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주유소, ‘석유관리원 검량 방식 왜곡’ 재검사 요청

KTC 검정 결과 주유기 사용 공차 범위 이내 ‘합격’ 판정

석유관리원 “부품노후로 정량미달”…KTC ‘기계적 결함’ 없음 판정

주유기 검량 합격 불구 억울한 처분 예고, 행정소송 불가피할 듯

검량 신뢰 한계 정부 사전 인지 ‘정부 차원 재조사’도 요구돼

석유관리원에서 정량미달 판정을 받은 전북 김제시 A주유소의 이동식 주유기에 대해 KTC가 정량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석유관리원 검사에서 정량 미달로 적발된 주유소들이 계량기 공인 기관의 주유기 검정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

소비자에게 기름을 공급하는 주유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차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석유 유통 과정에서 실시되는 석유관리원 검량에서는 정량 미달로 판정되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석유 정량 검사 신뢰에 치명적인 결함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석유관리원 정량 검사에서 정량미달로 적발된 전북 김제 소재 주유소 2곳이 국가 계량전문 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원(KTC)으로부터 주유기 검정을 받은 결과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김제 소재 A주유소와 B 주유소는 지난 2월 석유관리원에서 실시한 이동식 주유기 정량 검사에서 ‘정량 미달’ 판정을 받았다.

석유사업법령에 따르면 주유량중 ±0.75%를 벗어나면 정량 미달로 판정돼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이와 관련해 이들 주유소는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의 검량 방식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사를 요구해왔는데 받아 들여 지지 않았고 KTC측에 주유기 검정을 신청해 기계적 결함이 없었음을 확인받은 상태다.

KTC가 검정 후 '합격' 판정한 전북 김제시 B주유소의 이동식 주유기 검정 기록지 사본.(주유소협회 제공)

◇ 검량 방식 문제 제기에 석유관리원은 부인 일관

정량 미달로 적발된 김제 소재 A, B 주유소에 따르면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주유기를 수작동하며 시료를 채취한 것이 검량 결과 왜곡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셀프주유 방식 처럼 희망량을 주유기에 미리 세팅하고 검량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인데 석유관리원 직원들은 세팅 후 시료 채취 마지막 단계에서 주유기를 손으로 조작해 주유를 종료하는 방식을 취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검사방법에 대해 KTC 관계자는 ‘주유량을 세팅해 두고 종료 직전 슬로우 타임으로 저속 주유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주유기를 작동해 갑작스럽게 주유를 멈추게 되면 밸브 안의 기름이 토출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어 유량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본 지에 밝힌 바 있다.(본 보 2월 18일자  ‘계량 기준 어긋난 석유관리원 홈로리 정량 검사, 시비 일어’ 참조, http://www.gn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182)

실제로 해당 주유소에서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은 수신호에 맞춰 주유기 작동을 인위적으로 멈춘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이 담겨 있다.

2인 1조로 이뤄지는 정량 검사 과정에서 석유관리원의 한 검사원은 동료 검사원의 손가락 수신호에 맞춰 이동식 주유기의 건을 인위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모습이 확인됐다.(본 보 2월20일자 ‘단독 : 석유관리원 주유기 검량 규정 위반 의심 영상 나왔다’ 참조, http://www.gn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218)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주유기의 인위적인 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이동식 주유기에 100리터를 세팅했고 중간 끊김 없이 검량을 마쳐 검사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두 곳의 주유소 중 한 곳의 이동식 주유기가 재검정 유효기간이 지나 부품 노후화 등에 따른 정량 미달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주유기 검정에는 ‘정상’ 판정

검량 방식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석유관리원 측이 부인하고 있고 재검사 요구도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서 김제 A, B 주유소는 주유기의 기계적 오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인 기관에 검정을 의뢰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주유소측의 의뢰로 KTC는 지난 3월 25일 석유관리원에서 정량미달로 적발된 해당 이동식 주유기에 대한 기계적 검정을 실시했는데 두 곳 모두 ‘정량’ 판정이 내려졌다.

KTC가 작성한 ‘주유기 검정 기록’에 따르면 전북 김제 A 주유소와 B 주유소 모두 100리터 토출 결과 측정된 양이 사용 공차 이내에서 일률적으로 측정돼 ‘합격’ 판정을 받았다.

특히 두 곳 주유소 모두 ‘봉인 훼손’과 ‘기계적 결함’이 없는 것으로 판정 됐다.

‘봉인 훼손이 없었다’는 것은 주유기 법정 검정 이후 봉인된 장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해 정량을 속여 팔기 위한 흔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석유관리원 주장과 달리 주유기 부품 노후에 따른 정량 미달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정량 공급 여부를 감독하는 각각 다른 역할의 법정 공인 기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석유관리원 검량 방식은 물론이고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도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 한계, 정부 사전 인지

실제로 석유 배달 판매에 사용되는 이동식 주유기는 주유소에 설치된 고정식 주유기와 달리 호스 길이가 최대 50미터로 길고 탄력적인 재질이 사용되면서 정량 주유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같은 문제점은 국가기술표준원이나 석유관리원 같은 국가 기관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석유관리원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2016년 9월 작성한 내부 문서를 통해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최종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도와 관련한 피검사자들의 민원 제기가 잇따르면서 산업부 산하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7년 11월, 석유관리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대책 모색을 위한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당시 국표원이 작성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동식 주유기의 경우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 등에 따라 주유기 사용오차(0.75%)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특히 국표원은 ‘(석유판매업자가) 주유기 재검정 및 사후관리 등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정량 미달 판매로 처벌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도가 떨어져 주유소 등 피검사자들이 부당하게 적발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알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유통 단계 검사 기관인 석유관리원은 여전히 한 해 수천여건의 이동식 주유기 정량 검사를 시행해 100 여개 업소를 적발중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검량 신뢰도에 문제가 있거나 검량 방식이 상반됨을 알고도 정부 기관에서 단속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선량한 사업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위험한 행위”라며 “그동안 적발됐던 주유소들 역시 억울한 피해자가 됐었을 수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조사를 통해 피해 주유소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아울러 이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TC에서 실시한 주유기 재검정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제 A, B 주유소에 대한 행정처분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석유관리원 정량 검사 당시 검사원들이 내민 확인서에 서명을 한 이상 정량 미달 판매를 자인한 것으로 인정돼 법 위반사실이 지자체에 통보된 만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해당 지자체의 입장이기 때문인데 이 경우 정량 미달 처분을 뒤집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에 나설 수 밖에 없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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