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주유소 운영 평가에 석유공사 구매 비중 35% 명시

도공 공동구매 가격 7원/ℓ 저렴 불구 ‘구매 선택권 제약’ 불만

‘유류가격 인하 노력 평가 기준에 배치’ 구매 자율권 보장 요구 제기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알뜰주유소 도입 초기 알뜰 상표를 도입했던 도로공사는 현재 EX-OIL이라는 독자 상표를 도입, 운영중이다. 사진은 알뜰 브랜드 도입 당시 고속도로주유소(왼쪽)와 현재의 EX-OIL 주유소 전경(오른쪽).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석유공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을 의무 구매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알뜰주유소 정책의 일환으로 도로공사 계열 고속도로 주유소들도 일괄적으로 알뜰 상표를 도입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독자 상표인 EX-OIL로 변경돼 운영중인 만큼 자율적인 석유 구매가 허용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상표권자인 알뜰주유소를 위탁 운영중인 석유공사는 2년 기한으로 석유 공동 구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사와 석유수입사 대상으로 2년 동안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석유 공동 구매 입찰을 주도하고 있는데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공급사로 선정돼 오는 8월까지 납품하게 된다.

문제는 고속도로 EX-OIL 주유소 관리 주체인 도로공사가 자체적으로 석유 공동구매 알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석유공사 공급 가격 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다.

본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 보다 도로공사 공급 가격이 리터당 평균적으로 7원 이상 낮게 유지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적게는 리터당 5원에서 많게는 8원 정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도로공사 공동구매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1월의 경우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이 석유공사에서 매입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1420.46원이었는데 도로공사 공동구매 공급 가격은 이보다 8원이 낮은 1412.46원에 그쳤다.

◇ 석유공사 석유, EX-OIL이 왜 의무 구매해야?

고속도로 EX-OIL주유소들은 일정량을 석유공사로부터 의무 구매해야 한다.

도로공사 소유인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은 민간 기업들이 위탁받아 운영중이다.

그 과정에서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EX-OIL 주유소 위탁 운영 기업에 대한 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석유 매입과 판매 가격 인하에 대한 지표 비중이 상당하다.

본지가 입수한 2018년 기준 도로공사의 EX-OIL 주유소 평가 지표에 따르면 총 200점 중 유가 인하 및 매출 관리 배점이 70점에 달한다.

이중 40점이 배정된 유류 판매 가격 인하와 관련해서 전국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 보다 높게 팔면 감점, 낮게 팔면 가점을 받게 된다.

10점이 배정된 유류 매입 가격 인하 부문에서는 평가 대상 업소가 고속도로 전체 주유소 대비 석유 매입 가격을 얼마나 낮췄는가에 따라 배점이 이뤄진다.

도로공사의 주유소 평가 지표중 석유 가격 및 공동구매 실적 등이 명시된 배점표

유류 공동구매 실적도 20점을 기준으로 운영 규정에서 정한 의무 구매 비중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감점을 받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EX-OIL 주유소들은 판매 석유제품의 25%를 도로공사에서 구매하는 한편 석유공사에서도 35% 이상을 매입해야 평가 지표에 배정된 20점을 모두 획득할 수 있다.

평가 득점이 낮아지면 운영 기한이 종료된 이후 재입찰 선정 과정에서 운영업체 탈락 같은 불이익 등을 받게 된다.

◇ 알뜰과 무관한 EX-OIL 브랜드인데 구매는 석유공사에서

고속도로 EX-OIL 위탁 운영자들이 불만을 갖는 대목은 석유공사 의무 구매 조항이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가 관리하는 일반 자영 알뜰, 농협중앙회 계열의 농협 NH-OIL, 도로공사 계열의 EX-OIL로 구분된다.

알뜰주유소 운영권자인 석유공사, 농협경제지주, 도로공사 모두 자체적으로 석유 공동구매 입찰도 진행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경우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입찰 구매를 진행중이고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을 대표해 독자적으로 공동구매 알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공동구매한 석유 가격이 석유공사 공급 가격 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고속도로 EX-OIL 주유소 업계에서는 일반 자영 알뜰 관리 주체인 석유공사 제품을 의무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고속도로 EX-OIL 주유소 관계자는 “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주유소들이 석유 판매 가격 인하에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게 배정해 놓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석유공사 석유제품을 의무 구매하는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은 서로 모순되는 조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엄밀하게 구분하면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은 이제 알뜰 주유소와 무관한 별도 상표로 홍보되고 있는데 일반 자영 알뜰주유소를 관리하는 석유공사에서 판매 석유의 35% 이상을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정부를 대신해 알뜰주유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석유공사를 밀어 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며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의 자율적인 석유 구매 확대가 소비자 판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정부 시책으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휴게시설처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독자적으로 석유 공동구매 입찰을 진행하는 배경은 석유 매입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인데 정부 시책이 석유공사에서 일정 물량을 의무 구매하라는 것이니 공공기관인 도로공사는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알뜰주유소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이니 고속도로 EX-OIL 주유소들이 석유공사 의무 구매 부담을 줄이려면 산업부와 협의해서 얻어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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