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표원 ‘재검정 통과 불구 사용 오차 초과 많아’ 검사 한계 인정

석유관리원 ‘노즐 길이가 정량 결과에 영향’ 내부 문서서 확인

국회 확인 요청에 ‘관련 자료 없음’ 허위 증언 의혹도 제기돼

프리셋 대신 오차 유발 주유기 수작동 검사 방식도 신뢰도 낮춰

한 해 수백 곳 적발 석유업계 ‘법정기관 신뢰 무너졌다’ 구제 방안 주문

석유 배달 판매가 목적인 홈로리의 특성상 이동식 주유기의 호스 길이가 길어 정량 오차 범위가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홈로리 주유 장면(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 이동식 주유기의 법정 검량(法定 檢量)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량 검사 기관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문서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감독 기관은 이동식 주유기에 대한 정량 검사를 강행했고 많게는 한 해 200곳이 넘는 석유판매업소를 적발해 단속 실적으로 포장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석유사업법 등에서는 이동식을 포함한 주유 계량기의 허용 오차를 정해 놓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정량 미달 판매로 처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정 검량의 신뢰도가 중요한데 본 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식 주유기 정량 측정 결과가 법정 허용 오차 범위를 벗어날 개연성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단속 기관에서 이미 수년 전에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식 주유기 정량 검사 법정 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은 검량 검사 신뢰도 문제를 알면서도 매년 수천 여 건에 달하는 석유 판매사업자 대상 정량 검사 계획을 수립, 강행했다.

특히 석유관리원은 내부 문서를 통해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국회가 확인을 요구하자 ‘관련 자료가 없다’며 허위 증언한 의혹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표준기술원(이하 국표원) 역시 이동식 주유기가 법정 사용 오차 범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2018년 이후 관련 실태 조사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석유업계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법정 단속 기관이 부정확한 검사 방식을 유지하면서 검량 조사를 유지해온 것은 명백한 위법 요소가 있다며 적발·처벌된 주유소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 ‘주유기 사용 오차 초과 많아’ 국표원 평가

이동식 주유기 검량과 관련한 석유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국표원은 지난 2017년 11월 석유관리원, KTC 등 검량·검증 기관과 석유사업자 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주유기 검정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에서 기계적 신뢰도를 검증받고 주유기 봉인 조치까지 이뤄졌지만 석유관리원 정량 검사에서는 미달로 판정된다는 석유 사업자들의 민원이 제기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진 것.

국표원이 작성한 당시 간담회 문서 중 ‘이동식 주유기 정확도 확보 방안 검토’ 항목에서는 검량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는 개연성들이 소개되어 있다.

‘(주유소에 고정 설치되어 있는) 일반 주유기의 경우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호스 내부에 철심 등을 삽입해 수축 팽창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동식 주유기는 최대 50 미터로 노즐이 길고 감아서 운반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는 한계를 인정한 것.

이 때문에 액체용 계량기 기술 기준에서는 ‘이동식 주유기의 호스 내부 체적 변화 시험’도 생략 운영하고 있다고 국표원은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이동식 주유기의 경우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 등에 따라 주유기 사용오차(0.75%)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거나 ‘(석유판매업자가) 주유기 재검정 및 사후관리 등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정량 미달 판매로 처벌되는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대목은 법정 검량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국표원에서 인지하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 정량 검사 신뢰도 문제, 석유관리원도 인지

석유사업자를 대상으로 주유기 정량 법정 검사를 수행하는 석유관리원은 이동식 주유기 재질 특성상 정량 검사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표원 보다 먼저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본 지는 2016년 9월에 작성된 ‘국정감사 대비 주요 업무 현황 보고’라는 제목의 석유관리원 내부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문서에서는 ‘이동 판매 차량에 장착된 이동식 주유기 정량 미달로 적발되는 석유사업자들이 증가 추세로 확인 점검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해당 자료에는 이동식 주유기 정량 미달로 2013년에 6개 업소에 그쳤던 것이 2015년에 53곳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8월까지 128곳을 적발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문제는 석유관리원이 정량 검사 신뢰 여부를 둘러싼 여론과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대비 자료에서 석유관리원은 ‘향후 계획’으로 명시한 항목에서 ‘정량검사 방법 및 판정 결과 유효성 제고를 위한 계량 관련 기관(국가기술표준원, KTC 등) 공동 제도개선 추진’을 언급했다.

이동식 주유기 정량 검사 결과에 대한 석유업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판정 결과 유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최종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한 대목은 정량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석유관리원 스스로 이미 파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석유관리원은 해당 문서에서 ‘이동 판매 차량 정량 검사 실증 평가를 수행하고 액체용 계량기 기술 기준 세부 내용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검량 정확도를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 여부 기관 마다 입장 달라

이동식 주유기 검량의 정확성 여부와 관련해 정부 기관 간 또한 석유관리원의 대내외 대응 입장이 상이하다는 점은 더 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2016년 9월 정기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최종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2017년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권칠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가 정량 측정 결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객관적 검증 자료가 없으나 노즐 길이에 따라 발생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최대 50미터에 달하는 이동식 주유기 노즐 길이 때문에 석유가 이동하는 과정의 수축 팽창 현상이 발생해 정량 측정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석유관리원의 입장인데 반해 석유관리원 감독 기관인 산업부는 ‘객관적 검증 자료가 없다’며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

반면 산업부 산하 기관인 국표원에서 2017년 11월에 작성한 자료에서는 ‘이동식 주유기의 경우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 등에 따라 주유기 사용오차(0.75%)를 초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이 문건이 작성된 당시 회의에는 이동식 주유기 법정 검량 기관인 석유관리원측도 참석했는데 주유기 실태 조사 등의 후속 보완책 없이 여전히 한 해 수천 여 건에 달하는 정량 검사를 강행하고 그 결과 정량 미달로 판정되는 범법자가 양산되고 있다.

◇ ‘석유관리원 검량 방식 오차 유발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 지적

석유관리원 정량 검사 시료 채취 방식을 놓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부적합한 방식으로 검량해 정량 미달로 판정됐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 소재 주유소 두 곳은 올해 초 석유관리원이 실시한 이동식 주유기 검사에서 정량 미달로 판정돼 행정처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주유소측은 석유관리원 검사원들이 프리셋(preset) 방식 대신 손으로 주유기 건을 인위적으로 작동해 검량 오류가 발생했다며 재검사를 요구중이다.

실제로 이 중 한 주유소의 CCTV 영상에 따르면 2인 1조 석유관리원 검사원중 한 명이 동료 검사원의 손가락 수신호에 맞춰 이동식 주유기의 건을 인위적으로 작동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프리셋(preset)은 희망량을 미리 셋팅해 주유하는 방식으로 최근 늘고 있는 셀프 주유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해진 양을 주유기에 세팅하는 프리셋 방식으로 검량하는 것과 검사원이 주유기 건을 손으로 조작해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 사이에는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국내 대표적인 주유기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량 과정에서 주유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작동했다 멈추는 행위가 가해지면 호스 안에 압력 변화가 발생하는 꿀렁거림 현상으로 정량 오차 범위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이동식 주유기 제작사 관계자도 석유관리원 검량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동식 주유기용 호스는 강선이나 나일론 편사 조직이 없어 압력을 받으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양 차이가 발생한다”며 “정량 미달도 단속된 주유소 영상속 검량 방법처럼 수동으로 멈추게 되면 순간 압력이 차오르면서 정확한 양이 측정되지 않는 잘못된 검량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유소협회 심재명 팀장은 “정량미달로 적발된 주유소들이 검사 방법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해 석유관리원은 적법한 검사였음을 주장해 왔다”며 “석유관리원 내부에서 이동식 주유기 검량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현장 검사를 강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상 법정 검사기관으로서의 신뢰도는 무너졌으며 부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적발된 주유소들에 대한 구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동식 주유기 정량 미달로 적발된 석유 판매 업소는 2016년 215곳에 달했고 2017년에는 74곳, 지난 해에는 8월까지 32개 업소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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