 정유사 적용...유통단계는 5월부터 적용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이 부과되면서 난방 연료인 등유가 수송 연료인 경유로 불법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등유에 식별제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부터 식별제로 사용된 Unimarkⓡ 1494 DB가 혼합된 등유가 경유와 섞이면 검사 시료 투입시 보라색으로 변색되면서 가짜경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식별제가 활성탄, 백토 등을 이용하면 쉽게 제거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와 혼합하는 가짜경유 판매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거가 어려운 새로운 식별제인 ‘ACCUTRACE S10 Fuel Marker’를 기존 식별제와 함께 등유에 첨가하도록 품질 기준을 바꾸고 지난 해 11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다만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등 유통 단계는 기존 재고 처리 등의 상황을 감안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고 올해 5월부터 본격 적용받는다.

원칙대로라면 5월 이후 주유소 등 석유 판매업소에서는 새로운 식별제가 투입된 등유를 보관해야 한다.

문제는 등유 판매량이 적은 주유소들은 기존 식별제만 사용됐던 지난해 11월 이전에 구매한 제품이 여전히 재고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석유 품질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려면 새 식별제가 투입된 등유를 구매해야 한다.

◇ 신규 식별제 적용 이전 구매 업소 재고 아직도 보관중

석유 유통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계절 제품인 난방 등유는 매년 9~10월 경부터 본격 구매에 나선다.

그런데 새로운 등유 식별제가 정유사 단계에서 의무 적용된 시점은 지난해 11월로 그 이전에 구매한 등유에는 신규 식별제가 함유되지 않은 상태였다.

등유 품질 기준이 변경되기 이전에 등유를 구매한 주유소나 판매소 중 여전히 당시 재고가 남아 있는 업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정유사에 따르면 계열 주유소 중 등유를 판매하는 곳에 자체 품질 검사한 결과 10% 정도가 품질 기준에 미달되는 등유 즉 새로운 식별제가 투입되지 않은 제품을 보관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협회는 전체 주유소중 50% 정도가 기존 식별제만 투입된 등유 재고를 보유중이라고 분석했다.

주유소나 판매소의 등유 재고가 많은데는 지난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해 난방유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이후 올해 2월까지의 전국 평균 기온은 1.3℃로 평년 기온인 0.6℃보다 높았다.

특히 올해 1~2월은 각 0.3℃, 2.4℃를 기록하며 평년 기온인 1월 -1,0℃, 2월 1.1℃보다 상당 수준 높았고 1973년 이후 1월 전국 평균 최고 기온으로는 4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 날씨가 높게 나타나면서 난방유인 등유 판매량도 감소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등유 소비량은 1322만6000배럴로 전년 같은 기간의 1516만8000배럴 대비 12.8%가 감소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로운 등유 품질 기준이 적용된 지난해 11월 이전에 등유를 구매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 구매가 없었던 주유소나 일반판매소는 변경된 품질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등유를 구매해야 한다.

5월 이후 주유소나 일반판매소에서도 새로운 식별제가 투입된 등유 판매가 의무 적용되면서 석유관리원이 품질단속에 나서면 품질부적합으로 적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석유관리원 단속 피하기 위해 하절기 '휴업 권고'

하지만 난방유 성수기인 동절기가 지난 상황에서 등유를 구매할 경우 자금 부담과 품질 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수기철에 등유를 장기 보관할 경우 특히 하절기를 지나면서 지하 탱크내 결로나 수분 유입 등으로 품질 저하 현상이 발생해 본격적인 성수기인 동절기 판매 과정에서 오히려 품질 부적합 제품을 공급할 우려가 높다.

또 법정 품질 기준에 맞추기 위해 비수기철에 등유를 구매하면 많게는 1500만원 가량의 자금이 동절기까지 묶여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회원사들에게 하절기 동안 아예 휴업하는 방안도 권고중이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회원들에게 등유 품질기준 변경과 관련한 안내문을 발송하면서 ‘현재 보관중인 등유 구입처에 등유 식별제 종류 확인 요청을 한 후 품질 기준 변경 이전 생산된 등유일 경우 구입처에 치환 요청을 내용 증명으로 발송하고 근거를 남겨둘 것’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재고가 소량일 경우 배달 판매용 용기에 담아 다른 곳에 보관’하거나 ‘양이 많음에도 치환되지 않을 경우 휴업을 고려할 것’도 안내했다.

주유소협회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등유를 추가 공급받지 않은 주유소들은 품질관리에 유의할 것을 안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석유 같은 고의적인 불법 행위가 아닌 휘발유 증기압이나 경유 유동점 같은 단순한 품질 부적합도 법정 품질기준이 변경되는 시점에 맞춰 석유관리원이 집중 단속에 나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등유 식별제 기준이 변경되는 5월에 맞춰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판매사업자가 보고하는 거래 실적 자료를 토대로 석유관리원이 표적 단속에 나선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판매량이 적어 새로운 식별제가 투입되기 이전 재고를 보유중인 주유소나 석유일반판매소들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본 보 3월26일자 석유관리원 단순 품질부적합 타깃 단속 논란 일어 참조, http://www.gn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690)

단순한 품질부적합으로 첫 적발될 경우 대부분 단순 ‘경고’ 처분에 그치지만 휘발유 증기압이나 경유 유동점 같은 동일한 품질부적합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을 경우 가중처벌되면서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강세진 사무총장은 “가짜경유를 잡으려다 애먼 석유판매업소들만 잡게 생겼다”며 “석유관리원의 품질검사를 미루거나 유통단계 적용시점을 난방유 성수기인 동절기까지 6개월 더 유예하는 방안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등유 식별제 품질기준 적용 시점에 대한 석유판매업계의 문제제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방안들에 대해 고심하며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계절 상품인 난방용 등유의 새로운 품질 기준이 유통 단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변경되고 석유관리원의 표적 단속 민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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