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기준이 되는 ‘잣대’는 정확해야 한다.

저잣거리 좌판대 저울이 오락가락하면 멱살 잡히기 십상이고 포목점 가위 재단이 비뚤배뚤하면 단골 잃을게 뻔하다.

하물며 법을 집행하는 잣대는 오죽할까?

법과 제도 테두리를 벗어나는지 심판해 위법 여부를 가리고 응당한 처벌이 수반되는 법의 잣대는 정확하다 못해 엄정해야 한다.

석유사업법에서는 소비자들이 정량의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여러 권리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계량 설비 노후 등에 따른 기계적 오차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모든 석유 판매 업자를 대상으로 매 2년 마다 주유기 검정을 실시하고 인위적인 조작을 막기 위한 봉인 과정도 거친다.

석유 판매 단계의 정량 준수 여부는 석유관리원이 감독하고 있다.

그런데 KTC 검정을 통과한 이동식 주유기가 석유관리원 검량에서는 미달로 판정되며 애꿎게 처벌받는다는 민원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다.

KTC의 주유기 검정 이후 고의적으로 계량기를 조작하지 않은 다음에야 귀신이 곡할 노릇인데 검량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원인은 따로 있었다.

홈로리에 장착된 이동식 주유기는 호스 길이가 최대 50미터에 달한다.

긴 호스를 릴(REEL)에 감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주유소의 고정식 주유기 호스에 채택된 강선이나 나일론 편사 조직이 없어 플렉서블(flexible)하다.

50미터에 달하는 유연한 호스는 석유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축 팽창 현상이 발생하며 정해진 양과 토출량 사이의 오차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권력이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동식 주유기 검량 오류 가능성을 인지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17년 11월 석유관리원, KTC, 주유기 제작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가졌는데 당시 회의 문서에는 석유 사업자들이 억울해하는 사정이 담겨 있다.

‘석유판매사업자들이 주유기 재검정 관리를 성실히 이행했는데도 정량 미달 판매로 처벌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유기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국표원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것.

석유 유통 현장에서의 정량 판매 여부를 단속하는 석유관리원은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최종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내부 문서에 언급했지만 여전히 매해 수천여 건의 검사 계획을 세워 단속하고 적발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잣대가 비뚤어 진 것을 알면서도 그 잣대를 내밀어 주유기를 측정했고 그 결과 애꿎은 위법 석유판매업자가 양산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던 셈이다.

석유관리원의 검량 방식 역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해진 양을 설정하는 프리셋(preset) 방식 대신 단속원이 주유기를 수동으로 작동해 검량하는 일들이 검사 현장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데 이 경우 석유 토출량의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주유기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석유관리원은 휘발유 유증기 품질 기준, 착지 변경 등 석유 유통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단속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원성을 사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나 각 지역본부별 성과 지표를 맞추기 위한 표적 조사에 급급하다는 것이 석유사업자들의 불만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석유 유통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석유관리원 역할을 꾸준히 확대중이며 그 대부분이 시장을 감시하고 단속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비뚤어진 잣대가 발휘하는 힘을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열 사람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억울한 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법언(法言)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량(計量)에 대한 사회적 정의(正義)를 세우기 보다 공권력이 가지고 있는 잣대 정의부터 엄격하게 바로 잡는 것이다.

또한 비뚤어진 잣대로 피검사자들이 억울하게 적발되고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구제하려는 능동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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